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낙연 테마주’ 삼부토건 주가 조작설의 진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9 10: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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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주가 8개월 사이 1562% 상승 왜?
라임 사태로 수배 중인 기업사냥꾼 조씨가 실소유주

삼부토건이 ‘테마주 주가 조작설’에 휘말렸다. 현재 삼부토건에서 주가 조작 세력에 의한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 이계연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도 이 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의혹의 골자다. 물론 삼부토건 측은 주가 조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삼부토건의 현재 주인이 누구이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실소유주는 오랜 기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라임 사태에 연루돼 수배 중인 인물로 확인됐다. 특히 그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혐의 중에는 공교롭게도 ‘주가 조작’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서울 퇴계로 삼부토건 사옥ⓒ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포토

5년 만에 주인 세 번이나 바뀌어

국내 건설업 면허 1호를 보유한 삼부토건은 한때 도급순위 3위까지 올랐던 건설사다. 그러나 사주 일가의 오랜 부실경영과 경영권 다툼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다 2015년 9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부토건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건 2017년이다. 그리고 그해 10월 ‘DST로봇 컨소시엄(현 휴림로봇)’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기쁨도 잠시, 삼부토건은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새 대주주의 무자본 인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DST로봇의 당시 실소유주이던 김재현씨가 있었다. 그는 회장을 자처하며 삼부토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김씨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이사로 정식 등기하지 않아 주거지나 출신, 나이 등 기본 인적 사항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김씨는 범서방파 두목인 고(故) 김태촌씨의 양자(養子)이자 과거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하다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인물로 드러났다(시사저널 1484호 ‘[단독] 삼부토건 무자본 인수 의혹 핵심은 김태촌씨 양아들’ 참조).

김씨는 삼부토건 인수 직후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투자 등의 명목으로 외부에 유출하려 했다. 문제는 투자금이 다시 김씨에게 돌아가는 구조였다는 점이었다. 이를 두고 삼부토건 자금으로 삼부토건 인수대금을 충당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김씨는 지분을 정리하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김씨 대신 현재의 조성옥씨가 삼부토건 회장에 올랐다. 다시 새 주인을 맞은 삼부토건은 이후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 조작설이 제기되며 다시 잡음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이런 의혹이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이 문제가 됐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3월23일 현재 1주당 389원의 동전주였다. 삼부토건 주가는 지난해 8월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해 9월 1000원대를 돌파했고, 10월에는 2000원대에 올랐다.

삼부토건 주가는 10월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 이계연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한다는 공시가 나온 이후 정점을 찍었다. 삼부토건이 ‘이낙연 테마주’에 포함되며 같은 해 11월17일 주가가 608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8개월여 만에 무려 1562%나 상승한 것이다. 이를 두고 주가 조작 세력이 현재 삼부토건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하고 있으며, 이계연 대표의 영입도 이런 작업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삼부토건은 주가 조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삼부토건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주가 조작을 주장한 언론인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조차 삼부토건의 주가 상승세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삼부토건의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을 보면 이런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계산하는 PER은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통상 PER이 높게 나타날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본다. 삼부토건의 EPS가 62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 주가가 최고점(6080원)을 기록할 당시의 PER은 98.06배다. 최근 건설업계의 평균 PER이 약 7배임을 고려하면 삼부토건의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삼부토건 주가는 이후 조정을 거쳐 올해 2월3일 종가 기준 3660원까지 낮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부토건의 PER은 59.03배로 건설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2월3일 현재 현대건설(21.87배)과 대우건설(14.08배), GS건설(11.25배), 삼성엔지니어링(9.86배) 등 우량 건설사들의 PER조차 삼부토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인광 에스모 회장ⓒ연합뉴스

삼부토건 “주가 조작설은 사실무근”

삼부토건의 실소유주를 보면 주가 조작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삼부토건의 지배구조상에는 소유주의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다. 현재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는 지분 10.48%를 보유한 휴림로봇이다. 휴림로봇은 최근까지 ‘장산(15.98%)→라이브파이낸셜(20%)→경남바이오파마(2.99%)→코디엠(99.95%)→이엔케이컨소시엄(17.87%)→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6.54%)→휴림로봇’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중 코디엠이 삼부토건의 실질적 대주주로 평가됐다. 코디엠은 이엔케이컨소시엄 등을 통해 휴림로봇을 간접 지배하고 있으며, 삼부토건 지분 9.41%를 보유한 사모펀드 이앤씨그로쓰사모투자합작회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공시상 코디엠의 최대주주는 지분 2.99%를 보유한 경남바이오파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코디엠의 실소유주는 조원일씨로 확인됐다. 그는 오랜 기간 M&A 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자 조성옥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조씨가 코디엠을 통해 자신의 부친을 삼부토건 회장으로 추대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2011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넥서스투자자문 무자본 인수 사건의 주역이다. 당시 조씨는 사채업자에게 100억원을 빌려 넥서스투자자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넥서스투자자문 대표에 오른 조씨는 바이오펀드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27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에도 조씨는 부친의 도움을 받았다.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수암재단과 400억원 규모의 바이오펀드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빌미로 투자자들을 모은 것이다.

그 결과, 조씨는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47억원은 주주에게, 100억원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사채업자에게 배정했다. 그러나 바이오펀드 조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씨는 모집한 자금으로 사채업자에게 빌린 인수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착복했다. 또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매입한 넥서스투자자문 지분 9.8%를 몰래 처분해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 일로 조씨는 2011년 2월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수감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계속 M&A 시장을 오가며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낸 이른바 ‘라임 사태’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사태의 주역인 이인광 에스모 회장과 한 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 회장은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김정수 리드 회장과 함께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라임 회장단’ 중 한 명이다. 이 회장은 티탑스(옛 동양네트웍스)를 시작으로 에스모(옛 넥센테크), 에스모머티리얼즈,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하는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200억원을 지원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이 회장과 공모해 에스모를 무자본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엔 그가 실소유주인 루트원투자조합 등 3개의 투자조합이 동원됐다. ‘루트원’은 조씨의 이름인 ‘원일’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씨는 주가 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횡령했음에도 이를 자율주행차, 2차전지 등에 투자한다고 허위로 공시하고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해 주가를 부양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현재 이 회장과 조씨는 수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 주역과 삼부토건 오너 ‘한 몸’

조씨는 이 회장을 통하지 않고 라임자산운용과 ‘직거래’를 하기도 했다. 코디엠이 최대주주인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조씨는 그의 일가 소유이던 루트원플러스가 구성한 디이씨컨소시엄과 브이씨컨소시엄1호 등 투자조합을 통해 이 회장이 무자본 인수한 티탑스 지분을 매입한 뒤 이를 라임자산운용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보기도 했다. 업계에서 삼부토건도 넥서스투자자문과 에스모 등에 이은 조씨의 피해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삼부토건은 현재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용 중인데 이사회에 올라가는 모든 안건은 이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며 “위원회 위원은 노사 동수로 구성돼 있어 사주를 비롯한 사측이 입맛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부토건은 현재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으며 소유주가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고 노조가 경영을 견제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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