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경고 “눈먼 자들의 도시 되면 안돼” (下)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8 10: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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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우주 고대 교수 “사람 간 2m 신체적 거리 두기가 반드시 필요해”
“정부는 전문가의 지적에 제발 좀 귀 기울여주기를”

※앞선 ☞코로나 대유행 경고 “눈먼 자들의 도시 되면 안돼” (上)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11월26일 서울 동작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경각심은 왜 떨어졌을까.

“올해 2~3월에는 메르스 때를 상기하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금은 젊은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경각심이 풀어졌다. 코로나19는 ‘야누스’ 바이러스다. 치사율이 80대에서 20%대(5명 중 1명), 70대에서는 7%(13명 중 1명), 60대에서는 1.5%다. 그 이하는 0.2%다. 60세를 기점으로 그 이상과 이하의 치사율은 45배 차이가 난다. 60대 이상에서 코로나19는 악마의 모습이다. 그래서 고령자는 움직임을 자제한다.

그러나 20~30대는 사망자가 없다시피 해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20~30대에게 코로나19는 천사의 모습이다. 게다가 모 전문가는 코로나19가 독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젊은 사람은 운이 나빠서 코로나19에 걸린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각심이 떨어졌다. 여전히 무증상이나 경증에서 전파는 일어난다. 자기만 앓고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이 감염원이 돼서 고령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감염시켜 심하게 말하면 간접 살인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영악해 젊은 사람을 퍼뜨리는 매개체로 이용하고 고령자는 먹잇감으로 삼는다.”

11월부터 감염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방역 3단계 개편안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보나. 

“기존 3단계보다 기준이 느슨해졌다. 하루 평균 50명 발생이던 1단계 기준을 240명으로 즉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자 11월말 현재 하루 감염자가 500명대로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만든 방역 단계를 정부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11월24일까지 주간 평균 확진자 수가 316.3명으로 2단계 기준을 충족했으나 방역 단계를 격상하지 않았다. 임의로 방역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면 방역 단계를 없애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은 혼란에 빠지고 정부를 믿지 않게 된다. 방역 단계는 올리지 않으면서 ‘집에 있어라, 모임 피하라’고 한들 국민이 따르겠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다.” 

정부는 원래 방역 단계에 없던 ‘2단계+알파’ 카드를 꺼냈다. 효과가 있을까.  

“수도권 방역을 2단계로 올린다면서도 인천은 뺐다. 또 하루 평균 400명이 발생해 전국 2.5단계에 해당하는데도 방역 단계를 격상하지 않았다. 대신 ‘2단계+알파’를 시행했다. 이것을 창의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비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목욕탕에 가서 접수하고 탈의하고 화장실, 온탕, 냉탕 다 사용해도 되지만 한증막과 사우나는 안 된단다. 사실 고온이고 습도가 높은 한증막과 사우나에는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어렵다. 그리고 경제와 국민 피로감 때문에 방역 단계를 강하게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집에 있으라고 읍소한다. 국민이 집에 있으면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나. 피로감은 더 쌓일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어서 정부의 속내가 뭔지 궁금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11월30일 서울 홍대거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이 의자와 테이블을 치우고 테이크 아웃 주문만 받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방역 정책에 전문가 의견은 반영되고 있나.

“정부는 생활방역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듣기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8월 2.5단계로 올릴 때도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미적거려 문제가 됐고, 하루 확진자가 50명 미만이 아닌데도 1단계로 내렸다. 10월 들어 단풍 구경, 추석 등이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방역 단계를 느슨하게 개편하지 않았나. 경제를 고려한 정책이니까 좋다. 그러면 결정한 정책을 적어도 고지식하게 지켜야 한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범칙금을 매기고 공무원을 징계하고 시험을 못 보게 하겠다며 국민만 옥죄고 있다. 하루 200명대 확진자가 나올 때 정부는 그 수치만 본다. 나는 기자들에게 그 수치는 일주일 전이고 현재는 400~500명일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며칠 만에 400~500명대로 늘어났다. 나는 정부의 말을 고지식하게 믿어왔다. 그러나 요즘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정부가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나.

“코로나19 유행이 만 11개월 지났는데 정부의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아 잘 이해가 안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아니라고 했다가 그다음 날 3차 유행을 선언했다. 하루 만에 시각이 180도 바뀐다는 것 자체가 상황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가 열이 나면 열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부는 암이 아니라고 했다가 그다음 날 암이라고 진단한 격이다. 그러니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이래서는 영(令)이 안 선다.”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코로나19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신종 감염병이다.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는 자세의 기본은 겸손이다. K방역을 과신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모르는 것이 더 많다. 11개월 동안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그에 맞게 대책도 진화해야 맞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 늘 1~2주간 두더지 잡기식 계획을 반복할 뿐이다. 매번 1~2주간 방역을 해 보고 판단하겠다고만 한다. 최근에도 12월1일부터 방역 ‘2단계+알파’를 일주일간 해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방역은 심증이나 희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중장기 계획이 없다고 보는가. 

“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백신을 선구매로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전체에 지원금 주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서 10만원씩이라도 떼서 백신 선구매를 위해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필리핀·인도도 선구매를 진행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3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감염이 터졌을 때는 초기이고 모르는 것이 많아 방어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지식도 쌓아 방역에 활용해야 하는데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정부의 방역 태도는 아마추어 수준이다.” 

전문가로서 국민에게 메시지를 준다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안전(safety)이다. 국민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상황을 나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다. 눈뜬 자만이 바이러스의 정체와 유행 상황을 정확히 알고 주의할 수 있다. 눈을 감고 뜨는 문제가 아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하지 않으면 눈을 감은 것이다. 나는 안 걸릴 것이다, 또는 나는 젊으니까 걸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눈을 감는 것이다. 남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이 걸리고 사망하는 위험한 일이 생긴다. 나는 30년 동안 감염병만 연구해 와서, 100%는 아니더라도 앞날이 보인다. 더 나아가 정글 등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동물을 해치지 말고 야생 짐승을 함부로 잡아먹지 않는 것이 우리를 위한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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