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서 때 아닌 ‘황제 삼계탕’ 논란, 왜?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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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역린 건드렸나’…진실 공방으로 번진 영암군수 부인 교통사고
“코로나 시국에 모임 참석차 목포 가” vs “군수 보신용 삼계탕 사러가”

전남 영암군에서 때 아닌 ‘황제삼계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암군수 부인이 한밤 중 목포에서 귀가하던 도중 낸 교통사고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한겨울에 삼계탕이 소환 당한 것이다. 

영암군수 부인 A(57)씨는 지난 19일 밤 8시 50분께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근처 한 식당 앞 횡단보도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길을 건너던 중국 국적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시중에선 사고차량이 관용차인지, 음주운전을 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경찰과 영암군 조사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영암군수 부인 관련 교통사고 현장 모습 ⓒ시사전널 정성환
영암군수 부인 관련 교통사고 현장 모습 ⓒ시사전널 정성환

하지만 연일 군수 부인 A씨가 왜 목포에 갔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영암 읍내를 중심으로 떠도는 소문을 종합하면 군수 부인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사적 모임에 참석했다는 얘기와 군수 몸보신용 삼계탕을 구입하러 인근 목포에 있는 식당에 갔다는 말로 양분된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단체장 부인의 ‘행태’를 싸잡아 폄하하는 식이다. 모두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가 없는 풍문 수준이다. 다만, 양쪽 소문은 ‘목포 소재 식당에 갔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우선 문제의 교통사고 직후 군내에선 A씨가 ‘지인들과 모임에 참석한 뒤 귀가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냈다’는 설이 나돌았다. 배경에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긴 고위 공직자 배우자의 행태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인 정서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영암은 코로나19 창궐로 ‘코로나 핫플레이스’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 등 뒤숭숭한 민심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연일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하느라 기력이 떨어진 군수의 몸 보양을 위해 목포서 삼계탕을 사서 돌아오다가 사고를 냈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이 말은 뜻밖에도 군청 관계자로부터도 들을 수 있었다. 앞서의 ‘사적모임 참석설’을 반박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위화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른바 ‘황제삼계탕’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 된 모양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지역사회 관심의 초점이 ‘교통사고 경위’나 외국인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아닌 군수 부인의 행적에 대한 공방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코로나19 퇴치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 논쟁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렇다면 흔한 교통사고가 엉뚱하게 A씨의 사적인 행적 논란으로 번진 이유는 뭘까. 지역사회에 감도는 민심 이반의 불똥이 때마침 ‘군수 사모’라는 휘발성 강한 소재에 옮겨 붙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권력에 대한 반발성이 강한 지역사회 풍토를 감안하면 고위 공직자 가족들의 일탈적 행위는 윤리적 비난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에선 A씨가 설령 사적 모임에 참석했어도, 아니면 배우자를 위해 목포로 삼계탕을 사러 갔다 해도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안 모두 현실 상황이나 지역민들의 일반적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코로나19 창궐 시기에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만한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군민 김 아무개(59)씨는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영암읍에서 왕복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목포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상권이 얼어붙은 마당에 굳이 갈락탕 등 향토음식을 놔두고 외지 음식을 반입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대학교수는 “공직자 가족들의 사생활도 독립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존중돼야 하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 그런 풍토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소모적 논란을 불식하고, 자세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A씨 측에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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