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여론조사] 與는 ‘박영선’, 野는 ‘안철수’…가상 맞대결에선 ‘안철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1: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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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서울 시민 1003명 여론조사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둔 서울 민심 분석

원래대로라면 2021년은 선거가 없는 정치적 휴지기였다. 여권으로서는 2020년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발판으로 집권 말기 권력누수 현상을 최대한 억제한 뒤 2022년 3월 대선을 준비하면 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돌발 악재가 터졌다.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파문에 따른 사퇴로 예정에 없던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생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소 1승1패를 목표로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윤석열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40% 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큰 선거니만큼 여권으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보기에 따라 시점이 정확히 예고된 레임덕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한다. 만약 서울시장 자리마저 야권에 내줄 경우 여권 내에선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으며, 특히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선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맞대결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양 진영 모두 어떤 식으로든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 국민적 관심을 높이느냐가 선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최준필·박은숙

여야, 후보 단일화 방식 놓고 기싸움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4·7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도 서울 민심의 향방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조사는 서울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성 508명, 여성 495명 등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역별 편차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을 북동부권(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구), 중서부권(마포·서대문·용산·은평·종로·중구), 남서부권(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 강남권(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의견을 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2월26~27일 이틀간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선거를 3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 특히 야권은 언제,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루느냐를 놓고 ‘기 싸움’에 돌입한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원내대표 출신 우상호 의원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 등도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사태로 흠집이 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강성 친문(親文)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서울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36.3%가 박영선 장관을 선택했다. 2위는 추미애 장관(21.7%)이었다. 오차범위(±3.1%p)를 벗어난 차이였다. 그 뒤를 박주민 의원(18.6%), 우상호 의원(12.4%)이 이었다. 박 장관은 전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얻은 반면, 추 장관은 20대(18~19세 포함)를 비롯한 젊은 층의 지지율이 비교적 높게 나왔다. 범진보진영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도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열린민주당에서는 김진애 의원이 지난 12월27일 출사표를 던졌다. 범진보진영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범보수진영에서는 훨씬 더 많은 후보가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종구·이혜훈 전 의원이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현재 서울시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전직으로는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경남대 교수 출신인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월28일 출마의사를 밝힌 상태다.

안철수, 非강남권에서 지지도 더 높게 나와

그러나 국민의힘을 비롯해 야권의 고민은 따로 있다. 다양한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다. 지지층 결집에서 여권보다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기에 선거를 백중세로 이끌기 위해선 후보의 대중성이 더욱 중요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2월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야권 단일후보를 전제로 한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8년 도전 이후 두 번째다.

야권은 안 대표의 출마가 다른 잠룡들의 도전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10년 전 보궐선거로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넘겨준 오세훈 전 시장이 자신의 부인에도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맡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을 준비 중이다. 강성 친문의 비판을 받아 2020년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제3지대’ ‘반문(反文) 빅텐트’를 명분으로 한 단일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안철수 대표가 치고 나간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이 바로 밑에서 추격하는 ‘1강 2중’ 판세다.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응답자의 39.6%가 안 대표를 야당 후보의 적임자라고 답했다. 18.8%는 나 전 의원을, 15.6%는 오 전 시장을 각각 적임자라고 답했다. 역시 오차범위를 벗어난 1위다. 안 대표는 20대 젊은 층에서 절반이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고, 30대에서도 역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을 크게 앞섰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 등 국민의힘 후보보다 오히려 안 대표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는 점은 향후 ‘제3지대 통합론’이 한층 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안 대표의 지지도는 강남권보다 비(非)강남권에서 비교적 높게 나와 ‘강남당’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경우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 대표는 4개 권역 중 남서부권의 지지율이 45.2%로 가장 높았다.

조은희·금태섭·이혜훈·이종구·박춘희 후보는 모두 서울시민 지지율이 5% 미만을 기록했다.

박영선, 40대 뺀 전 연령층에서 안철수에 ‘열세’

현재의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로 정리된다. 여야 모두 단일화가 중요한 과제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은 안철수 대표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지난 12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대표가 본인 중심의 플랫폼 단일화를 주장했는데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실제로 위협적일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범진보)는 결국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며 열린민주당을 향해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현 상황에서 야권 분열은 곧 여권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박영선 장관을 내세우고,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각자 출마하는 ‘3자 구도’가 된다면 여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자 구도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 장관이 35.5%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1위로 나왔고, 안 대표는 26.0%, 나 전 의원은 19.4%를 각각 기록했다.

박 장관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81.5%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열린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70.4%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야권은 분열된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서울 시민 가운데 안 대표 지지율은 40.8%, 나 전 의원은 47.7%를 기록하며 분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국정운영을 잘한다(매우 잘함+ 잘하는 편)’고 답한 응답층에서 박 장관 지지율은 79.3%였다. 반대로 국정운영에 불만을 가진 ‘잘못한다’(매우 잘못함+ 잘못하는 편)는 응답층에서는 안 대표(40.7%)와 나 전 의원(32.6%)의 지지율이 역시 분산됐다. 

그렇다면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 ‘양자 구도’의 가상대결은 어떨까. 야권이 나경원 전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범여권의 박 장관과 맞대결을 펼친다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서 서울 시민의 여론은 근소하게나마 ‘박 장관 우세’로 나타났다. 박 장관의 지지율은 37.5%, 나 전 의원은 32.9%였다. 

‘박영선-나경원 맞대결’ 구도에서 박 장관은 표의 분산 효과가 별로 없었다. 3자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81.5%가 박 대표를 뽑았는데, 나경원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선 82.2%로 지지율이 조금 더 올라갔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의 74.5%를, 국민의당 지자층의 51.3% 지지를 각각 얻었다. 박영선-나경원 대결에서 ‘기타정당 후보’를 선택한 의견은 10.4%, ‘적당한 후보가 없다’는 의견은 13.4%였다.

그렇다면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 대표가 나서는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박영선-안철수’ 가상대결에선 처음으로 야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42.1%의 지지를 얻어 36.8%의 지지율을 기록한 박 장관을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박영선-안철수 대결에선 기타 정당(6.1%)과 후보 없다(9.5%)는 의견이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는 점에서 더 명확한 ‘일대일 대결’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로 야권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국민의힘 지지자 중 77.4%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나 전 의원으로의 단일화(74.5%) 때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결과다. 대통령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서울 노원병) 등 대형 선거를 직접 뛰어본 안 대표의 대중성이 반영된 결과다. 박 장관은 40대에서만 지지율이 50.8%로, 31.0%를 기록한 안 대표를 앞섰을 뿐 20~30대를 비롯한 나머지 전 연령대에서 뒤졌다. 여성은 박 장관(40.1%), 남성은 안 대표(47.8%)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시사저널 의뢰/조원씨앤아이 조사/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 2020년 12월26~27일/무선통신사 제공 가상번호를 100% 활용한 ARS 여론조사/ 2020년 11월말 행정안전부 인구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셀 가중 적용/응답률 5.4%/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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