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9년 구형…재구속 갈림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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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파기환송심서 “이 부회장 재판은 국정농단 화룡점정”
내년 초 선고…‘준법감시위’ 양형에 어떻게 작용할 지 촉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재구속 갈림길에 선 이 부회장의 운명은 내년 1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이와 함께 국정농단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관련 말 중 하나인 '라우싱'을 몰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삼성은)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법치주의와 평등의 원리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대우하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이든, 최고의 경제적 권력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일한 행위를 했음에도 누구는 엄벌하고 누구는 봐주기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는 대척점에 있는 원리"라고 덧붙였다.

특검은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헌법의 평등 원리와 법원조직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정농단 주범들은 모두 중형이 선고됐고, 본건은 국정농단 재판의 대미를 장식할 화룡정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검은 파기환송 전 1·2심보다는 구형량을 낮췄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두 차례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연말도 연초도 '사법리스크'

검찰 구형이 나옴에 따라, 4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농단 재판의 변론은 모두 종료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권고에 따라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만큼, 위원회 활동에 대한 판단이 이 부회장 양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 5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4세 경영 포기와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재판 과정 내내 준법감시위 활동에 의구심을 표했고, 결국 이날 징역 9년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집행유예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재구속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준법감시위 활동을 심리하는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도 엇갈린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위에 대해 "지속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진일보'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특검 추천 전문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위 활동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총 298억여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특검이 주장한 액수 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 원 등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승마 지원 일부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전체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에게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확립하라는 이례적 주문을 했다. 특검은 이에 반발해 재판부 변경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재판은 공전됐다.

결국 대법원이 기피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재판이 재개됐고, 지난 정부에서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후 4년 만에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결심 공판 마무리 후 통상 한 달 뒤에 선고 공판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내년 1월에 결론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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