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 욕심났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1 14: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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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사촌》으로 돌아온 배우 정우

배우 정우. 그는 영화 《바람》(2009)으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물건’으로 불렸던 괴물 연기자다. 《바람》을 인상 깊게 본 신원호 PD가 《응답하라 1994》(2013)에 그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그는 《응답하라 1994》에서 빈틈없는 생활연기로 방영 내내 화제를 낳았다. 

정우가 돌아왔다. 영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와 밤낮으로 그를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정우는 야당 대권주자 이의식(오달수)을 도청하는, 좌천 위기의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아 어설픈 도청팀원들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의 무게까지 더해지며 무한 책임감을 소유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대권의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정우 특유의 디테일한 감성으로 연기했다. 결과는 호평 일색이다

영화 《이웃사촌》은 1280만 명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기도 하다. 정우, 오달수 외에도 김희원, 김병철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정우는 지난 2013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국민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일명 ‘쓰레기’라는 별명을 가진 천재 의대생 김재준 역으로 열연한 바 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연기상 등 그해 거의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이후 그는 영화에 집중한다. 《히말라야》(2015)와 《재심》(2017) 등에서 묵직한 역할을 맡으며 전천후 연기자임을 입증했다. 《히말라야》에서 돌아오지 못한 박무택 역과 《재심》에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 이준영 역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1월1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이웃사촌》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정우를 만났다. 《이웃사촌》은 11월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트리니티픽쳐스
ⓒ(주)트리니티픽쳐스

오랜만의 복귀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처음 대본을 읽을 땐 캐릭터 자체가 감정 기복도 많고, 또 그 감정들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아 ‘내가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 읽자마자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람 냄새가 나서 좋았다. 감독님의 전작 《7번방의 선물》을 재미있게 봤다. 《이웃사촌》을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내가 연기한 대권 캐릭터는 극 중 시대적 상황 속에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도청팀장이자, 가족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다가 점차 옆집 이웃을 통해 조금씩 사람 냄새 나는 인물로 변해 간다. 그 두 모습 간극이 크다. 나중에는 두꺼운 갑옷을 벗은 듯한 느낌의 사람 냄새 나는 인물이 되길 바랐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무엇보다도 연기를 하면서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친구가 될 수 없었던 두 아빠의 우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정우의 연기에 대해 “관객들이 상상하지 못할 연기를 펼친다”며 “평면 스크린에서조차 살아 있는 숨소리가 들리는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에서 오달수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오달수는 자택 격리된 정치인 역할을, 정우는 그 정치인을 도청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한국영화에서 오달수 선배님을 제외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선뜻 떠오르는 작품이 별로 없다. 그간 선배님께서 ‘한국영화에서 큰 역할을 해 주시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관객 입장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선배님을 보면서 반가웠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오달수 역시 정우의 열정과 노력을 극찬했다. 그는 “지금까지 같이 연기해 본 배우 중에서 정우씨처럼 열심히 하는 배우를 잘 못 봤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정이 풍부한,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주)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주)트리니티픽쳐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롭다. 한데 이번 현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현장에 가면 언제나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오)달수 선배님, 어떤 연기를 하든 다 받아주는 (김)희원 선배님, 늘 어깨동무하시는 (김)병철 선배님,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환경 감독님이 계셨다. 심적으로 힘들어 하거나 고민을 넘어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항상 현장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끔 지휘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환경 감독은 정우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내가 감독으로 데뷔할 때 정우가 오디션을 보러 왔다. 내로라하는 배우가 많이 왔는데, 정우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의 정우는 《라이온킹》의 심바, 즉 천방지축 같은 인상이었다. 그게 17년 전이다.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면서 실제로 《라이온킹》 심바가 진짜 라이온킹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감정이 들었다”고 극찬했다.

최근 정우는 영화 홍보차 게스트로 출연한 MBC 라디오 FM4U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에서 결혼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우는 지난 2016년 동료 배우 김유미와 결혼해 딸을 출산했다. 김유미는 출산 후 지난해 미니시리즈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컴백해 출판업계에서 잔뼈 굵은 출판사 총괄이사인 ‘고유선’ 역으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날 정우는 결혼생활에 대해 묻자 “행복하다. 결혼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안정적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처음엔 그 느낌이 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락함이 있더라. 안정적인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을을 타느냐”는 질문에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고 혼자 있는 것도 심심해했는데 어느 순간 나이를 한두 살 먹으면서 혼자 있는 것을 즐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열연한 일명 ‘쓰레기’ 역할에 대해 “나는 대본을 볼 때 ‘이 캐릭터가 나였다면’이라는 전제로 대사나 감정에 접근한다”며 “휴대전화로 내 모습을 찍거나, 동료나 스태프들과 대사를 맞춰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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