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복귀→연기…‘추·윤 대첩’ 희비 엇갈린 급변의 하루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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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복귀 결정되기까지 하룻동안 급박한 전개
반격 거듭하던 秋·尹, 숨고르며 징계위 전략 고심
전날 법원의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날 법원의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윤 대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향후 정국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던 12월1일 하룻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각종 '결정'과 '통보' 속에 '반격'을 주고 받으며 숨 쉴틈 없이 휘몰아쳤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각각 행정법원의 판단과 법무부 감찰위의 권고, 고기영 차관의 사퇴와 징계위원회 연기 등 일련의 과정을 복기하며 오는 4일 열릴 징계위 전략을 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패싱 논란' 속 감찰위 회의 시작

1일 오전 10시, 강동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임시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위원 11명 중 7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 측에서는 특별대리인으로 이완규 변호사와 손경식 변호사가, 법무부에서는 류혁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감찰위원회의 요청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도 출석했다. 이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재판부 사찰 의혹 관련 문건이 죄가 안된다는 결론을 냈지만 감찰 보고서에서 삭제됐다'는 취지의 폭로 글을 올린 인물이다. 

위원들은 당초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사안을 감찰위를 거치지 않고 징계위로 직행하려 했다는 점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성토'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류 감찰관과 박 감찰담당관, 이 검사가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정세균 총리 만난 추미애 장관

감찰위가 열리던 시각, 추 장관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독대했다. 추 장관은 오전 9시45분께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국무회의를 앞두고 10여분 간 정 총리를 만났다. 전날 정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만큼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후 추 장관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오전 11시15분께 청와대에 도착해 문 대통령을 만났다. 윤 총장의 징계 절차와 직무배제 효력에 대한 법원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추 장관이 잇달아 문 대통령과 정 총리를 만나면서 '동반 사퇴'를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퇴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독대한 뒤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독대한 뒤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찰위 "尹 징계청구·직무배제 부당" 결론

오후 2시30분을 전후한 시각, 감찰위는 법무부의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찰위는 3시간 동안 이어진 논의 끝에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냈다. 

감찰위는 절차적 문제가 있는 감찰 결과에 기반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 역시 부적절하다고 봤다.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역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징계 청구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윤 총장 측의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감찰위의 자문은 강제력이 없고 이날 결과는 어느정도 예견돼 왔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사들이 참여한 기구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첫 공식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 지속 여부와 징계위 일정 변화 가능성이 감찰위 발표 이후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감찰위 결과에 대해 "향후 징계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오늘 감찰위의 권고 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밝히며 징계위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 발표를 통해 문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거론되던 징계위 전 '동반사퇴' 가능성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반격 시작한 윤석열

감찰위 권고사항이 나온 후에도 추 장관이 징계위 강행 뜻을 시사하자, 윤 총장은 반격 카드를 내밀었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법무부에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징계심의 과정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징계기록 열람·등사, 징계 청구 결재문서, 징계위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법무부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윤 총장 측은 감찰에 관여한 검사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 지휘와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부서 책임자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을 알려주지 않아 기피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일 변경이 없을시에는 현장에서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법무부를 압박했다.  

 

법원 "尹 직무배제는 사실상 해임" 

윤 총장 측 반격이 시작되던 무렵 서울행정법원은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 판단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은 본안 소송인 직무 집행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판결이 나온 뒤 30일까지 효력을 잃게 됐다.

법원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점과 '긴급할 필요성' 모두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은 직무 정지 동안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 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신청인에 대한 직무 정지가 지속되면 검찰총장 임기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 지난 2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청사로 나와 업무에 복귀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이 나오자 지난 2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청사로 나와 업무에 복귀했다. ⓒ 연합뉴스

일주일 만에 출근한 윤 총장

법원의 결정으로 윤 총장은 직무 정지 7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40분여 만인 오후 5시10분께 자택에서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대검에 도착한 윤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분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 내려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추 장관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관에서는 총장 직무를 대행하던 조남관 대검 차장 등 간부들이 윤 총장을 맞았다.

 

차관 사의표명·징계위 연기 결정

법원 판단이 나오고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자,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고 차관은 이미 전날 오후 추 장관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추 장관이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사퇴'가 아닌 법무부 차관 인선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고 차관의 사의표명은 징계위 개최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징계청구권자로서 징계위에서 빠지면 고 차관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위원장이 사표를 내면 징계위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검찰 출신인 고 차관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맡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결국 징계위를 기존 2일에서 이틀 연기해 오는 4일 열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직무정지라는 임시조치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징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尹 "국민의 검찰 되도록 노력" 메시지

윤 총장은 복귀 후 전국 검찰공무원에 메일을 보내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여러분들의 열의와 법원의 신속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며 "저도 여러분의 정의로운 열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여권과 추 장관의 압박에도 '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숨가쁜 하루를 보낸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각각 징계위까지 남은 이틀 동안 대응 방안을 고심하며 적극적으로 위기 타개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임명할 차관 인선에 시선을 둔 채 감찰위와 법원 판단에 따른 부담감을 동시에 뚫고 나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검찰 출신 차관을 지명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 내부 결속을 다지며, 징계위 준비와 함께 결과에 따른 소송 대응 전략 등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에 더해 ‘재판부 사찰’ 의혹 관련 수사 의뢰까지 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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