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라던 전기車의 배반?···화재·리콜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 김도현 시사저널e 기자 (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20.11.26 10: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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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의 중심 ‘안전 마진’ 주목받는 까닭
“충분한 안전용량 확보하면서 주행거리 늘려야”

전기자동차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 전기차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재와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 조치가 실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세로 떠오르는 전기차가 과연 안전하긴 한 걸까. 

불안감에 불을 지핀 것은 현대자동차의 ‘코나 EV’였다. 지난해 7월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3건의 화재가 보고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출시 직후인 2018년 5월과 8월 시판되지 않은 코나 EV가 울산공장 내에서 불이 붙은 적도 있다.

현대차는 자발적 리콜과 동시에 국토교통부·LG화학 등과 합동으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속출하며 오히려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광저우차의 ‘아이온S’에서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등도 유사한 이유로 리콜이 실시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쉐보레 ‘볼트 EV’ 6만9000대 리콜을, BMW·포드도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에 대한 리콜을 각각 실시하기로 했다. 전기차 화재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이상 기존 내연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다. 배터리가 발화점으로 분류되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은 은연중에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전기차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력 업체들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이라는 점”이라고 귀띔했다. 코나 EV와 볼트 EV 등에는 LG화학 배터리가, 아이온S 화재 차량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각각 사용됐다. 리콜이 단행된 테슬라 모델S·모델X에는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쓰였다. BMW·포드 등에 PHEV 배터리를 납품한 곳은 삼성SDI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계 70%를 넘어선 상위 4개사의 배터리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많이 팔린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빈도가 높다는 의미는 곧 확률 문제로 귀결된다. 복합적인 이유로 전기차에 불이 붙었고, 확률적으로 불이 붙은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가 상위 4개 업체일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최근 일부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일부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무리한 주행거리 경쟁이 화근 됐나

다만 이런 해석만으로 전기차 화재를 100% 설명할 순 없다. 코나 EV·볼트 EV 등과 같이 특정 모델을 중심으로 화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석 역시 유의미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동시에 ‘안전 마진’을 통해 화재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 마진이란 이름 그대로 여유분이다. 배터리 충전량을 극대화하지 않고 일정 수준까지만 충전되게 해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여유분을 뜻한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총량의 80~90%만 사용하게 하면 화재 발생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안전 마진이 충분히 확보될수록 안전성이 높아진다”면서 “최근 완성차업체들의 리콜 역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시스템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하더라도 충분한 안전 마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피로도가 쌓여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전 마진을 무턱대고 늘릴 경우 문제가 생긴다. 충전 전력이 곧 주행거리와 직결된 이상 주행거리 단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의 원인 역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안전 마진 미확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터리업체 연구원은 “마케팅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별로 1회 완충 시 주행거리 경쟁이 심화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에 따라 배터리 충전·사용 용량을 극대화하면서 부족한 안전 마진으로 배터리에 무리가 발생해 화재가 났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사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안전과 전체적인 배터리 생태계의 지속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불이 나지 않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출시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연속 화재를) 산업 육성 초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생각하고, 충분한 안전용량을 확보하면서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안전한 전기차와 배터리 연구·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최근부터 보급이 본격화된 탓에 공신력 있는 전기차 화재 통계치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관련해 고객들이 큰 불안감을 가질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으로 점쳐지며 주목받았을 뿐 기존 내연차에 비해 화재 발생 빈도가 오히려 낮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 확률, 우려할 수준 아니다”

미국 보험협회 안전시험소(Underwriters Laboratories) 켄 보이스 수석엔지니어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1200만분의 1”이라고 추정했다. 전기차 한 대에는 수백 개의 배터리셀이 장착된다. CNN비즈니스는 보이스 등의 전언을 바탕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확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화재방지협회(NFPA)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의 고속도로에서만 총 18만1500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절대 다수는 가솔린·디젤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차였다. 2018년 테슬라는 내연차의 화재 발생 빈도가 전기차의 11배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솔린 연료차량 주행 시 10억 마일당 55건의 화재가 발생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75억 마일당 40건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차 시장에 도전하는 테슬라가 순수 전기차 시장이 태동하는 단계에서 낸 발표인 만큼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참고할 만한 수준의 유의미한 자료”라고 입을 모은다. 또 “이 같은 지표들을 통해 적어도 전기차 화재가 내연차보다 월등히 많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 도출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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