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난타한 양정철 “능숙한 아마추어…재집권 예단 어렵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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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가진 언론 인터뷰서 쓴소리…“당·정·청, 오만하고 무례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 연합뉴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여권을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정권 재창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도층 확장을 위해 검찰·언론 개혁이 아닌 경제 민생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서도 "능숙한 아마추어가 많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연정'을 해야한다고도 했다.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역할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고민"이라고 답했다. 

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지난 6일 가진 3년 만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간헐적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며 여권의 상황과 차기 대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재집권 비관적 요소 더 많아…오만하고 무례했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직선제 이후 집권당이 무난하게 정권 재창출을 한 사례가 세 번 있었다. 모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당이었지만, '다른 당 대통령상(象')을 연출했다. 지금은 그런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양 전 원장은 현재 민주당의 문제에 대해 "절박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 정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자각을 잊고 마이너리즘에서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며 "상대 당은 얼마나 절박하면 30대 당 대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총장 영입 시도 등 지금까지의 정치권 통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데 대해 양 전 원장은 "당·정·청 모두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치사에서 한 대통령 임기 중 그랜드슬램(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달성한 건 처음이었다. 정말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더 겸손하고 더 치열하고 더 섬세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오만하고 무례했다"고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변화맹시의 시작은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부동산이나 LH사태는 발화점에 불과했다. 너무 많은 중도층 여론을 '태도 보수'로 돌려버린 게 패인"이라고 강조했다. 변화맹시(變化盲視)는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이 '경제 민생' 이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 이슈, 언론개혁 이슈 등 개혁 과제는 정권 초기 과제다. 마무리에 접어들어야 할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조언했다. 중도층을 잡기 위해선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를 계기로 우주시대를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 등 국민의 가슴을 뛰게 할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2019년 5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2019년 5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위기 잘 넘겼지만…아마추어 참모진 때문에 대통령 힘들었을 것"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해 양 전 원장은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전례없는 두 가지 메가톤급 위기를 잘 넘었다. 탄핵과 그로 인한 헌정 중단 사태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는 초유의 사태였지만 잘 대처해왔고 결국 잘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다고 전했다. 양 전 원장은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청와대와 내각 참모진은 최선에 이르지 못했다.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 언밸런스 때문에 대통령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여러 선택의 옵션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전체를 통틀어서 청와대를 제일 잘 아는 게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의 개인기와 역량에 참모들이 따라가는데 급급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권 출범 이후 꽤 오랜 기간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 이후 닥쳐올 어려운 시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게 아쉽다. 지지율에 취했다고 할까"라고 평가했다. 

6월1일 출간된 조국 전 법무장관(오른쪽)의 저서 《조국의 시간》(가운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시사저널 박은숙
6월1일 출간된 조국 전 법무장관(오른쪽)의 저서 《조국의 시간》(가운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 가족 풍비박산…책 냈어야 했는지 아쉬워"

양 전 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국의 시간》 출판을 계기로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해 "허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고, 검찰수사가 과했으며 그로 인해 온 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비극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만 회고록 출간에 대해서는 "그 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선 검찰이 무리를 해도 너무 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과의 일은 세련되고 합리적이지 못했다"면서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도, 이번엔 '정권이 심하고 무리한다'는 인상을 줘버렸다. 박범계 장관의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마추어적 일처리"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민주당원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의 정치를 펼쳐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2019년 5월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이 2019년 5월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친문 제3후보론 전망은 웃기는 얘기"

차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많은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이제 선거 치르는 일이 엄두가 안 난다"며 "정권 재창출 대의 하나 때문에 또 뭔가의 악역을 해야하나 고민이 깊다"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선 "당내 경선에서 문심 논란 같은게 생겨선 안된다. 후보되는 분을 중심으로 본선에서 승리하도록 힘을 모으는게 지혜로운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안팎에서 자꾸 이(재명) 지사를 배제한 '친문 제3후보론 따위 전망이 나오는데 웃기는 얘기"라고 일갈했다. 

양 전 원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여야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 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답은 연정밖에 없다. 3년 정도 해외 유랑에서 절감한 것은 '역시 노무현'이었다. 왜 고인께서 생전에 그토록 통합의 정치를 주창했고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대연정까지 추진하려 하셨는지, 앞서간 혜안이 와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쪽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저쪽 당과 통합형 협치내각을 구성해, 진보 보수를 뛰어넘는 국가적 목표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 만약 범야권에서 당선되면 더더구나 그렇게 가야 한다"며 "범진보가 190석인데 계속 대결적 정치구도로 가면 그쪽은 식물대통령 식물정부 되기 십상이다. 그게 무슨 비극인가"라고 했다. 

한편, 양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냈고 문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며 2012년·2017년 대선 캠프에서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청와대와 거리를 뒀고, 2019년 5월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지난해 총선을 승리로 이끈 뒤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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