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잡으면 윤석열 떠난다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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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대 D-30, 빨라지는 대권 셈법

‘홍준표’ 이름 석 자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복당을 타진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의원의 복당을 ‘도로 영남당’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터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선까지 쉼 없이 달려야하는 국민의힘으로선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홍 의원의 복당 여부는 현재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을 복당시키면 윤 전 총장 영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우려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국민의힘이 중도 노선에서 벗어날수록 윤 전 총장과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홍 의원 복당의 키를 쥔 지도부는 “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당내에선 전당대회 이후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 홍 의원 복당 문제의 결정권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을 10개월가량 앞두고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국민의힘은 홍 의원 복당에 어떤 표식을 남기게 될까.

홍준표 무소속 의원(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홍준표 무소속 의원(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초·재선은 洪 막고, 洪은 尹 때리고

홍 의원의 복당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은 국민의힘 초·재선 그룹이다. 당권에 출사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필두로 이들은 홍 의원과 대척점에 섰다. 홍 의원이 당 쇄신과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은 홍 의원 복당에 ‘도로 한국당’ 또는 ‘도로 탄핵당’의 꼬리표를 붙이고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들은 홍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면 윤 전 총장의 영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지난 5월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이 복당하는 순간부터 당이 시한폭탄을 안고 살게 되는데, 윤 전 총장이나 다른 유력 인사들이 이런 당에 오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홍 의원이) 들어와서 대선 경선하면 윤석열·안철수 등과 욕하며 치고받을 것이다.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복당을 기점으로 당이 우클릭하는 인상을 준다면, 중도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매력을 못 느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김웅 국민의힘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당내에서 이 같은 고민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야권의 대권 구도가 ‘1강 다약(多弱)’ 구도로 짜였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여권 후보를 압도할 정도로 치고 나가는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유승민 전 의원 등은 한 자릿수 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홍 의원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상 윤 전 총장 이외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형국인 만큼, 윤 전 총장 ‘모시기’를 위해서라도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홍 의원도 윤 전 총장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서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다. 홍 의원의 주변 인사에 따르면, 홍 의원은 최근 “윤 전 총장이 여당 사람인지 야당 사람인지 어떻게 확신하나. 애초부터 윤 전 총장은 ‘문재인의 사람’ 아니었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무너지면 윤 전 총장을 (여권의 후보로)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도 전했다. 윤 전 총장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면서 판을 바꿔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할 것을 밝히며 웃어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할 것을 밝히며 웃어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洪 저격에도 꿈쩍 않는 尹…洪 복당 멀어지나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이러한 움직임에 동요되지 않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 측과 가까운 인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을 ‘토끼굴’로 여긴다는 후문이다. 윤 전 총장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적폐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었던 전력이 있는 만큼 그의 국민의힘 합류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으나, 정작 당사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그냥 들어가서 접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홍 의원의 복당 여부는 윤 전 총장의 입당과는 관계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입당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 출신인 윤 전 총장이 영남권인 국민의힘과 합당해 지역연대를 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이념을 뛰어넘은 지역간 대통합으로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처럼, 윤 전 총장도 영남당에서 충청권 인사로 등판하는 구상을 짜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기 하루 전인 지난 3월3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모았다. 국민의힘이 ‘도로 영남당’으로 수렴하는 것도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직원과의 간담회를 끝낸 후 차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손뼉을 쳐주며 격려하던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직원과의 간담회를 끝낸 후 차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손뼉을 쳐주며 격려하던 모습 ⓒ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4·7 재·보궐 선거 이후 줄곧 내림세를 걷고 있는 것은 고민을 키우는 지점이다. 리얼미터-YTN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보궐선거 직후 39.4%로 정점을 찍었다가 5월1주차에 35.3%로 다소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내대표 경선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는데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도로한국당’ 논란과 맞물려 중도 민심의 외면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국면에서 홍 의원이 복당한다면 지지율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 의원의 복당을 두고 당 안팎 인사들의 셈법이 갈리면서, 운전대를 잡은 김기현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복당 여부를 속히 결정 해달라는 홍 의원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유다. 김 원내대표로선 인사 청문 정국과 상임위원장 탈환 등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당내 반발을 부를 수 있는 홍 의원의 복당을 굳이 빠르게 처리할 필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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