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전까지 ‘개인 면역’ 유지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30 11: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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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 거리 두기와 ‘일주기 리듬’ 반드시 지켜야

정부는 11월7일부터 3단계의 방역 조치 개편안을 적용했다. 기존 3단계 방역에 1.5단계와 2.5단계를 삽입한 것이어서 사실상 5단계로 늘어난 방역 조치다. 그런데 그때부터 신규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11월8일 이후 하루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더니 14일 200명대로 늘어났다. 11월18일부터 하루 감염자가 300명대로 늘어나자 정부는 방역을 1.5단계로 올렸다. 11월24일에는 2단계로 격상했다. 

11월24일을 기준으로 격리 치료를 받는 환자는 3700명을 넘었다. 5000명 이상을 격리 치료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을 겪었던 지난 9월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월9~22일 2주간 확진자 3306명 가운데 14%(453명)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 유입도 전체의 14%를 차지해 다른 나라보다 높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방역 실패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월말이나 7월말 하루 확진자가 10명대로 나올 때가 기회였다. 그때 2~4주 강한 방역으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자 수를 0으로 만들고 해외 유입만 통제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 정부는 경제 피로감을 앞세우면서 공휴일을 만들고 소비도 촉진했다. 결국 국민은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를 느끼고 자영업자는 좌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는 이런 기회를 잡기가 어렵게 됐다. 우리는 10개월 이상 코로나19를 경험했음에도 방역 단계를 올릴 때는 느리게, 내릴 때는 빠르게 하기를 반복해 왔다. 이런 방역 실패가 지금의 3차 유행파로 나타나고 있다. 이 방역 실패의 원인을 8월15일 광복절 집회 참가자 등 일부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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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유행의 4가지 조건 

11월20일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하며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2~3월과 8월에 이어 3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가 1.55 수준까지 높아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1월23일 “매일 환자 동향을 보고 재생산지수를 산출하고 위험도에 따라 판단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이 좀 더 빠르게 진행된 상황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1.55로 많이 올라갔다. 민간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것은 그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감염재생산지수 1.55는 1명의 확진자가 약 1.5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염병 유행에는 4가지 요인이 있다. 바이러스, 숙주, 기후, 방역이 그것이다. 지난 2~3월 국내에서 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 타입이 여름철에 다른 타입으로 변하면서 전파력이 그 전보다 빨라졌다. 반면 숙주 즉 사람의 경각심은 2~3월 1차 유행 때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다. 기후가 건조하고 추워지면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방역은 선제적 고강도 방역보다 확산을 억제하는 수동적 방역을 하고 있다. 올겨울은 이 4가지 요인이 인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김 교수는 “지금대로라면 하루 10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시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4가지 감염병 유행 요인이 올겨울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기후는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인간의 개입이 가능한 요인은 숙주와 방역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다. 최악을 대비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최초의 치료제(렘데시비르)는 더 이상 효과를 인정할 수 없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월20일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에 렘데시비르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렘데시비르가 중증환자에게 생존과 예후를 향상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최근 국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른 조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가 긍정적이라는 소식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11월21일 임상시험 3상 중인 백신(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FDA 심의위원회는 12월10일까지 심의를 마치고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긴급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2월 중에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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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거리 두기 실천이 필요한 시점 

치료제는 없고 백신 효과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백신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쯤이 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감염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개인위생과 개인 면역 두 가지다. 장준희 세란병원 내과 부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면역과 관계가 깊다. 면역이 강한 사람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해도 이겨낼 수 있는 저항력이 있고, 감염돼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 현재 우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철저한 개인위생과 면역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위생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전통적인 감염병 예방수칙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필요하면서도 취약한 부분은 거리 두기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국민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거리 두기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식당과 카페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또 테이블 간 거리가 2m는 고사하고 1m도 안 되는 영업장이 많다. 겨울철이어서 난방을 하면서도 환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바이러스 확산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용어 대신 사람 간 거리 두기를 제안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하면 집회와 같은 대규모 모임을 연상하기 쉽다. 사람 간 거리 두기는 신체적 거리 두기(physical distancing)다. 사람 사이에 2m 이상 거리를 두고 사람을 만나 업무를 보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15분 이내에 마쳐야 한다. 우리가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필요한 방역은 사람 간 거리 두기다. 이를 위해 테이블 간격을 넓혀야 한다. 가족 간에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사람 간 거리 두기를 하면 자연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도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제각각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면 국민은 혼란스럽다. 하나의 목소리로 사람 간 거리 두기를 강조해야 한다. 지금은 무언가를 고려하고 우려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라고 설명했다. 

