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반드시 웃는다, 재기 준비하는 2021 극장가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1 14: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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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라인업…사극 열풍·블록버스터 총공세 예고돼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를 집어삼켰던 2020년을 뒤로하고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극장가가 예년과 같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단 라인업으로만 보면 희망적이다. 2020년 개봉을 기약 없이 미뤄야 했던 작품들과 차곡차곡 촬영이 진행됐던 신작들이 진진하다. 스타 감독과 배우의 귀환, 인기 시리즈들의 속편 경쟁이 치열하다.

영화 《자산어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덩치’들이 몰려오는 한국영화계

새해에는 한국영화계에 한동안 뜸했던 사극과 시대극 열풍이 불어닥칠 태세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숨을 가다듬으며 개봉을 기다린 작품들이다. 우선 2014년 개봉해 1700만 관객을 모으며 전국에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명량》의 속편이 돌아온다.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이순신 장군 이야기 《한산: 용의 출현》이다. 명량대첩이 일어나기 5년 전, 조선을 방어하려는 이들의 전략이 담겼던 한산해전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은 이 작품 이후 노량해전까지 임진왜란 3대 대첩을 거대한 스케일로 기획한 바 있다. 최민식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순신의 얼굴이 될 박해일을 비롯해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등이 출연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또 한 편의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다.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의 이야기다. 그는 청년 어부 창대의 도움을 받아 200종이 넘는 한국의 어종을 자세히 기록한 책을 집필한다. 이준익 감독은 이 작품을 전작 《동주》(2016)와 마찬가지로 흑백영화로 찍었다. 설경구가 정약전을 연기한다. 바다가 무대인 사극 판타지 액션 《해적》도 두 번째 이야기 《해적: 도깨비 깃발》로 돌아온다. 속편이라고는 해도 2014년 개봉작과 달리 감독·배우가 전부 바뀐 새판이다. 조선 건국 이후 사라진 고려 왕실의 마지막 보물을 찾으려고 바다로 모여든 이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를 그린다. 강하늘과 한효주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영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윤제균 감독의 《영웅》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죄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를 배우 정성화가 연기한다. 2009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며, 이 영화 역시 뮤지컬 형식이다. 류승완 감독은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을 모티브로 한 신작 《모가디슈》를 선보인다. 김윤석과 조인성이 아프리카에서 외교전을 펼치던 남한 측 인물들로 출연한다.

스타 감독과 배우들의 차기작도 줄을 잇는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복귀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서경 작가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에게 관심을 품고 동시에 의심하게 되는 스토리를 줄기로 한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출연하며, 2020년 말부터 촬영이 진행 중이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비상선언》은 《관상》(2016), 《더 킹》(2017) 등을 흥행시킨 한재림 감독의 신작.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항공 재난영화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펼쳐낼 예정이다.

영화 《서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20년 말에서 새해로 개봉을 연기한 《서복》도 준비태세를 갖췄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공유가 정보국 요원을, 박보검이 복제인간 ‘서복’을 연기한다. 《건축학개론》(2012)을 연출했던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동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었던 배우 최민식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돌아온다. 신분을 숨기고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 천재 수학자가 한 고등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007 노타임 투 다이》ⓒ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외국 영화 '속편 러시'도 눈여겨볼 만

2020년 개봉 계획이 헝클어지면서 새해 외화 블록버스터 시장 역시 그야말로 박 터지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눈에 띄는 경향은 ‘속편 러시’다. 킹스맨 탄생의 기원을 좇는 세 번째 이야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물다섯 번째 007 시리즈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은퇴작으로 알려진 《007 노타임 투 다이》, 2020년 내내 촬영 중단에 시달려야 했던 《미션 임파서블 7》도 예정대로라면 2021년에 돌아온다. 톰 크루즈에게는 좀 더 특별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뿐 아니라 《탑건》(1986)의 매버릭으로도 복귀하기 때문이다. 속편 《탑건: 매버릭》은 전편에서 30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다.

극장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춰야 했던 MCU의 슈퍼히어로들도 귀환한다. 3월 《팔콘 앤 윈터 솔져》를 시작으로 5월에는 어벤져스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단독 영화 《블랙 위도우》, 아시아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MCU 영화인 《상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즈》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11월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가 공개된다. 초인적 힘을 지닌 불사의 종족 이터널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한편 한국 SF영화 《승리호》가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와 손잡았듯, 막대한 제작비 회수라는 과제에 직면한 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OTT(Over The Top) 서비스와 손잡는 양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선봉에 선 회사는 워너브러더스. 2021년의 모든 개봉작을 자사 산하 OTT 플랫폼 HBO Max에 동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원더우먼 1984》는 북미에서 지난 12월25일 HBO Max 스트리밍 시작과 더불어 한정된 극장에서 개봉됐다. 워너브러더스는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대처하는 ‘일시적 방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해 HBO Max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은 드니 빌뇌브 연출의 SF 《듄》, 2000년대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인 《매트릭스》의 네 번째 속편, 《톰과 제리》 실사판, DC 코믹스의 악당들이 재결합한 《수어사이드 스쿼드2》 등이다.

워너브러더스의 이 같은 결정은 북미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장 체인 AMC의 주가가 폭락했고, 관계자들이 “HBO Max의 수익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20년간 워너브러더스와 손잡고 작품을 만들어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이미 지난 12월초 공개 성명을 냈다. 그는 “워너브러더스가 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그들의 판단에는 어떠한 경제적 감각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드니 빌뇌브 등 감독들도 기존 극장 개봉을 더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HBO Max의 한국 상륙은 미정이다. 

박스) 안팎으로 심상치 않은 <미나리>

상반기 개봉을 앞둔 <미나리>는 현재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재미교포 아이삭 정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미국 남부에 새롭게 터를 잡은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윤여정의 연이은 현지 수상 소식에 더해 이미 아카데미시상식 레이스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중이다. 투자 배급사 A24와 브래드 피트의 회사로도 잘 알려진 Plan B가 합작한 이 영화의 국적은 분명 미국.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된 사실이 알려지며 인종 차별 문제까지 불거졌다. 2020년 2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호평과 수상이 이어지고 있는 <미나리>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웃을 수 있을까? 양국의 관심이 이 영화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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