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물을 잡아라” OTT ‘쩐의 전쟁’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2 08: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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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확보 춘추전국시대…스타 캐스팅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도전으로 플랫폼 대전이 시작됐다. 이렇게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 경쟁이 심화될 땐 으레 콘텐츠 확보전이 중요해진다. 플랫폼 경쟁력은 그 플랫폼이 확보한 콘텐츠 경쟁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콘텐츠 경쟁력은 스타와 연관이 있다. 스타가 콘텐츠의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지만 최소한 인지도는 높여준다. 스타가 없는 콘텐츠는 아예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콘텐츠 경쟁은 자연스럽게 스타 캐스팅 경쟁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시아권을 주도하는 한국 콘텐츠와 한국 스타는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업계에선 올해가 국내외 방송 플랫폼들의 콘텐츠 확보 춘추전국시대 원년이 될 거라고 예측한다. 한국 콘텐츠와 스타를 둘러싼 OTT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각 OTT 기대작들 

기선을 제압한 건 OTT 업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다. 2016년 봉준호 감독의 인지도를 내세워 《옥자》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킹덤》 《스위트홈》 등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전역한 김수현을 내세운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아시아권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 드라마는 국내에선 아주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류 스타와 국제적 OTT의 시너지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현빈과 손예진을 내세운 《사랑의 불시착》으로 일본을 뒤흔들기도 했다. 

김수현과 현빈은 이미 한류 스타였는데 넷플릭스가 그 인지도를 활용한 경우라면, 박서준은 넷플릭스를 통해 본격적인 국제 스타로 성장한 사례다. 《이태원 클라쓰》가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톱10에 올랐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다시 관심을 모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광고모델 제안이 잇따른다고 한다. 

올해 예정된 넷플릭스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일단 《킹덤》의 새 시리즈가 나오는데 이번엔 전지현을 내세운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주인공은 이제훈이다. 떠오르는 스타인 김소현, 송강을 내세운 《좋아하면 울리는》도 공개됐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도 넷플릭스 드라마를 준비한다. 바로 《오징어게임》인데 이정재가 주인공이다.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를 캐스팅해 제작 중이다. 《차이나타운》을 만든 한준희 감독은 《D.P.》를 준비하는데 주인공이 정해인이다.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한 《고요의 바다》는 배두나와 공유를 내세운다. 《라이프》 《디어 마이 프렌즈》를 만든 홍종찬 감독의 《소년심판》은 김혜수, 이성민을 내세운다. 또 다른 기대작 《종이의 집》은 《손더게스트》 《보이스》 등을 만든 김홍선 감독이 연출하고 유지태, 김윤진이 출연한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수리남》도 제작된다. 하정우, 황정민이 출연한다. 

기대작 한두 작품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면면이다. 이 밖에도 수지, 박보검 등의 영화와 유재석, 백종원 등의 예능이 공개됐거나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5500억원가량을 한국 콘텐츠 확보에 쏟아부을 예정이고 파주와 연천에 촬영장까지 마련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가 콘텐츠 춘추전국시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OTT는 디즈니플러스다. 출범 1년4개월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디즈니플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한국의 지식재산권(IP) 기반 ‘K콘텐츠’를 제작해 연내 한국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업계에선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 이상의 자금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한 한국산 드라마로 처음 거론된 작품이 《무빙》이다.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이 캐스팅됐다고 알려졌다. 확고한 자본 투입 의지가 읽히는 스타 캐스팅이다. 또 다른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강다니엘을 내세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이수연 작가의 신작 《제로》도 준비한다. 

또 다른 거대 자본인 애플TV플러스도 올해 한국에 진출한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닥터 브레인》을 이선균을 내세워 제작한다. 윤여정의 신작도 진행한다. 바로 《파친코》인데 3세대에 걸친 국제적 스케일의 대작으로 알려졌다. 한류 스타 이민호도 캐스팅됐다. 

국내 업계의 반격은 티빙이 주도한다. 얼마 전 공유, 박보검의 대작 영화 《서복》을 오리지널로 공개해 콘텐츠 투자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송지효 주연의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가 제작 중이다. 강다니엘, 선미, 아이콘 등 최정상 K팝 가수 26개 팀이 출연하는 《KCON:TACT3(케이콘택트3)》를 국내에 독점 공개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도 다크호스다. 초록뱀미디어와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첫 작품으로 ‘그날 밤’ 또는 ‘어느 날’이라는 가제로 알려진 김수현, 차승원의 신작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이 작품에서 김수현의 회당 출연료가 PPL 판권 판매 지분 등을 합쳐 총 5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스타를 둘러싼 OTT ‘쩐의 전쟁’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한 웨이브도 응전에 나섰다. 이제훈, 이솜 주연의 《모범택시》를 인터넷 독점 공개 중이다. 임시완과 손현주가 출연하는 《트레이서》를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TV, 왓챠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혔고, 아마존프라임과 HBO 등 해외 서비스도 한국 시장에 가세할 예정이다. 

글자 그대로 치열한 각축전이다. OTT의 거센 도전 앞에 기존 TV는 유재석, 강호동 등 전통적인 예능 스타와 임영웅 등 트롯맨, 그리고 《빈센조》의 송중기 등으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유튜브의 도전도 거세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이미 탄생했고, 중장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트로트 스타들도 유튜브에서 활약 중이다. 기존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과 유튜브 유명인의 TV 출연이 점점 많아져 TV 스타와 유튜브 스타의 구분이 힘들어진다. 

시장과 스타의 수는 제한적인데 과거보다 훨씬 많은 플랫폼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그래서 시청층 확보가 어려워질수록 스타 잡기 경쟁이 격화될 것이다. 스타의 몸값이 더욱 뛸 가능성이 높은데 주로 남성 스타에게 수혜가 집중돼 양극화 문제가 커진다. 몸값 거품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런 우려에도 플랫폼들은 스타 잡기에 사활을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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