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토 공간 비전이 필요한 이유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4 13: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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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 갈수록 심각…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앞당겨져

2000년을 맞이하던 무렵, 뉴밀레니엄을 환호하던 기억이 새롭다. 코로나 1년을 겪은 2021년, 경제활동 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전에 없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진정한 뉴밀레니엄은 지금 2021년부터라고 한다. 석학들은 코로나 이전(BC)과 이후(AC)로 역사가 구분될 것이라 한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장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5년 이상 앞당겼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태풍의 눈 속에 있다 보니, 이 파고가 얼마나 높고 거센지 알기 어렵다.

비대면 산업과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전통산업들은 고전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신성장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을 늘리면서 강남과 판교 등지에 새로운 사옥을 확장 중이다. 정보통신업체, 연구개발회사, 벤처창업회사들은 혁신인력의 접근성이 좋은 강남과 판교, 구로 등지로 몰린다. 4차 산업혁명은 대도시권으로 인구와 산업을 집중시키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세계 대도시권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수도권 일극집중이 거세다. 성장세가 빠른 플랫폼 기업들은 대개 수도권에, 쇠퇴하는 산업은 비수도권에 입지하고 있어 산업 간 격차는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한다.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5년 이상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5년 이상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수도권 고밀화-지방 쇠퇴

2021년 1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는 충격적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한 데드크로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는 전년도보다 3만 명 감소했고 1인 가구 수는 57만 가구 증가했으며 수도권 인구도 12만 명 증가했다. 전국에서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경기 19만 명, 세종이 1만5000명 정도다. 수도권에는 인구뿐 아니라 1인 가구 수 증가, 성장산업의 일자리 증가가 압도적이다.

이들은 새로운 주택 수요로 시장을 압박한다. 코로나19 1년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신성장산업의 성장, 경제구조의 전환, 그리고 인구와 산업의 재배치를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고, 특히 교육받은 혁신인력들이 수도권의 일부 지역으로 집중한다. 전과 다른 시각으로 국토와 도시 공간구조를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첫째, 무엇보다도 수도권 인구 및 고용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인구, 가구, 고용 추계는 대개 추세 연장에 기초하고 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수도권의 가구 수와 고용 증가는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수도권 안에서의 성장에 따른 것이다. 주택 수요를 추계할 때, 성장산업의 일자리와 1인 가구의 증가를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 도심 고밀화를 통한 주택 공급대책이 수립 중에 있다. 서울의 경제활동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데 주택 공급은 제한적이고 고용이 집중되는 강남 지역의 주택 공급은 더욱 제한적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밀도가 낮은 도심부, 기반시설 용량에 여유가 있는 환승역세권의 고밀화가 필요하다. 한편 도시의 공업지역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 영위가 쉽지 않다. 이런 곳이 첨단산업, 연구·개발, 창업 등 고도화된 기능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지원정책도 함께 필요하다.

둘째, 주택 공급의 수직적 고밀화와 수평적 광역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GTX의 빠른 속도는 인구의 분산을 가져올 것이고, 자동차 중심의 통행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구와 주택만 분산시킬 게 아니라 일자리도 함께 분산시켜 통근거리를 줄이는 생활권 계획이 필요하다. GTX 등 광역교통의 결절에 일자리 분산을 통해 환승역세권에는 직주근접의 복합도시를 조성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탄소 중립 도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기본계획에 ‘생활권계획’을 신설해 100만 명 단위의 생활권계획을 수립하자. 반경 20km권의 3기 신도시가 생활권의 중심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추구하는 성장산업의 육성, 통근거리 단축에 의한 삶의 질 제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탄소 중립 도시이자 팬데믹에도 강한(resilient) 생활권 단위의 자족 도시로도 기능할 수 있다. 규모는 커지지만 이동이나 접촉 필요성이 낮은 ‘다핵분산형 네트워크 도시’를 그려보자.

 

디지털 균형발전 계획 수립해야

셋째,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는 만큼 지방 쇠퇴도 가파르다. 메가시티 계획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인구 규모가 크고 교통망이 우수한 지역과 장소에 부처별 지원을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광역시와 50만 이상의 대도시에 혁신성장 거점을 만들어주는 부처별 통합정책, 메가시티 정책이 절실하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교외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성장관리방안’의 구체화,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의 정주권 중심지 조성, 빈집 대책 등 지원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인구 소산 지역의 기초 서비스 공급을 위한 디지털복지, 디지털 균형발전 계획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중심지는 강하고, 이들을 교통과 디지털 서비스망으로 연결하는 ‘압축연계형(compact&network) 도시’를 그려보자.

넷째, 전국적인 철도망 건설이 가져올 미래 국토 비전을 그려보자. 4차 국가철도망계획(2021~2030)이 수립 중에 있다. 순 우리 기술로 제작된 KTX 이음이 전격 도입되면서 친환경 고속화철도로 전국이 연결되고, 청량리역에서 경북의 북부지역까지 90분대로 연결된다고 한다. 대구경북권 등 5대 광역대도시권에도 광역철도망이 건설된다. 전국의 대도시권에 광역철도망이 건설되면 광역시 중심의 대도시권 형성, 메가시티 구축이 촉진되고, 광역시의 중심성이 커질 것이다. 철도 정차역이 도시의 중심지에 위치하도록 하고 도심 구간은 지하화해야 한다. 역세권 개발, 도시정비사업을 고려해 정차역의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정차역에는 환승센터를 함께 건설해 고속철도 정차의 편익이 주위에 파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필수다. 4차 국가철도망계획이 가져오는 미래 국토를 그려보자.

다섯째, 디지털 복지를 지원하고 디지털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2030년, 4차 국가철도망계획이 완성된 시점, 4차 산업혁명은 특이점(singularity)에 근접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우리의 국토는 어떻게 변화할까. 기술혁명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집중, 대도시권으로의 집중을 촉진할 것이다. 대도시는 커지고, 주변 지역의 밀도는 더 낮아질 것이다.

인구 감소 지역의 학교, 대중교통, 공공청사, 복지시설, 의료시설의 감축이나 폐쇄가 늘어나면서 물리적 거리는 멀어지고 서비스 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커지는 공공 서비스의 격차를 디지털 서비스로 지원해 가는 ‘디지털 균형발전 계획’이 필요한 시대다. 재택근무, 재택학습, 온라인 구매, 온라인 의료, 복지 등이 더 활성화되고 더 나은 서비스가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여섯째, 기후변화가 가져올 충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탄소 중립 도시와 국토를 만들기 위한 공간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을 높이며 소규모 단위의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주택·마을·도시 건설을 지향하며, 취약계층의 에너지 소비를 지원하고 기관 간 에너지를 교환해 가는 에너지 저감·효율·전환·자립·복지·순환의 탄소 저감 공간계획 수법들이 발굴되고 적용돼야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디지털 전환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 메가시티 구축과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 디지털 균형, 탄소 저감형 국토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간 혁신을 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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