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시간 일합니까?” 전태일 설문지…50년 지난 지금은?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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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태일이 돌린 ‘설문지’ 문항 수정해 활용한 여론조사 결과 나와
하루 평균 8시간 일하고, 한 달 평균 8.25일 쉬어…65%가 ‘근로기준법 잘 지켜진다’
11월9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노동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조권 보장 등이 담긴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9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노동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조권 보장 등이 담긴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가 1970년에 서울 평화시장의 견습공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사용한 설문지를 그대로 물은 현대판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루 16시간 일했다는 1970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2020년의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일하고, 한 달 평균 8.25일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사·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설립한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2~26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8.05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8시간 넘게 일한다고 응답한 811명은 초과근무 이유로 ‘일이 바빠서’(54.7%),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30.0%), ‘사업주의 강요’(15.3%) 등을 꼽았다. 특히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정규직이 22.0%, 비정규직이 49.0%로 비정규직이 2배 이상 많았다.

한 달 평균 쉬는 날은 8.25일이었다. 응답자 중 정규직의 21.3%, 비정규직의 28.0%가 휴일이 8일 미만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날에 쉬고 있다’는 질문에는 45.2%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여성·비정규직·서비스직·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일수록 휴식에 제한이 큰 것으로 나왔다.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5.3%가 ‘현재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또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64.5%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부와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는 58.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본인의 근로조건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은가’란 질문에는 공공기관(65.7%), 대기업 종사자(59.3%), 정규직(56.3%) 순으로 ‘그렇다’고 답한 반면 비정규직(54.4%)과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55.7%)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전태일의 외침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3.2%가 부정적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과거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의 노동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견습공들에게 돌린 설문지의 문항을 활용해 진행됐다. 과거 ‘전태일 설문지’에는 “1개월에 며칠을 쉽니까?” “1일에 몇 시간 작업합니까?” “왜 본의 아닌 시간에 작업하십니까?” “그만한 시간이면 당신 건강에 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등의 질문이 담겨 있다. 설문지 문항은 현대에 맞게 수정돼 여론조사에 쓰였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의 도입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7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동상에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는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오른쪽)과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 이정기 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11월7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동상에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는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오른쪽)과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 이정기 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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