탄수화물은 비만의 주범인가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11: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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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지수 낮은 음식 적정량 섭취해야 체중 조절에 유리 

체중 조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수화물 식품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비만율이 월등히 높은 미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 섭취열량의 50% 정도다. 그런데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이 총 섭취열량의 60%를 상회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인은 한국인보다 통곡물, 생과일, 채소, 콩류 등 건강에 좋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적고 밀가루, 감자, 과일주스, 설탕 등 건강에 나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다.

탄수화물은 주로 곡류, 과일, 채소류, 콩류와 같은 식물성 식품이 공급원이며 유제품에도 유당 형태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의 구성 성분인 포도당은 단당류로 세포의 가장 일반적인 연료원이다. 특히 두뇌, 적혈구,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남은 포도당은 지방으로 축적되고 혈당 수치를 높인다. 인체 내에서는 같은 양의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식품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소화 흡수되므로 혈당 반응이 달라진다. 소화 흡수가 느린 식품은 혈당 반응이 느리다. 반면 소화 흡수가 빠른 식품은 혈당이 급격히 증가했다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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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흡수 속도를 반영한 당지수 

당지수는 1981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젠킨스 등이 제안한 것으로 식후 당질의 흡수 속도를 반영해 탄수화물의 질을 나타내는 수치다. 각 식품의 탄수화물 50g을 섭취한 후 2시간 동안의 혈당 변화를, 표준 식품이나 포도당 50g을 섭취한 경우를 100으로 보고 비교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55 이하를 저당지수라 하고 70 이상을 고당지수라고 한다. 대표적인 저당지수 식품은 밀, 귀리, 보리, 콩 등 잡곡류와 채소류, 과일류다. 흰쌀, 감자, 콘플레이크, 초콜릿, 찹쌀떡, 도넛, 감자튀김, 식빵, 바게트, 떡, 우동, 라면 등은 고당지수 식품이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유지시켜 포만감을 지속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음식을 섭취하지 않게 한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혈당을 빠르고 급격히 증가시켰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감소시켜 공복감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섭취하는 음식물 양을 줄여 배고픔으로 힘들어하기보다는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적정량 섭취하면 포만감을 오래 느껴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인슐린은 혈당 농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과 지방 중 어떤 영양소를 태워 에너지로 만들지를 결정한다. 고당지수 식품을 섭취하면 인슐린 농도가 높아져 지방을 태우기보다는 탄수화물을 태운다. 저당지수 식품을 섭취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태우게 되어 자연스럽게 내장지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게 먹는 것보다는 어떤 식품을 먹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당지수를 고려해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음식을 고를 때 당지수 하나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이더라도 열량이 높거나 1회 섭취량이 많을 경우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구마는 당지수가 55로 낮은 편이지만 열량이 높고 1회 섭취량이 많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당지수와 함께 음식의 열량, 단백질과 지방 함량, 식이섬유 함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식탁을 차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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