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8시간 일하고, 한 달 평균 8.25일 쉬어…65%가 ‘근로기준법 잘 지켜진다’
전태일 열사가 1970년에 서울 평화시장의 견습공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사용한 설문지를 그대로 물은 현대판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루 16시간 일했다는 1970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2020년의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일하고, 한 달 평균 8.25일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사·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설립한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2~26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나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8.05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8시간 넘게 일한다고 응답한 811명은 초과근무 이유로 ‘일이 바빠서’(54.7%),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30.0%), ‘사업주의 강요’(15.3%) 등을 꼽았다. 특히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정규직이 22.0%, 비정규직이 49.0%로 비정규직이 2배 이상 많았다.
한 달 평균 쉬는 날은 8.25일이었다. 응답자 중 정규직의 21.3%, 비정규직의 28.0%가 휴일이 8일 미만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날에 쉬고 있다’는 질문에는 45.2%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여성·비정규직·서비스직·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일수록 휴식에 제한이 큰 것으로 나왔다.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5.3%가 ‘현재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또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64.5%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부와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는 58.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본인의 근로조건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은가’란 질문에는 공공기관(65.7%), 대기업 종사자(59.3%), 정규직(56.3%) 순으로 ‘그렇다’고 답한 반면 비정규직(54.4%)과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55.7%)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전태일의 외침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3.2%가 부정적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과거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의 노동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견습공들에게 돌린 설문지의 문항을 활용해 진행됐다. 과거 ‘전태일 설문지’에는 “1개월에 며칠을 쉽니까?” “1일에 몇 시간 작업합니까?” “왜 본의 아닌 시간에 작업하십니까?” “그만한 시간이면 당신 건강에 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등의 질문이 담겨 있다. 설문지 문항은 현대에 맞게 수정돼 여론조사에 쓰였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의 도입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