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무대’ 의료관광특구에 도전장 던진 부산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5 15: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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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대학병원 3곳 위치한 부산 서구, ‘글로벌 스마트 헬스케어 특구’ 준비
부산 서구가 준비하고 있는 '서구의료관광 특구' 지정 추진 대상지 ⓒ 서구청
부산 서구가 준비하고 있는 '서구 의료관광특구' 지정 추진 대상지 ⓒ부산 서구청

지난 11월5일과 6일 이틀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제12회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부산일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 속에 한국의 K방역 위상이 올라간 상황에서 열린 행사라 관심이 높았다. 국내 의료관광 산업은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 장기 성장 추세였다.

다만 중국의 한한령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변수로 국내 의료관광에 대한 새로운 과제가 던져진 상황이다. 그중에서 부산광역시 서구는 지방 최초로 ‘의료관광특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서구의 의료관광특구는 과연 서울의 ‘중구 해피메디컬투어리즘 특구’ ‘강서구 미라클메디 특구’ ‘영등포 스마트 메디컬 특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부산시는 의료관광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규정했다. 수도권에 편중된 의료관광 사업을 더욱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2019년 부산관광공사와 부산경제진흥원으로 나눠 관리하던 의료관광을 부산경제진흥원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그러나 부산경제진흥원을 부산 의료관광사업의 컨트롤타워로 만들었지만, 전문가들은 부산경제진흥원이 부산시의 위탁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의 한 의료관광 관계자는 “부산경제진흥원이 하고 있는 의료관광 지원사업이 마케팅이나 자금지원에 한정된 탓에 의료관광 산업의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면서 “의료관광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의료산업진흥원을 설립해 보건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서울에만 3곳의 의료관광특구 존재

서울 중구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의료관광특구에 지정됐다.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시내 관광과 함께 성형·미용을 특화했다. 이어 이듬해 서울 강서구가 지정됐다. 강서구는 바이오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마곡지구와 공항과 가깝다는 가장 큰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관절·척추질환·불임 등 중점 질환 수술과 장기치료에 필요한 요양,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중증치료형 특구로 성장하면서 의료관광특구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세 번째로 지정된 영등포구는 스마트 메디컬 특구다. 영등포구는 대형병원이 아니라 특화된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정밀수술형 의료특구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의료특구를 추진하고 있는 공한수 서구청장 ⓒ 시사저널 박비주안
서구 의료관광특구를 추진하고 있는 공한수 서구청장 ⓒ시사저널 박비주안

공한수 서구청장의 일성 ‘수도선부(水到船浮)’

공한수 서구청장은 “부산 서구는 우리나라 226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부산대학교병원·동아대학교병원·고신대복음병원 등 상급대학병원이 3개 있는 지자체로 세계적인 선진 의료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서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송도해수욕장, 내원정사 템플 스테이 등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 공항·철도·국제여객터미널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조화된 명실상부한 국제의료관광 도시의 중심도시”라고 말했다.

공 청장은 이어 “일각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구 추진이 적합하지 않다고 이견을 제시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높아진 한국 의료의 위상 속에서 올해 방문하지 못하고 억눌렸던 의료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늦을 수 있다. 물이 차면 배가 떠오른다는 ‘수도선부(水到船浮)’처럼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서구가 준비하는 의료관광특구는 ‘글로벌 스마트 헬스케어 특구’(가칭)다. 암·심뇌혈관 등 중증질환 치료와 관련 연구·개발 분야로 특화된다. 서구는 중증치료와 연구·개발 중심의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관광특구로 만들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규제자유특구 특화사업자 연계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지역상생형 모바일 플랫폼도 활용한다. 의료기관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서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서구는 의료관광특구로 2023년 의료관광객 1만 명, 2026년에는 의료관광객 2만 명, 2030년에는 5만 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000개, 경제파급효과 5000억 원 달성이라는 기대효과를 발표했다. 

전문가의 조언 “서구의 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 

진기남 연세대학교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의료관광이 처음 시작된 2009년 외국인 환자 6만 명 시대에서 작년 49만7000명의 외국인 환자가 입국하기까지 양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면서 “다만 외국인 환자의 유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높은 의료 수준과 관광 인프라로 얼마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의료분야에서 우리나라는 TOP 10 안에 들지만, 관광에서는 35위로 점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자체는 병원 밖에서 환자들에게 안락함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컨시어지 부분을 강화하고, 즐길거리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교수는 이어 “서구의료관광특구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진짜 서구의 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산 하면 바로 떠오르는 해운대의 이미지를 잊고 서구 하면 의료관광이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서구만의 브랜드를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손명기 경기대학교 교수는 “특구 사업은 지역 특화 발전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 인센티브는 적지만 규제특례를 통해 지역 발전을 촉진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면서 “의료관광은 도심에서 건폐율·용적율 완화 특례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 의료관광 환자를 위한 병원들의 증·개축으로 연결돼야지 일반 건축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 역시 ‘서구의 브랜드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서구가 의료관광 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지 각 병원별로 특화해야 한다”며 “각 병원들이 가장 잘하는 특화 서비스가 결국 서구 의료관광의 브랜드이자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다.

서구 의료관광특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보건행정과 담당자는 “서구는 2011년 2799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도에는 3672명의 외국인 환자가 다녀간 부산 최고의 의료관광 지자체”라면서 “부산에서 가장 많은 비율로 외국인 환자가 다녀가는 서구가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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