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관급공사 입찰 독식 “특허공법인가, 특혜공법인가”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8 14:00
  • 호수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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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에도 준공검사 무사 통과해 눈총

4월4일 울산에는 50㎜에 가까운 봄비가 내렸다. 당시 울산 태화종합시장 천장 지붕(스카이어닝)에서 빗물이 쏟아져 내렸다. 상인 김아무개씨는 “이 정도 비도 막지 못하는 스카이어닝을 중구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왜 설치했느냐”고 반문했다. 스카이어닝(skyawning)은 햇빛을 가리고 비를 막기 위해 지붕에 설치하는 돔 형태의 전동식 차양막이다. 개폐가 불가능한 아케이드와 달리 스카이어닝은 환기시킬 수 있도록 열고 닫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 스카이어닝 전동 시스템을 도입하는 전통시장이 늘고 있다. 울산 태화종합시장에도 지난해 스카이어닝이 설치됐다. 그런데 태화종합시장은 태풍이 오면 스카이어닝을 닫아야 하는데 오히려 열어놓고 있다. 폭우가 내리는데 쓰고 있던 우산을 벗어 던지는 것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찰의혹’ ‘특혜논란’ ‘부실공사’ 등 3대 부실이 원인이란 지적이 나왔다. 노세영 울산 중구의회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스카이어닝은 입찰에서 준공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행정부의 총체적 난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울산 태화시장 스카이어닝 설치공사는 6억5000여만원의 세금이 투입돼 지난해 8월 준공됐다. 그런데 태풍 때마다 지붕이 날아가고 빗물이 줄줄 새는 난리를 겪는다. 울산의 다른 전통시장 아케이드는 모두 멀쩡한 것과 대조적이다. 태화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업체를 잘못 선정해 빚어진 부실공사”라며 "그래서 행정을 불신한다”고 말했다.  

준공한 지 한 달 된 울산 태화종합시장 스카이어닝이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박치현 제공
준공한 지 한 달 된 울산 태화종합시장 스카이어닝이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박치현 제공

수상한 울산 중구청의 입찰공고

울산시 중구는 지난해 1월 시공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시공업체로 선정된 A사는 B사에 도급을 줘 공사를 마무리했다. 시사저널은 전자입찰 공고문(제2020-89호)을 확인했다. 공고문에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공사로, 특허공법은 B사의 어닝시스템 차양막 이동구조(특허 제10-1863243)와 어닝시스템 데블레일구조(특허 제10-1863244호)로 제한한다’고 돼 있었다. 권태호 울산 중구의회 의원은 “특정 업체 특허공법을 콕 짚어 제한적인 입찰공고를 내 다른 업체의 참여 기회를 박탈했고, B사만 공사를 딸 수 있도록 노골적인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입찰에는 3개 업체가 참여했다. 그런데 한 업체는 견적서를 낸 사실도 없고, 스카이어닝 사업 자체를 몰랐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이 업체에 견적 비용을 전화로 문의해 입찰에 참여시켰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공개입찰로 위장하기 위해 작전상 끼워넣기 의혹이 있다”고 질타했다. 결국 중구청은 잘못을 시인했다. 

부실시공도 드러났다. B사는 싱글레일보다 지붕 하중을 안전하게 지탱하고 누수 방지 효과가 큰 '더블레일(이중 철골구조)' 신기술 특허공법을 제시해 공사를 따냈다. 그런데 정작 B사는 재료비와 공사비를 아끼려고 '싱글레일'로 시공했다가 상인들에게 적발됐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49조에는 발주청이 공사 감독자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중구청은 이례적으로 직접 감리를 자청했다. 중구청은 “부실시공을 몰랐을 뿐 묵인한 것은 아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봐주기 의혹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보수공사도 엉터리였다. B사는 싱글레일을 2개 붙여 더블레일처럼 눈속임 재시공을 했다. 특허공법으로 시공하지 않은 이유를 B사에 물었더니 “중구청에 자료를 제출했으니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더블레일 방식을 무시하고 변형된 형태로 시공돼 하중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B사는 왜 더블레일로 시공하지 않았을까? 동종 업계는 B사 특허공법은 특허 자체로만 존재할 뿐 난공사(難工事)에 공사비도 많이 들어 시공 사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청 관계자도 “B사의 특허공법 시공 실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특허 침해도 도마에 올랐다. 입찰에 참여한 C사는 “B사의 싱글레일 겹치기 시공은 특허공법과 거리가 먼 일반공법이다. 특허 침해 소지가 많은데도 중구청이 B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편파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시방서도 무시됐다. 시방서엔 풍하중·지진에 의한 비틀림·구조체 변형을 방지하고, 25m/s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안전진단을 실시해 구조확인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B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중구청 시설과장도 “강풍에 대비하기 위한 풍압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바람만 세게 불어도 태화종합시장은 비상이 걸린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 스카이어닝 지붕이 심하게 파손돼 보수공사를 했다. 그래서 태풍 소식이 있을 때 마다 전동 차양막을 아예 열어버리는 해프닝이 반복되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지붕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 위험성이 높아 태풍이 불면 열어놓기로 결정했다”며 “중구청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태화종합시장 스카이어닝은 입찰부터 준공까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신성봉 울산 중구의회 의원은 “특별감사도 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공한 지 한 달 된 울산 태화종합시장 스카이어닝이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박치현 제공
울산 태화종합시장 스카이어닝이 준공됐지만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중구청이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울산중구청 제공

서울 명일전통시장·춘천 번개시장도 특정 업체 선정 논란 
         
지난해 5월 준공된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 스카이어닝 설치공사에도 B사가 등장한다. 강동구청은 B사의 더블레일 특허공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관급공사는 발주 전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분리검증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위원회에선 설계·발주 단계부터 완공 후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해 공종분리가 될 수 있도록 지침 등을 마련한다. 강동구청은 2019월 12월3일 스카이어닝 입찰공고 개시 14일 전인 11월28일 공종분리 검증위원회를 열었다. 구청 공무원 2명과 건축사 등이 참석했고, B사 관계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낙찰받은 D사가 실내건축업체에 도급을 줬고, B사가 하도급을 받았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는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B사가 입찰공고 이전에 열리는 공종분리 검증위원회에 참석하고, 법으로 금지돼 있는 하도급까지 따내는 실력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명일전통시장 스카이어닝도 설계는 B사의 특허공법(더블레일)이었지만, 시공은 싱글레일로 마감됐다. 시방서 규정을 어겼지만, 준공검사는 쉽게 났다. 정보공개 요청에 강동구청은 “특허 관련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사업비 8억여원이 들어간 춘천 번개시장 스카이어닝도 B사의 특허공법(더블레일)이 적용됐다. 춘천시는 울산 태화종합시장과 강동구 명일전통시장 사례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곳 역시 더블레일이 아닌 싱글레일로 시공됐지만, 무난히 준공검사를 통과했다. 권 의원은 “B사의 특허공법을 선정한 3곳의 단체장은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입찰 제안서에는 더블레일로, 공사는 싱글레일로 시공한 것도 동일하다. 입찰에서 준공검사까지 진행 방식도 모두 비슷한데, 우연의 일치로 보지 않는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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