하루 약 20만 명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누적 확진자가 1224만 명을 넘어선 미국도 물리적인 거리 두기를 재차 강조하는 분위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월17일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안전한 거리를 두면 확산을 늦출 수 있다”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람 간 거리를 6피트(약 2m) 이상 유지하고 집에서도 식기류를 공유하지 말고 세면대도 감염원이 될 수 있으므로 표면에 칫솔을 올려놓지 말라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법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A씨는 “외부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가족 간 거리 두기를 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과 아이들이 있는 공간이 겹치지 않도록 한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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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기 리듬 유지를 위한 수면·햇볕·신체활동·식사

개인 면역은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이겨내는 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 만성질환 탓에 면역이 약한 메르스 감염자의 사망률은 44.3%였고, 평소 면역이 좋았던 사람은 10.7%였다. 코로나19 사망자도 대부분 기저질환 탓에 면역이 약한 60대 이상이 많다.

개인 면역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다. 일주기 리듬이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맞춰진 생리학적 리듬을 의미하며 흔히 하루 생체 리듬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해가 뜨면 잠에서 깨서 활동하고 밤에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것이 일주기 리듬이다. 

이 리듬이 깨지면 우리 몸에서는 이상 반응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 시간에 적응할 때까지 피로하고 밤잠을 설치고 방향감각도 없어지는 시차증이 그런 사례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항상성이 유지될 때 최적의 몸 상태가 된다. 항상성 유지는 일주기 리듬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일주기 리듬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 확인된 방법은 수면·햇볕·신체활동·식사다. 이 방법들을 실천할 때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자고 활동하고 식사하는 시간이 일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면역에 도움을 주는 수면법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일정한 시각에 자고 깨는 습관이다. 평일에 잠이 부족하거나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하루 7시간 수면을 권장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난다면 밤 11시에는 자고 있어야 하므로 10시30분부터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정기영 대한수면학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잠을 잘 자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감염병 유행 시기에 면역력을 높이려면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는 물론 수면 규칙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7시간의 수면 시간에는 서파 수면(slow wave sleep) 시간을 포함해야 한다. 서파 수면 시간이란 인간이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를 의미한다. 이 시간에 멜라토닌이라는 면역증강물질이 왕성히 분비된다. 이향운 이대서울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서파 수면기에 우리 몸은 면역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서파 수면기를 지나면 렘수면기라고 해서 비교적 얕은 잠을 잔다. 그래서 밤 12~3시에는 잠을 자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비타민D가 부족할 때 면역력이 떨어져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비타민D를 가장 손쉽게 얻는 방법은 낮에 20~30분 햇볕을 쬐는 일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실내에만 있지 말고 이따금 집 주변을 산책하면 면역에 필요한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자는 도중에 자주 깨서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즉 햇볕을 쬐면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 

 

장내 유익균에 도움이 되는 식사 필요

외부에서 그냥 햇볕만 쬐기보다 몸을 움직이면 신체활동량도 늘릴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잘돼서 면역세포가 혈액을 타고 몸 구석구석까지 이동하기 쉽다. 몸을 움직일 때 체온이 약간 오르는데 이런 과정에서 면역 기능이 향상된다. 실외 신체활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제격이다. 실내에서도 의자에만 앉아 있지 말고 서 있는 습관을 기르면 좋다. 서 있으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게 된다.

식사도 면역과 관련이 있는데 사람의 면역세포 중 70%가 장에 있기 때문이다.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 흡수, 배설하는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거대한 면역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이 면역세포는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코로나19에 저항성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 차이가 장내 미생물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내에 유익한 균이 많고 활발할수록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먹는 유익균 제품(프로바이오틱스)이나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제품(프리바이오틱스)을 유한양행과 종근당 등 제약사에서 개발하고 출시하는 이유다. 매일 식사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유익균이 많은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자주 먹는 것이다. 또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섬유소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된다.

특히 채소와 과일에는 자외선이나 해충·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물질인 ‘식물영양소’가 있다. 양파·사과의 케르세틴, 녹차의 카테킨, 포도의 안토시아닌, 토마토의 라이코펜 등 그 종류만 2만5000가지가 넘는다. 식물영양소는 면역 기능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항산화 성분도 포함돼 있어 세포의 노화도 예방한다. 그래서 식물영양소를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물에 이어 ‘제7의 영양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효식품이든 섬유소가 있는 채소든 음식을 섭취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일정한 시간에 먹는 습관이다. 하루 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챙기는 것을 말한다. 중간에 간식을 먹어 끼니를 건너뛰는 식습관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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