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대란…현대차 울산1공장 멈춘다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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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휴업·감산체제 돌입…부품 부족으로 코나 6000대·아이오닉 6500대 생산차질 예상

자동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비상에 걸렸다. 현대자동차도 조업중단과 감산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반도체 품귀로 인한 현대차·기아의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이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4월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이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4월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현대자동차

3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울산1공장이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4월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울산1공장에서는 코나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휴업은 코나의 전방 카메라 반도체, 아이오닉 5의 PE모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부득이 휴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PE모듈은 전기차의 모터·인버터 감속기 등 구동 부품 모듈로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일주일간 울산1공장이 휴업할 경우 코나 6000대, 아이오닉5 65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단위로 재고 점검을 하며 주말 특근 등 생산계획을 점검해왔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현대차는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에 반도체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직접 반도체 생산업체와 물량 확보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MCU 세계 생산 2위인 일본 르네사스 화재 이후 자동차 반도체 품귀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며, 결국 울산1공장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반도체 재고를 많이 확보해 둔 덕에 현재까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파고를 넘지 못하고 4월부터는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가 경쟁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올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가중돼 왔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동차 수요가 급감으로 부품 발주를 줄었고,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수요가 증가한 노트북·태블릿·기타장비 쪽의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 회복이 빨라지며 ‘반도체 부품 대란’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매주 단위로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직접 반도체 메이커와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재고가 부족한 반도체가 들어가는 차량의 생산을 줄이고, 인기 차종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등 생산 계획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확보해둔 재고도 점점 소진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의 올해 야심작인 아이오닉 5마저 아이오닉 5 구동 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설비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 당초 계획된 물량이 공급되지 않으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다음 달 아이오닉 5 생산 계획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 점유율은 4.3%로 세계 7대 생산국 중 하나다. 하지만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3%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지금처럼 외국 업체 생산이 급감할 경우 국내 완성차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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