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뒤흔든 어린 스타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6 16: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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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원·김태연·김다현·전유진 동반 활약
오디션 프로그램 초유의 미성년 도전자 신드롬 불러

TV조선 《미스트롯2》에선 역대 어느 오디션보다도 어린 출연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미스터트롯》 당시 정동원이 결선까지 진출한 것도 충격이었고, MBN 《보이스트롯》에서 김다현이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번 《미스트롯2》의 어린 출연자들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 명이 이례적으로 돌출한 것이 아니라 어린 스타 여럿이 동반 활약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미성년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작진도 이번에 지원한 미성년 도전자들의 경쟁력을 확실하게 인식했는지, 이들을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나눈 다음 1회 방송에 초등부만 등장시켰다. 《미스터트롯》 땐 1회에 아이들과 각종 볼거리를 총력 배치해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미스트롯2》는 볼거리 출연자들을 2회 이후로 미루고 1회에 초등부만 전진배치했다. 

《미스터트롯》 땐 초등학생과 청소년이 유소년부 한 팀이었다. 그때 1회에 한태웅, 장영우, 정동원, 홍잠언, 임도형 등이 화제를 모았다. 그랬던 유소년부를 이번엔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분리해 초등부만 먼저 선보인 것이다. 볼거리 담당 출연자들도 없이 말이다. 초등부 어깨에 초반 이슈 몰이와 시청률 흥행이 걸렸던 셈이다. 핵폭탄급 출연자가 속했던 중고등부는 흥행몰이 2차 공세 카드로 배치됐다. 

《미스트롯2》에 출연한 미성년 도전자들ⓒTV조선 홈페이지 미스트롯2 화면캡쳐 미스트롯2 화면캡쳐
(왼쪽부터)김태연·김다현·임서원·전유진ⓒTV조선 홈페이지

‘랜선 이모’ 양산의 주인공_임서원 

초등부 전진배치 전략은 성공했다. 《미스트롯2》 초등부는 볼거리 출연자들과 중고등부의 지원 없이도 1회 시청률을 확실히 견인했다. 그 초등부 무대의 막을 연 첫 번째 출연자가 바로 당시 10세였던 임서원이다. 금잔디의 《오라버니》를 선곡했는데 워낙 귀엽고 발랄한 느낌의 노래라서 아이하고 잘 맞았다. 이 와중에 임서원이 귀여움을 몇 배로 증폭시켜 표현했다. 안정된 노래와 안무, 깜찍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랜선 이모’들이 양산됐다. 

1회 예선 땐 아이들이 귀여운 모습으로 쉽게 통과하지만 2회 이후 본선에서 탈락하곤 한다. 《미스트롯2》 초등부는 달랐다. 본선 팀미션에서 대거 합격자가 나온 것인데, 초등부 안무를 임서원이 이끌어 놀라움을 안겼다. 단지 귀여운 아이가 아닌, 무대 기획까지 수행하는 어엿한 뮤지션이었던 것이다. 데스매치에서는 격렬한 치어리딩 안무까지 소화하는 가운데 《너는 내 남자》를 흔들림 없이 불러 미래 K팝 스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감정 표현의 끝판왕_김태연 

첫 출연 당시 9세였던 김태연도 《미스트롯2》로 우뚝 섰다. 원래 판소리 신동으로 지상파 쇼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스타였다. 하지만 MBN 《보이스트롯》 당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아주 높진 않았다. 1회에 부른 《대전 부르스》가 김태연을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꿨다. 아홉 살의 감성이라곤 믿을 수 없는 기적적인 감정표현이었다. 《보이스트롯》 때는 긴장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미스트롯2》에선 여유 있게 노래에 몰입했다. 아이가 귀엽게 부르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른 이상의 표현력이어서 당연히 격찬이 쏟아졌다. 장윤정은 “어른들하고 겨뤄도 아무 손색이 없다”고 했고, 조영수는 “지금까지 국악인이 했던 트로트 중에서 최상의 모습”이라고 했다. 

데스매치에서 부른 《간대요 글쎄》 역시 기적적인 감정표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본선 2차 메들리 팀미션에서 본격적인 신드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랑극단 콘셉트로 《범 내려온다》를 불렀는데 김태연을 위한 맞춤옷 같은 설정이었다. 아무리 맞춤 설정이라도 아홉 살 아이가 성인들과 함께 팀미션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보통은 미리 준비한 곡으로 초반을 통과한 미성년자가 다른 성인들과의 미션곡 협연에서 역량의 한계를 내보이기 마련인데, 김태연은 그렇지 않았다.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 부른 《바람길》도 충격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인데 김태연이 스스로 찾아냈다. 이 아이의 음악적 내공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장윤정이 9세 아이가 표현할 수 없는 노래라며 만류했지만 김태연은 기어이 이 곡을 불렀다. 노래를 들은 장윤정은 “나보다 잘했다”며 감탄했다. 원곡과 달리 표현한 부분들에 대해 “모두 김태연이 옳다”고 했다. 김태연은 올해 열 살이다. 앞으로 10년 내공을 더 쌓으면 성인이 된다. 그땐 어느 정도의 가창력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미스트롯2》에 출연한 미성년 도전자들ⓒTV조선 홈페이지 미스트롯2 화면캡쳐 미스트롯2 화면캡쳐
《미스트롯2》에 출연한 미성년 도전자들ⓒ미스트롯2 화면캡쳐

‘오디션 도장깨기’를 완성하다_김다현 

첫 출연 당시 12세였던 김다현은 《미스트롯2》가 시작될 무렵 최고의 기대주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MBN 《보이스트롯》에서 성인 출연자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가 김다현을 우승 후보로 꼽았고, 김다현의 《미스트롯2》 출연을 최강자의 ‘오디션 도장깨기’라고도 표현했다. 《미스트롯2》도 김다현을 맹수, 호랑이 등으로 표현하며 한껏 치켜세웠다. 

