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만 315조원, 메타버스가 뭐길래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1.04.08 14:00
  • 호수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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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세계와 현실 넘나드는 플랫폼으로 투자자 관심 집중…관련주 급등했지만 거품 우려도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메타버스(Metaverse)’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네트워크 시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면서 국내외 증시에서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데뷔했다. 직상장 첫날 종가는 준거가격(reference prices)인 45달러 대비 54.4% 오른 69.50달러였다. 장중 한때 주가가 74.8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로블록스는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452억 달러(약 51조3200억원)의 기업이 됐는데, 이는 당시 국내 증시에 상장된 현대차(49조원)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2020년 12월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 2020에서 관람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12월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VR 페스티벌 2020에서 관람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로블록스 상장 대박으로 메타버스 관심↑

로블록스의 이날 흥행 성공은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궤를 같이한다. 로블록스는 가상세계를 콘셉트로 한 게임 플랫폼이다. 레고 모양의 개인 아바타를 통해 유저 간 채팅이나 통화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까지 가능하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말 기준 하루 활성 이용자가 3260만 명, 로블록스 내에 생성된 게임만 5000만 개에 이를 정도로 미국 16세 미만 학생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에 기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다만 가상세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기존 가상세계보다 진보된 의미로 해석된다. 로블록스의 경우 아바타로 가상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 내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를 현실세계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힌다.

가상세계와 현실의 융합은 이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돼 왔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미국의 게임 개발사인 린든랩은 2003년 ‘세컨드라이프’라는 3D 가상세계 서비스를 선보여 열풍을 이끌었다. 당시 한 국내 화장품업체는 세컨드라이프에 브랜드관을 열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998년 국내에서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하면서 데뷔 앨범만 20만 장을 판매하는 등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기술력과 이를 소비하는 플랫폼 및 콘텐츠의 부재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메타버스가 최근에야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IT산업의 혁신과 관련이 깊다. 5G로 초저지연, 초광대역, 초연결이 실현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등 이전에는 쉽지 않았던 서비스의 실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의 발전 역시 메타버스의 세계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도 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결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도구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 발달로 메타버스 산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2800억 달러(약 3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교보증권의 경우 메타버스 관련 VR(가상현실)의 세계시장 규모가 지난해 330억 달러에서 2025년 3381억 달러, 2030년 1조924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최고경영자)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며 “미래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바람 일어날 조짐

국내 투자시장에서도 메타버스 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메타버스를 앞세워 IPO(기업공개)에 나선 기업도 존재한다. 지난 3월24일 코스닥에 상장한 VFX(영상시각효과) 전문업체 자이언트스텝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광고 특수효과와 SM엔터테인먼트 XR(확장현실) 라이브 콘서트, 걸그룹 ‘에스파’의 디지털 휴먼 멤버 등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받았다. 자이언트스텝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691.65대 1을 기록하며 IPO 수요예측 사상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네이버 역시 메타버스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자회사인 ‘네이버 Z’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그것이다. 전 세계 2억 명이 가입한 제페토에서는 AI 기술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의 팬사인회와 올해 1월 신입사원 연수가 제페토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AR(증강현실)과 VR, VFX 활용 기업과 메타버스로 수익성이 증대될 수 있는 IP(지적재산권) 및 콘텐츠 기업들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힌다. 메타버스 시장 확대에 따라 이 같은 기술과 콘텐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CG와 VFX 분야 기술력을 갖춘 위지윅스튜디오, 인공지능 영상인식 솔루션 전문업체인 알체라, K팝 가수의 IP를 보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및 와이지엔터테인먼트, 게임 IP를 갖고 있는 게임업체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메타버스 산업 확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도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예컨대 팹리스에 비디오 IP(반도체 설계자산)를 공급하는 칩스앤미디어는 가상현실 기기에 탑재되는 주요 오디오 코텍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메타버스 테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6년 AR 게임인 포켓몬고가 출시됐을 당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관련주들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다수의 종목이 화제성이 떨어지자 주가가 급락했다”며 “메타버스 테마 또한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가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수혜주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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