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전환창업 시대의 피보팅 전략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7 08: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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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코로나에 흔들리는 창업 생태계, 어디에 축을 둘까

코로나 펜데믹은 창업시장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 창업시장을 보면, 최근 10년 동안은 연간 100만 명이 창업하고, 70만~80만 명이 폐업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창업자보다 폐업자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높은 가게들은 업력에 상관없이 폐업 행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불황을 체감하는 기존 창업자 입장에서는 피보팅(pivoting) 전략도 중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회전하는 물체의 균형을 찾아주는 중심점이 피보팅이다. 스포츠 용어에서의 ‘피봇’은 힘의 축을 옮긴다는 의미다. 코로나 시대의 소상공인 창업자 관점에서는 피보팅 전략을 통한 전환창업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김상훈 제공 

기존 창업자들에게도 ‘축 옮기기’ 전략 절실

기존 창업자 관점에서의 피보팅 전략의 첫 번째는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 피보팅이다. 기존의 식당 경영자라면 기본 콘셉트에서 잘나가는 메뉴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신상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틈새메뉴를 출시하는 방법도 줌인 개념의 피보팅 전략이다. 줌아웃 피보팅 전략은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외식 메뉴 외에 카운터 옆에 고객층들이 좋아할 만한 액세서리 코너, 소품 코너를 마련해 전혀 다른 상품을 연계 판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둘째, 고객의 세분화(Customer-segmentation) 피보팅 전략이다. 몇 년 전 발표된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울트라 니치마켓’이 회자된 적이 있다. 당시 여성 고객이 주도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니치마켓은 남성화장품 시장이었다. 울트라 니치마켓으로 군인화장품 시장이 뜬다고 이슈화되기도 했다. 고객 세분화 피보팅 전략은 어쩌면 기존의 핵심 고객층 중에서 전략적인 고객층을 압축해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는 방법이다. 소상공인 창업자 입장에서는 주 고객층과 핵심 고객층이 누구인지를 정밀하게 세분화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독특한 상품 출시 전략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셋째, ‘사업구조 피보팅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경영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고이윤, 소규모 시장을 노린 창업 아이템이었다면, 피보팅을 통해 낮은 이윤, 대규모 시장으로 바꿀 수 있는 유연성 전략도 살필 필요가 있다. 요즘 지역의 관록 있는 음식점들이 홈쇼핑 시장이나 밀키트 시장까지 진출하는 사례를 목격하곤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화요리집은 탕수육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면서 대박을 터트린 사례도 있다. 물론 누구나 홈쇼핑 판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들의 수익모델은 대부분 직접 소비자를 공략하는 B2C 모델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업구조 피보팅을 통해 B2B 모델까지도 노크해 볼 수 있다.

넷째, 마케팅 피보팅 전략은 필연적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채널 외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으로 수익 창출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상공인 스스로 온라인 판매망 구축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과 운용 절차를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식업 사업자라면 기존의 식당 공간 외에 대량생산을 책임질 수 있는 생산공장과의 접목, 새로운 패키지 포장기술과 온라인 상품에 대한 브랜딩 전략도 뒤따라야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는 불황기를 이겨내는 새로운 피보팅 전략의 방법론을 압축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핵심역량 피보팅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PC방 사업자의 핵심역량으로 컴퓨터 사양이나 편의성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PC방 이용자들의 먹거리 메뉴인 ‘간식 차별화’를 내세움으로써 매출 증대를 노리는 피보팅 전략을 얘기하고 있다.

ⓒ김상훈 제공 

전환창업 시대의 4가지 피보팅 전략

둘째는 하드웨어 피보팅이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점포나 사무실 등 하드웨어 공간에 새로운 용도를 추가하거나 새롭게 비즈니스 아이템을 접목하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타진해 봐야 한다. 이미 월세를 내고 있는 기존의 점포공간을 2분할해 신규 간판을 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를 이겨낸 일본의 음식점 중에는 낮과 밤 간판을 따로 보이게 하는 롤링간판 가게도 있다. 낮에는 밥장사 간판, 저녁에는 주점 간판을 달고, 회전식으로 롤링하면서 카멜레온 숍을 운영하는 사례는 적절한 하드웨어 피보팅 사례이기도 하다.

셋째는 타깃 피보팅이다. 소상공인 창업자 입장에서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존 고객 리스트를 활용해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다. 식당 경영자라면 단골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쇼핑 상품을 출시하거나, 곁들이찬 통신판매 고객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고객 DB부터 새롭게 정리하고 필터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세일즈 피보팅 전략이다. 불황기에 적합한 기존 판매채널이 아닌 새로운 판로 개척의 필요성, 판매 루트의 다각화는 필수적이다. 소상공인 경영자라면 불황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영업망 확보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요즘 상권에 가보면 음식점들의 곁들이찬을 별도로 판매하는 쇼케이스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객단가를 높이면서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일이다. 비단 곁들이찬이 아니더라도 계산대 옆에 원산지 직송 특산품 판매대를 설치하는 곳도 있다. 세일즈 피보팅 전략은 곧 불황기 매출 증대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다양한 맞춤형 피보팅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는 판단이다. 코로나 시대가 부른 다양한 전환창업은 상권마다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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