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대통령 사위 ‘유령회사’ 취업했나...1억 벌고 70억 팔아치웠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5.31 07:3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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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된 ‘타이이스타젯’ 2017~19년 태국 감사보고서 입수…文 사위 취업한 다음 해 46억원 빠져나가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던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란 정황이 짙어졌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타이이스타젯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년 동안 70억원 중 대부분의 자산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얘기하자면, 갓 창업한 회사가 설비를 갖추기에도 바쁜 시기에 컴퓨터, 책상, 의자까지 팔아 현금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회사가 3년간 번 돈은 1억여원에 불과한데, 쓴 돈은 5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타이이스타젯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 의원(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이 실소유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타이이스타젯의 2017~19년 감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번 돈과 쓴 돈의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감사보고서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시사저널은 태국 당국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직접 발급받았다. 여기에는 회사가 설립된 2017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의 재무 상황이 모두 반영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2017년에 비해 2018년 자산 구성이 급격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총 자산 70억원(1억9600만 바트) 중 유동자산은 1억원, 비유동자산은 69억원이었다. 그런데 2018년에는 유동자산이 65억원, 비유동자산이 64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 자산은 65억여원(1억8200만 바트)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자산과 비유동자산이 감소한 대신 유동자산이 64억원 폭등한 것이다.

법원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2월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문이 잠겨 있다.ⓒ연합뉴스

매출 8300만원인데 유동자산 1억→65억원

유동자산은 현금 또는 단기간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재화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2018년 타이이스타젯 유동자산 65억원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43억원이다. 나머지는 단기대출금(21억원)과 기타 유동자산(3000만원)이다. 불어난 유동자산의 원인이 매출 증가는 아니다. 2018년 매출은 83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벌어 유동자산을 늘린 게 아니라, 비유동자산을 팔아 현금화한 것이다. ‘고정자산’으로도 불리는 비유동자산은 1년 이상 기업 내에 남아 있는 자산을 가리킨다. 땅, 건물, 항공기, 장기예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가정으로 따지면 8300만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갑자기 64억원 상당의 부동산, 골동품 등을 내다팔아 현금을 늘린 셈이다. 왜 그랬을까

항공사가 설립 1년 만에 영업 토대인 고정자산을 매각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을 놓고 태국의 한 회계사는 “버는 돈은 없는데 나갈 돈은 크니 운영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끌어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에 접어들면서 타이이스타젯의 유동자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2018년 65억원에서 9억원으로 내려앉았다. 1년 사이 56억원이 감소했다. 이 중 약 10억원은 다시 비유동자산을 보유하는 데 쓰였다. 나머지 46억원은 ‘판매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됐다. 판매관리비는 2019년 총 비용의 전액을 차지했다. 2019년만이 아니다. 2017~19년 3년 내내 모든 비용이 판매관리비로 빠져나갔다. 그 액수는 총 53억여원. 그에 반해 3년간 매출은 다 합해도 1억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고정자산 팔아 확보한 ‘실탄’, 판관비로 대부분 써버려

판매관리비 53억여원의 정체는 뭘까. 일단 액수부터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하기 위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을 따진다. 타이이스타젯은 그 비중이 2만%가 넘는다. 국내 항공사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평균 10% 내외다. 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도 2019년 판매관리비 비중은 15%에 그쳤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회사 설립 초기에는 매출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금을 매출 관련 투자금으로 쓰지만 판매관리비는 매출과 직접 연관이 없다”며 “신생 회사가 판매관리비를 수십억원씩이나 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회계사는 “비유동자산을 현금화해 비용으로 처리한 뒤 외부로 빼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회계 감리가 느슨한 태국에서 오너 일가의 비자금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너 일가가) 컨설팅 회사를 차려 타이이스타젯에 컨설팅을 해 준 뒤 자문료를 받는 식으로 돈을 가져갔을 수 있다”며 “컨설팅은 무형의 서비스라 물건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회계 처리도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이 ‘오너 일가’를 두고 이상직 의원 가족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의원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은 태국 자회사를 통해 타이이스타젯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이 의원 자녀가 100%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의 업종은 컨설팅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이 자금을 빼돌린 창구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타이이스타젯이 자산을 대량 교체한 2018년의 재무구조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태국은 정부 산하 사업개발국(DBD)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회사의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타이이스타젯 재무제표는 2017년과 2019년에 관한 내용만 공개돼 있다. 2018년의 경우 ‘N/A(해당사항 없음)’라고만 나와 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재무제표 내용도 파악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하다.

