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미담 제조기? 이미지에 갇혀 지내는 성격 아냐”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8 13: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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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강하늘

영화 《스물》 《쎄시봉》 《동주》 《재심》 《청년경찰》과 ‘황용식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강하늘이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 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가 ‘비 오는 12월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강하늘은 극 중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보통의 20대 청년 영호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연기파 배우 천우희다.

“감성적인 영화에 갈증이 있었다”는 그는 20대 초반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상대방의 문자메시지를 기다리며 설레었던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투영하며 진정성을 끌어올렸다. 연출을 맡은 조진모 감독은 “영호는 명확하게 규정된 캐릭터가 아니었다. 강하늘이 연기하는 순간 모든 게 안심이 됐다”며 그의 연기에 믿음을 보냈다.

ⓒ(주)키다리이엔티 제공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계기는.

“시나리오를 펴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이 흡입력 있게 짜여 있었고 기다림과 만남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 역시 영호라는 인물을 통해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잔잔한 감성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덧붙이자면 단순히 잔잔한 멜로가 아니라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나 《접속》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하게 됐다.”

극 중 캐릭터 영호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영호는 내가 뭘 해야 할지,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항상 고민하는 요즘 사람들과 비슷한 인물이다. 소희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신마다 차이를 둬야 했다. 긴장한 모습, 만나기 직전 흥분된 모습, 걱정하는 모습 등 설렘을 표현하기 위해 나의 20대를 많이 떠올렸다. 다른 작품들에서 ‘이 역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먼저 고민했다면 영호는 ‘내가 저때 어땠지?’를 고민했다.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20대 초반 모습을 좀 더 많이 반영했고 텍스트에 있는 인물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호’라는 캐릭터에 공백이 많아 스스로 많이 채웠다고 들었다. 영호에게 투영된 강하늘은 몇 퍼센트인가.

“작가님도 감독님도 ‘영호’가 강하늘스럽기를 바랐다. 음, 77.6%(웃음)? 다른 점이라면 영호에게는 우왕좌왕 애매모호한 모습이 있는데, 나는 무엇이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영호는 순간순간의 디테일한 모습이 중요한 캐릭터다. 대사가 아니라 소소한 표정, 행동 등을 반영했다.”

《좋아해줘》 《동백 꽃 필 무렵》 등 ‘강하늘표 로맨스’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강하늘표’ 로맨스라기보다는 ‘감독님표’ 로맨스다(웃음).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결국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다. 차별점? 작품마다 대본이 다르고 감독님이 달라서 결국 다를 수밖에 없다. 표현하는 게 저라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결국 다른 느낌이다. 편하게 표현하면 잔잔함, 다르게 표현하면 겉보다 안에 가까운 감성이다.”

스스로 로맨스 연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사실 연기의 기반은 다 똑같다. 시나리오에 적힌 텍스트를 많은 관객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 연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로맨스,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연기가 딱히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다. 연기를 하면서도 다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촬영하면서 첫사랑 생각도 났을 것 같다.

“극 중 주인공들도 그렇지만 실제로 나도 어릴 때 편지를 자주 썼다. 명언도 슬쩍 한 줄 넣고…(웃음). 싸이월드 시절에 다들 그러지 않았나. 손편지를 우체통에 넣어 보낸 건 아니지만, 설레면서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연기하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함께 출연한 천우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천우희 배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믿음이 갔다. 편지로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 서로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촬영했는데, 편지를 쓰고 있으면 그 사람이 어떻게 읽을지 상상되는 것처럼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상상하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게 연기적으로 큰 울림을 줬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에서 ‘티키타카’하는 역할로 만나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호와 소희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영화가 끝난다. 이 전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개인적으로 엔딩을 바꿀 의향이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최근 본 작품은 대부분 기승전결,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두 확실한 작품들이었다. 많은 영화 사이에서 우리 영화가 잔잔한 엔딩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갈증과 바람이 있었다.”

《미생》에서 호흡을 맞췄던 강소라도 특별출연했다. 재회의 소감은.

“소라와는 《미생》 때 만나서 친구가 됐다. 군대에 있을 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준 친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었다. 수다를 많이 떨어 촬영장에서 민폐를 끼쳤을지도 모른다(웃음). 소라는 《미생》 때도 느꼈지만 배울 게 많은 친구다. 매 신을 치열하게 준비해 오고, 또 준비해 온 걸 여유롭게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배우다. 이번 촬영 때도 매 신을 고민해 온 점이 좋았다. 설득력 있었고, 열심히 해 온 게 느껴졌다. 게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연기나 현장에서 더 유연해진 것 같았다.”

극 중 영호처럼 실제로 좋아하는 일과 하고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나.

“당연히 있다. 하지만 저를 보시면 알겠지만, 어릴 때부터 잘 웃고 다니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다지 깊은 고민에는 빠져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느낀 건, 일단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둘 중 어떤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뭐든 하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과거에도 옳은 선택을 했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

강하늘이라는 배우를 말할 때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저는 ‘청춘’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잘 모른다.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표현인지도 잘 모르겠다(웃음). 계속 작품을 해 나가는데 자연스레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더라. 대본을 읽고 재미있다면 선택하는데, 그게 우연치 않게 ‘청춘’에 관련된 영화가 꽤 있었던 것 같다.”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도 있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이미지에 갇혀 지내는 성격이 아니다. 나답게, 강하늘스럽게 산다.”

미담들을 들어보면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저는 저랑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저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름의 연기 철학도 궁금하다.

“내 캐릭터가 작품보다 잘 보이는 걸 지양한다. 원칙이다. 내가 맡은 역할이 작품 안에 녹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혹여 내 표현이 선을 넘었나, 하는 경계를 늘 한다. 또한 역할보다 강하늘이라는 사람이 더 보이는 것도 싫다. 이 모든 게 부드럽게 연결됐으면 좋겠다.”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사피엔스》인데, 조금 무거운 책이다. 부담 없이 추천하자면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덧 데뷔한 지 14년이 됐다.

“뒤돌아보면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시간이 빨리 흘렀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고 싶다. 2시간의 러닝 타임으로 하루의 나머지 시간들이 조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강하늘이 영호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호야, 널 보러 500만 명의 관객이 왔다 갔어.’ 하하. 농담이다. 개인적으로 영호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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