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만 일해도 되는 시대 올까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4 10: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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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대신 돈 벌어주는 세상 머지않아…’디지털 지식소매상 시대’ 현실화할지 주목

LPGA 성공신화를 쓴 박세리 프로가 오는 1월22일 인조 골퍼 ‘엘드릭(LDRIC)’과 맞대결을 벌인다. 엘드릭은 드라이브 거리 274m를 넘나드는 강한 힘과, 5m 이내 퍼팅 적중률이 60%에 이르는 정교함을 갖췄다. 또한 바람 세기와 방향을 계산하고 지형을 분석해 최적의 스윙을 구현한다.

지난 연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한 방송에 출연해 크리스마스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디지털 기술을 신뢰한다는 메시지였다. 메시지 말미에 여왕이 춤을 추지 않았다면 대부분 실제 상황으로 알았을 것이다. 사실은 AI(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낸 인조 여왕이었다.

2020년 1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한 업체 관계자가 서빙로봇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1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한 업체 관계자가 서빙로봇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AI 기술로 창조한 ‘딥페이크’ 엘리자베스 2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AI 기사 ‘알파고’의 대국은 이미 옛이야기가 돼 버렸다. AI 주식 애널리스트가 인간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고, 심지어 의사의 영역인 수술, 화가, 아나운서까지도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이제 AI를 빼놓고 얘기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인조인간 알고리즘은 능력 있는 기업이 만들겠지만, 조만간 일반 개인도 인조인간 패키지를 구입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기계학습이 가능한 차별화된 지식만 차곡차곡 쌓아둔다면 ‘나 아닌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지식소매상 시대의 도래다.

실제로 캐나다에는 최근 ‘로봇숍’이 등장했다. 홈서비스 로봇을 비롯해 애완로봇, 전문 서비스 로봇까지 관련 부품과 완제를 판매하는 전문 숍이다. 어떤 로봇이든 전문기술이 부족해도 개인화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강연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한 예측을 했다. “100년 후에는 하루 3시간만 일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올 것이다.”

세계적 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29년이면 사람 뇌와 AI를 잇는 인터페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나아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로 올라설 시점, 즉 싱귤레리티(Singularity)가 온다고 일관되게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 하고, 심지어는 나의 아바타가 내가 할 일을 대신 해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 유니로봇의 커뮤니케이션 로봇 유니보(Unibo)처럼 나를 대신해 일하고 나와 놀아주는 또 다른 나를 조만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돈은 정부가 로봇세(혹은 디지털세)로 거둬들인 재원을 가지고 ‘기본소득’으로 대신할 것이고, 더 벌고 싶다면 나의 아바타에게 내 지식을 심어 지식소매상을 하면 될 일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과 보상의 분리가 가능해진다. 노동이 가진 본래의 의미, 즉 재미와 보람에 따라 인간이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는 것이다. 지금은 ‘일과 가정 양립’이니 ‘워라밸’ 같은 단어가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10년 후에는 “언제 그런 말이 있었나” 싶은 시대가 될지 모른다.

20여 년 전 뉴비즈니스 취재차 일본에 갔을 때, 흥미로운 업종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로봇라면 전문점이다. 라면을 끓이는 모든 과정을 로봇이 대신 하고, 손님은 로봇이 프런트에 내려놓은 라면그릇을 받아다 먹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다. 창업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근무하다 퇴역 로봇을 가져와 라면로봇을 만들었다고 했다.

1961년 미국 GM 공장에서 세계 최초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내놓았고,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전문 비스 중심으로 세분화한 로봇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간과의 협동로봇, 소셜로봇, 푸드로봇, 의료로봇 등이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지능형 로봇 시장을 빠르게 도입하는 기폭제가 됐다. 그렇잖아도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AI 기반의 초지능 시대가 되긴 했지만, 코로나19는 인간 공존, 자율동작,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AI 기반 로봇사업 진출

삼성전자는 앞으로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일환으로 가사 지원 서비스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냉장고 스크린을 누르면 조리법과 영양정보가 뜨고, 필요한 식자재를 자동으로 주문한다.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손질해 오븐에 넣으면 자동으로 조리되고, 서비스 로봇이 음식을 날라주거나 테이블 정리까지 마무리한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했다. 이 회사가 최근 개발 중인 로봇이 바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다. 갈수록 커지는 서비스 로봇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서비스 로봇 시장은 제조와 물류에 비해 적은 27.7%지만 4~5년 후에는 46%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은 추위와 더위도 타지 않고 잠도 없어 24시간 내내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다. 자영업에서도 협동로봇, 서비스 로봇, 안내로봇, 청소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 해 줄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입로봇을 모아 택배 서비스업도 가능할 것이고 로봇임대, 로봇 파견업도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창업상담 인조로봇을 개발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시장분석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모아 계량화하고, 정성적 상담이 필요한 부분은 그동안 쓴 글들을 모두 입력해 기계학습을 시키면 감정표현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20세 여성으로 설정된 대화형 로봇을 출시했다가 성희롱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지한 것처럼,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나의 정서를 교란하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경인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인천의 인하대병원을 바라보면 ‘로봇 수술센터’ 간판이 보인다. 옆에 탄 아내에게 “저기가 로봇을 수술하는 병원인가 보네?”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어쩌면 앞으로는 인간이 아닌 ‘로봇에 의한 로봇을 위한’ 수술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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