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낙연, 지지율 반등 묘수는?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6 10: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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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떠나고 與 지지층 등 돌려…이슈 파이팅에서도 ‘헛발질’

차기 대권 구도의 서막이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탄탄했던 국면에선 차기 대선후보들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집권 5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다음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주목받고 있다. 신년 여론조사로 쏟아져 나온 차기 대선후보 구도를 보면 이재명 부각, 이낙연 하락, 윤석열 부상이다. 아직 어떤 후보도 ‘대세론’이 만들어질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다. 특정 후보가 응답자 절반 가까운 선택을 받을 정도로 판세를 이끌어가는 구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체적으로 자기 지지율을 가져가는 모습이다. 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층은 흔들리고 있다.

주목할 결과는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대표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을 큰 차이로 앞서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아직 차기 대권 구도가 불분명한 이유도 있다. 윤 총장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지, 정치에 나설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윤석열 때리기’로 모아둔 지지율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 국민의힘 후보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두 여권 후보 쪽에 먼저 가 있다. 특히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해 총선 이후 차기 대권 지형은 사실상 이 대표의 독무대였다. 경쟁자가 없었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랬던 이 대표의 지지율에 어떤 변수가 있었을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 대표,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하락’

우선 ‘중도층 이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서 두드러진 계층은 중도층이다. 검찰 개혁이 충돌과 갈등으로 얼룩지고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중도층의 이탈은 본격화됐다. 어느 한쪽의 이념으로 쏠리지 않는 중도층의 특성상 경제정책이나 민생 현안이 대통령 국정수행의 평가 기준이 된다. 부동산 정책, 코로나 재유행, 골목상권 위기 등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이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8월 당 대표가 된 이후 이 대표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과 연동돼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좋게 나오면 이 대표 지지율 또한 흔들리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 대표 지지율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과 한국리서치로부터 의뢰받아 1월4~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이재명 지사 24%, 윤석열 총장 16%, 이낙연 대표 15%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선 이 대표가 13%로 이 지사(23%)에게 10%포인트나 뒤지는 결과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가 더 앞서는 수치로 나타났다(그림①).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이유 중 하나가 중도층 이탈인 것처럼 이 대표의 중도층 확보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 대표 지지율 하락의 두 번째 원인은 ‘이슈 논란’이다. 문 대통령과 연동된 상태에서 좀처럼 이 대표 개인을 차별화하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주당의 당론과 동일한 행보를 취해도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추-윤 갈등’ 국면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힘을 실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연초부터 불거진 ‘사면론’은 도리어 부메랑이 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층은 벌집을 들쑤신 양상이다. 통합과 포용 차원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빼들었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이낙연의 운명은 소통·변화·비전에 달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 조사에서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공감한다’는 의견이 38%,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지지층의 여론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 10명 중 7명 정도가 공감하지 않는 결과다(그림②). 중장기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의 지지율 반등을 감안한다면 ‘헛발질’에 가깝다. 코로나 국면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 역시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대표의 지지율을 위협하는 추가 변수는 ‘보궐선거’다. 대선 출마 예정이라 이 대표의 임기는 3월까지다. 보궐선거가 4월7일 열리지만 선거 결과는 오롯이 당 대표의 책임으로 남는다. 4·7 보궐선거는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1월5~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재보선과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조금이라도 더 동의하는가’ 물어보았다. ‘정부 지원’ 37%, ‘정부 견제’ 52%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은 더 차이가 난다. ‘정부 견제’ 의견이 10명 중 6명에 가깝다(그림③).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까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거론된 이후 최대 위기다. 지지율로 보나 정치적 국면으로 보나 사면초가다. 대통령 후보의 경쟁력은 세대·지역·이념 기반이다. 문 대통령은 40대 세대 기반을 확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지역 기반을 압도적으로 확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는 진보층을 절대적으로 결집시켰다. 대선후보라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사례들이다. 지난해 총선 직후 이 대표의 대선 가도는 꽃길이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당 대표가 되고 난 후 문 대통령과 지지율이 연동되면서 생산적인 차별화가 시도되지 못했다. 연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 대표의 지지율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회복하면 이 대표의 지지율에 기회가 찾아온다. 지지층의 위기 인식에 따른 결집이나 중도층 회복을 위한 국정수행의 결과로 대통령 지지율은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면 카드나 이익공유제가 지금 당장은 긍정적으로 지지층에게 부각되기 힘들지만, 4월 보궐선거 이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슈 파이팅을 한다면 곤란하다. 대선후보라면 모름지기 민심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자보다 유권자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있다. 혼자만의 고민보다 국민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고, 이슈를 막연히 던지기보다 구체적인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어떤 비전을 가진 지도자인지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낙연 대선후보의 운명은 소통·변화·비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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