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관리한 이영복은 누구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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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 운영하다 부동산업 진출
정관계 마당발 인맥…“자물쇠 입”으로 통해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영복씨가 2016년 11월12일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영복씨가 2016년 11월12일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또 다시 정계를 강타했다. 경찰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씨의 ‘특혜 분양 리스트’를 둘러싼 사실관계 파악에 돌입한 상태다. 

또 다시 특혜·로비 의혹의 중심에 서며 검·경과 정치권마저 뒤흔들고 있는 이씨는 어떤 인물일까. 

이씨는 1950년 5월에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일찍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부산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 생활을 했다. 영업 수완이 좋던 이씨는 수년 뒤 자신이 일하던 나이트클럽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씨는 1980년대 중반 부동산 시행업에 뛰어들었고, 충남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89년엔 동방주택을 설립해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건물 ‘오션타워’를 세워 오피스텔을 분양했다. 이씨는 오션타워를 거점으로 정관계 로비를 위한 접대용 유흥주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건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 때다. 그는 1993~96년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수만여 부지를 사들였다. 이 지역은 해안가시권 보호 등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이씨는 이곳에 아파트 4000세대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얼마 후 이 지역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로 용도 변경됐다. 덕분에 이씨는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정관계 로비설과 압력설이 난무했다. 1999년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잠적한 이씨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이씨는 2년간 도피한 끝에 자수했다. 부산시 고위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이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용도변경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이씨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이씨는 배임·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났다. 이후 지역 정관계에서는 “이영복 돈은 받아도 뒤탈이 없다” “재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자유의 몸이 된 이씨는 이후 ‘문제적 사업’인 엘시티 건설에 뛰어들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특혜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이씨는 또 한번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후 이씨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광덕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각각 징역 3년6개월, 징역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와 매월 곗돈 1000만원에 달하는 ‘황제계’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이씨는 엘시티 비리 혐의로 수감돼 있다. 대법원은 2018년 8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6년을 확정했다.

그런 이씨가 이번에는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전면에 재등장했다. 경찰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130여 명의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민단체는 “이씨가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특혜 분양을 했다”고 주장했다. 엘시티 측은 “미분양 우려로 고객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던 것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여권은 당시 검찰이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를 입수 및 확인하고도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씨와의 연루설을 제기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엘시티 특혜분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급기야 박 후보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살고 있는 엘시티 아파트는 특혜분양 비리와 전혀 관계가 없고 지난해 4월 정상적인 매매를 거쳐 사 현재 1가구 1주택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딸도 엘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 딸은 남편이 사업가이고 자신들이 살던 센텀 아파트를 팔아서 융자를 끼고 분양권을 사서 입주했다"며 특혜로 인한 아파트 매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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