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 갈래 정권수사, 여권의 화를 돋우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4 14: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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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검찰 수사에
추 장관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권 남용” 직격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야당을 끊임없이 압박할 것이다.” 지난해 7월 나경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는 이러한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에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하자 나온 비판이다.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청구했고, 야당은 오히려 윤 총장을 감싸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추 장관은 11월5일 국회에서 윤 총장을 겨냥해 “정권을 흔드는 것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미화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권 수사가 ‘윤석열 찍어내기’의 촉매제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검찰의 정권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최재형 감사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1. 월성 원전 수사 

■ 사건의 경과

월성 원자력발전소 수사는 정권의 핵심 정책을 찌른 촌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해에 대체 에너지 개발 공약 이행을 위한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했다. 주요 계획 중 하나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였다. 이 계획은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폐쇄를 결정하면서 실행에 옮겨졌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지난해 12월 이를 의결했다. 하지만 감사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1년 동안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지난 10월20일 나왔다. 요지는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국민의힘은 10월22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관계자 1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도 감사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은 11월5일 산업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포함됐다. 

■ 수사 및 공소유지 상황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수사는 12월1일 윤 총장의 업무 복귀로 탄력을 받게 됐다. 대전지검은 12월2일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총장은 이날 바로 청구를 승인했다. 그는 전날 법원이 직무배제 효력을 중지하자마자 원전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산업부 공무원들에 관한 혐의는 보강됐다. 앞서 대전지검은 11월 중순에도 구속영장 청구의 필요성을 보고했었다. 당시 적용한 혐의는 ‘감사 방해’였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추가 수사를 요구했다. 이를 전달받은 윤 총장도 “감사 방해만으로 영장 청구는 부적절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감사 방해 혐의는 형량(1년 이하 징역형)이 적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전지검은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와 방실침입 혐의 등을 덧붙였다. 모두 인정되면 형량은 10년으로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산업부 공무원 3명은 12월4일 오후 2시30분 대전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결과는 이날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이들의 구속은 원전 수사의 본문을 열어젖힐 단초로 풀이된다. 이번 수사의 궁극적 목적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에 대한 정부의 조작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운규 전 장관을 넘어 채희봉 사장의 개입 정황까지 드러나면,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12월3일 새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한 이용구 변호사가 백 전 장관의 변호를 맡아온 사실이 알려졌다. 이 차관은 변호인 사임계를 냈다. 

송철호 울산시장 ⓒ연합뉴스

2.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 사건의 경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은 총 13명이다. 이 중에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전직 청와대 인사 5명이 포함돼 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이다. 황운하 전 청장과 한병도 전 수석은 이번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유력 인사가 피고인 명단을 채운 이 사건은 2년 전부터 윤곽을 드러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시장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군에 올라왔다. 김 전 시장은 그해 3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공천이 확정됐다. 그런데 같은 날 울산경찰청이 김 전 시장을 압수수색했다. 그의 측근이 아파트 건설에 특정 하청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다. 타격을 입은 김 전 시장은 결국 송 시장에게 과반의 득표율을 내주며 패했다. 이후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의 결정은 무혐의였다.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건 이듬해다. 선거 전인 2017년 10월에 김 전 시장 측근 비리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달책은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전 부시장이었다. 이를 근거로 “김기현 수사는 청와대의 하명수사”란 의혹이 불거졌다. 이 수사로 이득을 본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오랜 친구라는 점도 의혹에 설득력을 더했다. 

청와대가 의심을 받는 지점은 또 있다. 2018년 2월 한병도 정무수석이 송 시장의 당내 경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한 수석은 경선 경쟁자(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을 포기하면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혐의를 모은 서울중앙지검은 청와대 인사를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송 전 부시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피고인 13명 모두 지난 1월29일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 수사 및 공소유지 상황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일단락됐지만 진전이 없다. 11개월째인 지금까지 재판이 시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판준비기일만 다섯 번 열렸는데, 핵심 피고인은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공소유지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올 8월 법무부 인사조치로 대거 개편됐다. 14명이던 소속 검사는 9명으로 줄었고, 부장검사도 바뀌었다. 또 검찰은 그동안 기소한 피고인들 외에 또 다른 청와대 인사를 같은 혐의로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그들이다.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1월에 한 차례씩 이뤄졌다. 다만 추가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3. 라임·옵티머스 청와대 연루 의혹 수사

■ 사건의 경과

“의혹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지난 10월14일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나온 말이다. 발언의 주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수사 대비를 끝냈다는 해석과 함께, 사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어찌 됐든 분명한 건 있다. 검찰이 청와대와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사건은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사기 행각으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일이다. 총 피해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사모펀드 운용사는 비슷한 시기에 문제를 일으켜 일련의 사태로 묶이게 됐다. 또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여권의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난 점도 공통적이다. 

우선 라임은 지난해 7월 코스닥 부실기업 채권을 거래하면서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샀다. 3개월 뒤 라임은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시기 조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올 2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펀드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면서 위법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는 것. 같은 달 검찰은 라임 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라임의 돈줄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겨냥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을 위한 로비스트 역할도 맡았다. 그는 김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금감원 내부 문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행정관을 4월 구속했다. 뒤이어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도 체포했다. 이들 셋은 모두 구속 기소됐다. 

이때부터 김 전 회장의 로비 관련 폭로가 시작됐다. 시사저널은 11월10일 김 전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거론된 김 전 회장의 로비 대상은 모두 여권 인사들이다. 또 김 전 회장은 10월 재판에 나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는 올 6월 환매 중단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음 달 금감원은 옵티머스와 관련해 “안전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는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김재현 대표와 윤석호 사내이사 등 경영진 3명을 구속했다. 또 김 대표가 작성했다는 ‘대책 문건’도 확보했다. 여기에는 청와대 직원 5명과 민주당 인사 8명 등 20여 명이 옵티머스 내부 관여자로 적혀 있다고 한다. 

청와대와의 접점은 또 발견됐다. 윤 이사의 부인 이진아 변호사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그는 옵티머스 환매 중단이 결정된 지난 6월 청와대를 나왔다. 무엇보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지분 9.85%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옵티머스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된 자회사 셉틸리언의 최대주주(50%)다. 그 밖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 A씨와 청와대에 파견 근무했던 검찰수사관 출신 B씨도 특정됐다. 검찰은 이들이 옵티머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 수사 및 공소유지 상황

라임·옵티머스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재판은 시작됐다. 단 라임 사태는 김봉현 전 회장이 ‘검사 술접대’ 의혹을 꺼내들면서 혼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를 11월15일 소환조사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여권 인사에게 로비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추 장관은 이와 관련해 ‘라임의 검사·야권 로비 은폐 의혹’을 윤 총장의 감찰 대상에 올렸다. 단 12월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결론 내면서 정당성이 흔들리게 됐다. 

추 장관의 감찰 지시 사안 중에는 옵티머스 관련 내용도 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김재현 대표에 관한 수사의뢰를 받았는데, 이듬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번 옵티머스 수사는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검찰은 11월 한 달 동안 옵티머스 핵심 로비스트 3명을 구속했다. 옵티머스의 또 다른 돈세탁 창구로 의심받는 관계사 해덕파워웨이의 박윤구 전 대표도 구속 기소했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표 이전에 해덕파워웨이 대표를 맡았던 이아무개씨가 검찰에 불리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11월17일 “검찰이 이 전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5억원을 세탁한 뒤 검찰 로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근은 11월20일 시사저널에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 요청하고 (서울신문에 대해) 고소·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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