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기량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이적설’도 함께 달아올라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6: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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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과 재계약 임박한 손흥민
언론들 “유럽 최고 명문 어느 팀이든 손과 함께하길 원한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12월18일 자신의 축구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골잡이 고(故) 페렌츠 푸스카스를 기념해 그 해 최고의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을 차지한 것이다. 루이스 수아레스,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2016년 말레이시아의 수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2019년 12월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은 70m를 질주하며 골키퍼 포함 6명의 상대 선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신기의 드리블로 골을 넣었다. 과거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넣은 골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FIFA는 “자기 진영에서 반대편 골네트를 흔들 때까지의 12초는 황홀했다. 페이스, 파워, 끈기, 간결한 마무리 등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2008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SV 유스팀과 계약을 맺은 손흥민은 2010년 성인팀으로 승격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과거 차범근이 활약한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치며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된 골잡이로 올라선 그는 2015년 여름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올 시즌 환상의 파트너인 해리 케인과 공격 조합을 이룬 손흥민은 리그 14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리며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호평받는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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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가치 업고 주급 대폭 상승 예상되는 재계약 앞둬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에서 대체 불가한 자원이 됐다. 이전에는 케인, 델리 알리 같은 잉글랜드 자국 스타들의 뒤에 선 ‘서브 주연’이었다면, 이제는 당당한 팀의 얼굴이다. 지난 시즌 케인이 장기 부상으로 빠진 사이 홀로 토트넘 공격을 이끌며, 시즌 도중 부임한 조세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은 결과다. 올 시즌 손흥민이 해결사를 맡고, 케인이 골과 도움 모두 능한 파트너가 되며 토트넘은 우승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1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페널티킥 없이 순도 높은 필드골만 올리며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11라운드 아스널전에서는 팀의 승리를 이끄는 환상적인 득점으로 로비 킨, 케인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5시즌 연속 리그 10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자신의 한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인 21골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꾸준하고 폭발적인 플레이에 이제는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에서도 스타성이 충만한 손흥민을 잡기 위해 토트넘은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 2023년 여름으로 종료되는 기존 계약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다. 동시에 타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상쇄한다. 만에 하나 이적 시에는 긴 잔여 계약기간에 대한 보상도 요구할 수 있다.

지난 11월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손흥민과 토트넘의 재계약 협상은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계약기간은 2025년으로 2년 더 늘어난다. 손흥민은 현재보다 6만 파운드 더 늘어난 주급 20만 파운드(약 2억9000만원)를 받게 되는데,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150억원이 넘는다. 케인과 더불어 팀 내 최고 대우가 예약됐다.

무리뉴 감독도 손흥민의 재계약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손흥민과 다니엘 레비 회장을 믿을 뿐이다. 두 사람 모두 가능하면 평생 토트넘에서 함께하자고 얘기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손흥민이 결국 재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압박하거나 미리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세계적 에이전시와 계약한 손흥민, 이적 가능성도 열려 있다?

토트넘과의 재계약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손흥민의 이적설도 꾸준히 보도되는 상황이다. 스페인 매체 피차헤스닷컴은 12월21일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 중인 손흥민은 팀이 합당한 대우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떠날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유벤투스, 인터밀란(이상 이탈리아) 등 여러 팀이 손흥민을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하나같이 유럽 10대 클럽에 꼽힐 만한 최고의 명문팀들이다. 재계약 협상이 처음 보도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명문 클럽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스페인의 ‘Que’는 아예 레알 마드리드가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손흥민을 원한다”고 설명한 뒤 “첼시를 비롯해 몇몇 팀의 제안을 받았지만 토트넘은 거절했다. 이제는 페레스 회장이 (손흥민의) 영입전에 참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 감독과 갈등이 깊은 간판 스타 가레스 베일을 토트넘으로 임대 보낸 상태다. 과거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을 거래하며 관계가 깊어진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스 회장과 토트넘의 레비 회장이 베일의 완전 이적을 전제로 손흥민 관련 협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건 지난여름부터 꾸준히 흘러나온 얘기다.

손흥민의 기량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유럽의 어떤 빅클럽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레전드인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게리 네빌과 제이미 캐러거는 2020년 프리미어리그 베스트11을 선정하며 손흥민을 나란히 언급했다. 현재 유럽 최고의 측면 공격수 중 한 명인 사디오 마네 대신 손흥민을 왼쪽 측면에 선정했다. 마네는 레알 마드리드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선수 중 한 명이다. 네빌은 “손흥민은 확실한 월드 클래스다. 레알 마드리드든, FC 바르셀로나든, 바이에른 뮌헨이든, 파리 생제르맹이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든 어떤 클럽이든 데려올 수 있다면 그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또 다른 소식도 있다. 손흥민의 소속사 ‘손앤풋볼리미티드’는 지난 10월28일, 미국 3대 연예스포츠 에이전시인 CA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가 주도하는 소속사가 국내에서의 활동이나 상업적 활동을 이끌지만 재계약 혹은 이적 업무는 CAA가 맡는 방식이다. 이 발표 시점이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재계약에 돌입하던 때여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CAA의 주요 클라이언트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다비드 데 헤아(레알 마드리드), 하메스 로드리게스(에버턴) 등 세계적인 선수가 있다. 손흥민과 함께하는 무리뉴 감독도 CAA의 고객이다. 레비 회장도 CAA 산하의 BASE라는 런던 소재 에이전시와 깊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많은 거래를 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CAA와의 파트너십은 손흥민과 토트넘의 재계약 협상을 위한 창구로 보인다. 하지만 CAA와 연관된 또 다른 인물로는 세계 최고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가 있다. 포르투갈 출신인 멘데스는 호날두와 무리뉴 감독을 비롯해 포르투갈의 스타들을 앞세워 축구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슈퍼 에이전트’로 유명하다. 유럽 빅클럽의 이적시장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슈퍼 에이전트와의 공조 체제는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든, 향후 이적을 택하든 최상의 옵션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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