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수요 줄었는데, 집값은 왜 안 떨어지나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8 14: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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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종부세·금리인상 부담으로 서울 아파트 수요 감소 전망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시장의 명확한 변화는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률 둔화다. 4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1820건을 기록(5월5일까지 집계 기준)해 3월 대비 51% 감소했고, 2020년 4월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2000건 이상 줄어들었다.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 상승률도 하락하고 있다. 실거래 가격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4월 0.2%를 기록해 올해 1월 2%를 기록한 이후 상승률이 계속 둔화하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상승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거래가 감소하는 이유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수요와 투자수요다. 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반면 투자수요는 가격이 상승할수록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수요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연합뉴스

공급 물량 감소는 여전히 불안 요인

투자수요가 감소하는 데는 기대수익률 하락이 결정적인 이유다. 즉, 미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대하는 수익률이 하락하고 집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세금 증가다. 집을 투자 목적으로 한 채 더 사려고 하면 취득세를 8% 이상 내야 하고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도 증가한다. 가격은 사실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지만 세금을 내야 하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주택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되면 투자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률만 둔화될 뿐 바로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 감소에도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택 공급은 매도 물량이다. 집을 보유한 사람이 시장에 집을 팔려고 내놓는 물량이 공급이다. 그런데 최근 매도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즉,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매도 물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거래회전율(실거래 가격 공개 단지별 거래 건수를 해당 단지의 가구 수 총합으로 나눈 비율)을 살펴보면 4월 0.0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월평균 거래회전율 0.5%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쉽게 이야기하면 1000가구가 있는 아파트 한 단지에 월평균 5채 정도 팔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0.8채로 크게 감소했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사려는 사람이 아무리 줄어들어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고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수요가 줄어도 거래량이 감소할 뿐 가격 상승세가 지속 유지되는 이유다.

매도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집값을 전망하는 데 수요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금리와 세금 전망이 중요하다. 금리와 세금 모두 투자수요의 기대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시중 금리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개월, 신용대출 금리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시중 금리 인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하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세금은 정책이 변할 수 있지만 투자 수요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향후에도 금리 인상과 세금 부담으로 투자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주택 유통시장에서 실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3시 신도시 사전 청약이 본격화될 뿐만 아니라 증여로 인해 구매 여력이 있는 잠재 실수요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매월 2000건을 유지하고 있다. 세금 회피 목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자식들에 대한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증여로 인해 향후 잠재적인 주택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증여를 많이 할수록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집을 살 만한 사람이 감소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이든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든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전망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고 불확실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가? 유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The futures that have already happened’라는 명언을 남겼다. 즉, ‘미래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금리·세금·규제 고려하면 수요 줄어들 가능성

한국 아파트 시장의 현재 모습을 보면 거래량은 감소하고 있고 가격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 이유는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세금, 규제를 고려할 때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수요가 감소하면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자, 이제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팔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해졌다. 그럼 앞으로 집값 전망의 핵심은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파느냐 안 파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노자는 강물을 최고의 선이라고 했다. 강물은 절대 무리하거나 싸우지 않고 시류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강물은 돌을 만나면 몸을 나누어 흘러가고 구덩이를 만나면 채운다. 절벽에서는 홀연히 몸을 던지고 큰 계곡에서는 속도를 늦춘다. 다투지 않고 순응한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순응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지나고 있는 곳이 절벽인지, 계곡인지, 바위틈인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통한 전망을 위해 다시 한번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팔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전망이다. 매도 물량이 집값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매도 공급을 다룰 예정이다. 파느냐 마느냐, 그것에 따라 향후 집값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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