ⓒ태국정부 제공

재무제표에서 숨긴 2018년 회계…文 대통령 사위 때문?

재무제표 미공개에 관해 태국 정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각 회사가 온라인으로 재무제표를 제출해야만 사업개발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고 이메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무제표를 서류로 제출하면 홈페이지에 늦게 반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즉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 재무제표를 온라인으로도, 서류로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사보고서를 떼어보지 않으면 2018년 재무구조는 알 수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불안한 경영 상태를 숨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사위 서아무개씨(40)와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서씨가 2018년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했기 때문이다.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지난 2019년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에게 “서씨가 2018년 7월에 취업해 3주간 일했다”고 직접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가 내부 직원으로 채용됐다면, 타이이스타젯 회계 항목 중 그와 관련된 부분은 ‘인건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인건비로 나간 돈은 총 3억3400만원이었다. 그해 총 비용(4억4300만원) 중 가장 많이 쓰였다. 단 정확히 얼마가 서씨에게 지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사저널은 박 대표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 밖에 타이이스타젯이 실제 항공사로 운영됐는지도 의문이다. 회사 감사보고서에는 2017~19년 매년 “현재 회사는 목표했던 사업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띄운 기록은 3년 동안 네 번이 전부였다. 타이이스타젯이 운용 중인 항공기는 2019년 9월 리스로 들여온 보잉 737-800기가 유일하다. 이 항공기는 △2019년 9월 프랑스 △2019년 12월 인천 △2020년 1월 라오스 △2021년 1월 자카르타 등에 들른 뒤 운항하지 않고 있다. 계속 영업 능력에 물음표가 달린다.

▣ 타이이스타젯은 누구 것?

타이이스타젯 소유주는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밝히기 위한 핵심 인물이다. 또 타이이스타젯에서 빠져나간 53억여원의 비용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 소유주를 둘러싼 논란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입에서 시작됐다.

곽 의원은 지난 2019년 국회 대정부질문 때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과 이상직 의원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 배경에는 타이이스타젯과 이 의원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타이이스타젯은 별개 회사”라며 이스타항공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은 일단 이 의원을 이스타항공 회삿돈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전주지검은 5월3일 곽 의원을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이후 이 의원을 5월14일 구속 기소했다. 타이이스타젯과 관련된 수사 진척 상황은 아직 구체화된 바 없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이 의원이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란 판단을 내렸다”는 보도를 내놓으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전주지검은 5월26일 “수사 상황에 관해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타이이스타젯과 이 의원의 관계를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를 발견했다. 2018년 12월 태국 경제 전문매체 ‘탄세트킥’에 따르면, 타이이스타젯 소유주는 199만9000주(99.95%)를 보유한 법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다. 이곳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티켓 총판회사다.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를 통해 타이이스타젯을 갖고 있는 것이다.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젯에어서비스의 연관성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등기부등본상 이들 두 회사의 법인 주소는 동일하다. 또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이스타젯에어서비스 대표도 맡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이 이스타항공과 직접 연결된 부분도 있다. 이스타항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회사가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료를 모두 지급 보증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보증 규모는 3100만 달러(약 350억원)다.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이 이스타항공 돈으로 마련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회생절차에서 발표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해 71억원 상당의 외상채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외상채권에 대해 “회수 불능으로 판단해 손실 처리했다”고 주석을 달았다. 그런데 그해 초에 타이이스타젯이 세워졌고, 설립 자본금이 약 71억원이었다. 외상채권 액수와 동일하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스타항공이 외상채권을 이용해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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