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불러오는 무서운 바이러스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5 08:00
  • 호수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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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C형 간염·인유두종·EB 바이러스는 1군 발암물질

2019년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다. 이 중 암은 전체 사망자의 27.5%를 차지해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고 발표한 1군 발암물질 중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인유두종 바이러스(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EB 바이러스(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 등 다수의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B형 간염 표면 항원 양성률은 2018년 기준으로 2.8%이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효과로 매년 유병률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C형 간염 유병률은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0.6~1.0%로 나타나며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되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면도날·주삿바늘·칫솔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과거에는 출산 시 어머니로부터 태아에게 이어지는 수직 감염이 주요 전염 경로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의 만성 염증이 진행되면서 간경화로 이행되고 이 과정에서 받은 손상이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C형 간염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며, 남녀 성기와 항문 주변의 암 그리고 구강암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유병률은 10만 명당 31명 정도이고 사망률은 10만 명당 6.8명으로 미국·일본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주요 전파 경로는 성 접촉이지만 드물게 다른 신체 접촉 부위에 암이 생기기도 한다. 

ⓒfreepik·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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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과 개인위생으로 감염 예방해야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부분 무증상이고 1~2년 사이에 자연 소멸하지만, 3~10%에서는 만성감염으로 이어져 수년에서 수십 년 후에 여러 가지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대부분 면역반응 때문에 제거되지만, 제거되지 않은 일부 세포에서는 감염이 만성화돼 바이러스 증식이 지속됨으로써 감염된 세포를 악성화시켜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성 경험이 있기 이전인 10대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면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EB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데, 비인두암·버킷림프종·호지킨림프종 등 희소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B 바이러스는 주로 타액을 통해 전파되지만 혈액이나 음식물로도 전파될 수 있으며 가족 내 전파, 긴밀한 접촉에 의한 전파도 보고되고 있다.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손 자주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가 예방에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암 발생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과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침에 따라 예방접종을 실시하면, 이로 인한 간암·자궁경부암 등 암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C형 간염 바이러스와 EB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간암·비인두암 등도 개인위생 관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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