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은 신기술 아니라 ‘新수법’…코인시장 싹 잘라야”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7 11: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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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더는 이 짓거리 하지 않아도 되게 해 달라는 것”

“세계 최고 부자들의 주머니가 개미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뜨거워진 코인시장을 국내에서 가장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시장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코인으로 일컬어지는 가상자산은 아무런 내재 가치가 없으며, 거래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권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즉, 도박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친 해석일까. 한 차례 코인 광풍이 불던 2018년부터 꾸준히 경고음을 울려온 그에게 왜 가상자산에 투자해선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시사저널 이종현

가상자산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도박 행위다. 게임머니도 환전하는 순간 그게 도박이 되듯이 코인도 같은 고리다. 지금 가상자산 거래소는 마음대로 환전 서비스를 하며 이득을 챙기고 있다. 가상자산은 아무런 내재적 가치가 없다. 지금 값이 급등락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가 적정 가치인지 누구도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가치가 없다. 오늘 몇 시간 교육받으면 누구든 내일 코인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게 무슨 화폐가치가 있나.”

정부는 가상자산 컨트롤타워를 금융위로 정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면서 가상자산은 ‘규제’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투자자 수백만 명이 들어와 있는데 갑자기 문 닫을 순 없으니, 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방향성엔 동의하지만, 지금은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급격한 착륙)이 필요한 때다.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팔고 나와야 한다.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있나. 미국 기관들이나 일론 머스크에게 들어가잖나. 빠르게 시장의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중국은 2018년부터 가상자산 거래 자체를 금지했다. 이를 결제 도구로 쓰는 사람도, 채굴하는 업자들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명백한 도박이니까.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국회에선 오히려 이 시장만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말로는 투자자 보호라고 하는데, 재밌는 건 법안 이름에서부터 ‘가상자산업 활성화’라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마치 거래소를 위한 법 같다. 법의 기본적 방향도 잘못됐고 취지도 잘못됐다.”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도박장 개설자로 보는 것 같다.

“그들이 주장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면 맞는 게 하나도 없다. 먼저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일자리가 늘어날 순 있지만, 그게 가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걸까. 그런 일자리를 늘리려면 카지노 늘리고 불법 도박장 허가해 주면 된다. 2018년에도 거래가 활발할 때 일자리 확 늘렸다가 얼마 못 가 다 자르기도 했다. 또한, 가상자산 이해당사자들은 중앙은행이 마음껏 발권해 달러를 찍어낸다고 거품 물고 문제 삼으면서, 코인은 마구잡이로 찍어낸다. 중앙은행은 규제라도 받지, 코인은 사적 집단이 쥐락펴락한다. 은행과 같은 수신행위를 하는데도 코인이라 처벌도 안 받는다. 모순되는 태도다.”

가상자산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대할 건 없는 건가.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은 이전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다. 처음 블록체인이 나왔을 때 용도는 하나였다. 익명의 거래. 비트코인을 비롯해 지금 가상자산 시장에선 블록체인의 근본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기술로서 효용성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정의(definition) 자체가 없다. 즉 실체가 없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그저 마케팅용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블록체인이라고 이름을 붙여 파는 것이다. 그게 먹히니까. 가상자산은 한마디로 신(新)기술이 아니라 ‘신수법’이다.”

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잘 제기되지 않는다고 보나.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자문기관 위원이 가상자산 이해당사자들로 차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펌 변호사들이다. 그리고 문과 출신 행정가들은 일단 낯설고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면 겁부터 내고 무조건 보호하려고 한다. 기술을 애써 보호해 줄 필요도 없다. 수십 년 전 인터넷 기술도 아무 보호 없이 고객의 필요에 의해 살아남았다. 결국 고객이 효용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필요한 기술이라면 보호하지 않아도 언제든 채택된다.”

과세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소득이 있는데 세금을 안 내겠다는 건 억지다. 가상자산 관계자들은 정부가 보호해 주면 세금을 내겠다는 논리를 펼친다. 지금 비상장 주식도 20% 정도 과세가 되고 있다. 특별한 정부 보호도 없다.

인생 역전을 노리는 2030들의 투자는 계속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코인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지금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1800조원 정도 되는데 이 중 하루에 0.4~2% 정도 거래된다. 그런데 코인은 하루 20~30%씩 거래되고, 평균 3일에 한 번씩 샀다 팔았다 한다.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세 번 이상 샀다 팔았다 하면 그 수수료 때문에 이익을 얻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코인은 연간 세 번이 아니라 3일에 한 번 매수·매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돈이 남을 수 없다. 그 사이 거래소 배만 불러가는 것이다. 또 하나 꼭 지적하고 싶은 건 ‘청년들이 마음껏 코인을 하게 해 줘야 한다’고 말하는 일부 정치인의 사고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건 제발 집 문제 해결해 주고 생계 문제 해결해 줘서, 더는 이 짓거리 하지 않아도 되게 해 달라는 거다. 지금은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근로 가치를 깎아내리고 불로소득에 의존하도록 장려하는 셈이다. 불로소득이 권장되고 확대되는 나라치고 건강한 나라는 없다.”

■ 이병욱 교수는 누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이 교수는 국내을 대표하는 공학 전공 금융전문가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실시간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넷’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로 파생상품인 ELS를 기초자산으로 한 변액보험을 개발해 5000억원 이상 판매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크라스랩 대표이사 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책 《블록체인 해설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 암호화폐의 허상》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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