바로 그게 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트롯》 당시만 해도 자신만만하게 거침없이 질주하는 느낌이었는데, 《미스트롯2》에선 긴장하고 위축된 느낌이었다. 부담감이 큰 것 같았다. 특히 1회에서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무대가 나왔는데, 아무리 그래도 일반적인 초등학생 기준으로 봤을 땐 놀라운 가창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초등학생이 그렇게 노래했다면 찬사를 받았을 텐데, 김다현에겐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팬들 사이에 김다현이 부당하게 푸대접받는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것이 향후 마스터를 향한 거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김다현은 부담감을 결국 실력으로 이겨냈다. 첫 번째 팀미션에서 원래의 자신감을 찾았고 안무 소화능력까지 보여줬다. 이후 이어진 데스매치에선 《회룡포》를 어른 이상의 표현력으로 소화해 마침내 마스터들의 격찬을 받았다. 장윤정이 “완벽에 가까웠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했겠다”고 하자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미스트롯2》 경연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이 《회룡포》 무대로 김다현은 데스매치 진에 올라, 최연소이자 최초 미성년자 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아직 초등학생인데도 깊은 감정 표현과 함께 빠른 노래와 댄스 퍼포먼스까지 다 되는 완성형 뮤지션이라는 점이 김다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다. 결승 문자투표에서도 어른 스타들 이상으로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전통교육으로 몸에 밴 예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그 곡의 배경 지역을 직접 답사하는 뮤지션의 열정이 더욱 사랑받는 요인이다. 

 

장외에서 지지받은 ‘무관의 제왕’_전유진 

첫 출연 당시 15세였던 전유진이 바로 서두에서 언급한 중고등부의 핵폭탄급 출연자였다. 초등부가 1회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전유진은 중반 시청률 견인차 역할이었다. 《미스트롯2》 예고 영상에서 전유진은 으레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다. 시청자들은 예고 영상을 통해 전유진이 우뚝 서는 모습을 기대하며 본방을 시청했다. 

그야말로 《미스트롯2》 최고의 스타였는데 오디션 시작 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MBC 《편애중계》 트로트 왕중왕전 준우승 경력으로 팬덤이 형성된 상태이기는 했다. 하지만 최고 스타라기보다는 주목받는 출연자 중 한 명 같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미스트롯2》가 시작되자 지지세가 거대한 태풍이 되었다. 국민 응원투표에서 압도적으로 5주 연속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반면에 마스터들의 평가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미지근했다. 이래서 마스터에 대한 불신과 공분이 본격적으로 싹텄다. 1회에 부른 《서울 가 살자》는 비록 경연에서 극찬을 받지는 못했지만 들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전유진표’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데스매치에서 부른 《약속》도 마스터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많은 대중을 감동시켰다. 전유진의 노래는 한순간 자극적으로 이목을 끌진 않지만 편안한 가창으로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구성진 보컬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와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는 점도 노래의 깊이를 더해준다. 마음에 위로를 전해 주는 가창이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전유진 팬덤은 들불처럼 번져갔고, 대중과 마스터 사이의 간극도 커져갔다. 

《미스트롯2》에 출연한 미성년 도전자들ⓒTV조선 홈페이지 미스트롯2 화면캡쳐 미스트롯2 화면캡쳐
《미스트롯2》 출연자들이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미스트롯2 화면캡쳐

그러다 마침내 《미스트롯2》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메들리 팀미션에서 전유진이 탈락한 일이다. 팀미션 녹화 방송 전에 전유진 탈락 스포일러가 유포됐다. 하지만 당시 국민 응원투표 5주 연속 1위였기 때문에 뜬소문으로 치부됐다. 그 일이 현실에서 정말로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팀미션에서 전유진이 마술상자 퍼포먼스를 하는 등 가창력을 부각시킬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당시 마스터가 전유진을 콕 집어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마스터에 대한 공분이 폭발했다. 

오디션 사상 초유의 반발이었다.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이나, 심사위원에 대한 불신은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전유진의 고향인 포항에선 민란이 일어날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프로그램 시청률까지 하락했다. 그후 전유진을 일부러 탈락시켰다는 음모론까지 폭주하며 공분이 더욱 커져갔고 거대한 프로그램 안티 세력이 생겨났다. 이들은 제작진과 마스터들이 선호하는 인물이 따로 있다고 주장했는데, 결승 문자투표 때 그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해 순위에 일대 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탈락 파동은 듣도 보도 못했던 수준이다. 결국 전유진은 장외에서 최대의 지지를 받은 무관의 제왕이 되었다. 《미스트롯2》에서 상을 받진 못했지만 국민응원군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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