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프랜차이즈만 7000개 넘는 ‘미친 창업’ 시장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tartceo@naver.com)
  • 승인 2021.04.21 12:00
  • 호수 16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테크-창업] 코로나19 불황에도 업체 수 급증
“무조건 만들고 보자”는 심리가 원인

창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는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프랜차이즈 창업을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초보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들을 종종 본다. 더 나아가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면 성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내 창업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 주요 상권마다 문을 닫는 가게, 다시 말해 폐업 자영업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난데없는 신규 브랜드 등록 붐이 일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새로 등록된 브랜드만 935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등록 브랜드 수(443개)에 비해 무려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외식업 브랜드 777개(83.1%), 도소매업 브랜드 41개(4.4%), 서비스업 브랜드 117개(12.5%)에 달한다. 호황기가 아님에도 신규 브랜드 등록이 무더기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속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5년 만에 프랜차이즈 브랜드 2배 증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등록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4월14일 기준 공정위에 등록된 총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무려 7902개에 달한다. 이 중 외식업 브랜드는 6094개로 77.1%를 차지한다. 도소매업 브랜드는 380개(4.8%) , 서비스업 브랜드는 1422개(18%)에 달한다. 압도적으로 외식업 브랜드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년 전인 2016년 상반기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900개 수준이었다. 5년 만에 3000개 브랜드가 늘어난 셈이다.

혹자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늘어나면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아이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에 나쁠 게 없지 않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브랜드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은 약보다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됨으로써 단명하는 브랜드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실패 창업자가 늘어날 공산도 그만큼 커졌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신규 브랜드는 상권에서 충분한 사업성 검증 과정을 거친 다음 신규 가맹점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급기야 지난해 말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가맹거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의 골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신규 가맹점 창업자를 모집하려면 반드시 직영점 1개를 본사에서 1년 이상 운영해 본 다음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른바 ‘프랜차이즈 1+1법안’으로 불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문턱을 높이는 법안으로 해석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법령으로 판단된다.

이 법안은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내 5600여 개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신규 법령이 시행되면 무조건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법령 시행 전에 신속히 새 브랜드를 등록해 놓으려는 심산이 크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1년이면 수백 개 가맹점을 오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해 1분기 내에 검증되지 않는 신규 브랜드 935개가 무더기로 공정위에 등록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에 회부된 법안이 미적거리는 사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3개월 동안 무려 930개가 넘는 신규 브랜드가 무더기로 공정위에 등록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 프랜차이즈 생태계 차원에서도 이러한 법령은 빨리 통과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자영업 시장의 급팽창을 가져온 원인 중 하나인 ‘기형 브랜드’ ‘다점포 브랜드’를 필터링한다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매우 바람직한 법령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2020년 말 기준 27만3574개로 집계됐다. 이 중 가맹점 점포 수는 25만7913개, 직영점 점포 수는 1만5661개다. 전체 프랜차이즈 점포 중 직영점 비율은 5.7%에 불과하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직영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창업시장의 약자로 평가되는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가맹거래사업법 ‘1+1법안’은 매우 큰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창업자들로서는 브랜드를 탐색하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즉,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영점 아이템이 몇 개인지, 1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은 몇 개인지 파악하는 것이 브랜드 선택의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본사의 직영점 아이템 출점 여부를 조사하면 향후 신규 브랜드 추이를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직영점의 사업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한다면 해당 아이템의 명암을 판단하기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국회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가뜩이나 어려운 창업시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프랜차이즈 가맹거래사업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 1월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프랜차이즈창업박람회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2020년 1월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4회 프랜차이즈창업박람회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1+1 가맹거래법’ 시행 전 브랜드 개발 움직임

브랜드는 창업자에게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예가 많았다. 견실한 브랜드 하나만 잘 선택하면 한 집안이 수년 동안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알짜 브랜드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선택 한번 잘못해 온 집안이 패가망신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피해 사례도 많았다.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늘 매의 눈으로 브랜드를 살피면서 가맹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수준평가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서 필터링 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검증은 쉽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맹거래사업법 개정안이 상반기 중에라도 빨리 통과된다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창업시장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안전판 하나를 획득하는 의미,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