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2년 간 하청업체 담합에 속았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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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한 4개사에 824억원 과징금 철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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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실시한 입찰에서 12년에 걸쳐 담합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화승알앤에이와 디알비동일, 아이아, 유일고무 등 4개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담합을 적발해 824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사별 과징금은 화승알앤에이 315억5700만원, 디알비동일 423억9900만원, 아이아 45억6200만원, 유일고무 39억2100만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현대·기아차가 2007~2018년 기간 실시한 99건의 ‘글래스런’ 및 ‘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글래스런과 웨더스트립은 각각 유리창과 차문·차체에 장착해 소음과 빗물 등의 차내 유입을 차단하는 고무 부품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번 담합은 화승알앤에이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래스런·웨더스트립 시장 1위 업체인 화승은 2006년 시장 경쟁 심화로 점유율이 하락하자 2위 사업자이던 디알비동일에 담합을 제안했다. 이를 디알비동일이 수락하면서 2007년부터 두 업체 간 담합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업계 3위인 아이아와 4위 유일고무의 저가 투찰로 가격 경쟁이 다시 심해지자 화승알앤에이와 디알비동일은 이들 회사에 담합 가담을 제안했다.

4개 회사 간 담합 구조가 형성된 이후 현대·기아차가 글래스런·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을 실시할 때 원칙적으로 기존 모델의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결정했다.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거나 매출 감소 등이 우려되는 회사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 합의를 거쳐 낙찰예정자를 정했다.

이런 담합을 통해 12년 동안 총 99건 입찰 중 81건에서 계획대로 사업을 수주했다. 나머지 18건은 예기치 못한 제3자의 저가 투찰, 낙찰예정자 소속 직원의 단순 실수 등으로 다른 사업자가 낙찰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구매 입찰 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이뤄진 담합을 적발해 제재, 관련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며 “전·후방 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중간재 시장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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