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조폭·시공사로 향한 수사…판커지는 광주 붕괴사고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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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인사·총경급 경찰 간부 등에게 ‘분양권 로비’ 의혹
재개발조합·HDC 등 압수수색…경찰 “총경급 간부 유착 의혹 확인 중”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와 하도급과정에서 금품 로비 의혹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 동구 학동 3·4구역 재개발조합이 사업 추진 편의를 위해 전방위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재개발조합 측이 재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분양권을 제공하거나 헐값에 넘겨 유력 정치인이나 관계 인사들에게 부당한 시세 차익을 얻도록 했다면 서울 수서(水西)사건이 부산 엘시티사건과 유사한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시공사를 향한 수사’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피해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사 중인 경찰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공사를 향한 수사’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피해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사 중인 경찰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판 ‘엘시티사건’되나…정·관계 연루설 모락모락

17일 복수의 광주 학동 3·4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전반을 도맡아온 조합장과 최근 해외로 도피한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등이 지역 정관계 인사와 경찰 간부 등에게 분양권을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관가 주변에선 기초단체장을 지낸 지역 유력 정치인은 물론 사업가, 현직 총경급 경찰 간부, 공무원 등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재개발사업 분양권을 매매해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과거 재개발사업 인·허가 과정뿐만 아니라 경찰의 재개발사업 수사 과정에도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정보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은 16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총경급 경찰 간부와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의 결탁 의혹에 대해 “내사에서 확인한 내용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된 부분도 확인해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배’ 탄 재개발조합·시공사…유착 규명 ‘촉각’

붕괴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향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오전 서울 현대산업개발 본사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문수사관 등을 지원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HDC 건설본부 등에서 철거 관련 계약서 등을 확보해 철거 공사와 관련해 본사와 현장 관계자들이 어떤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다. 붕괴 사고가 난 일반건축물 해체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공사를 맡겼는데, 한솔은 광주지역 업체인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형태로 실제 공사를 맡겼다.

현대산업개발은 철거공사 과정에서 백솔 측에 분진 민원을 의식해 과도한 살수를 지시,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토사가 붕괴하면서 사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재하도급은 없었다”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해명과 달리, 철거 공사의 재하도급 사실이 확인되면서 계약 관련 불법성도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와 하도급과정에서 금품 로비 의혹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선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정비조합 사무실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와 하도급과정에서 금품 로비 의혹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선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정비조합 사무실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일각에선 학동3·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 과정에서 재개발조합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간에 유착 의혹이 규명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 보고 있다. 

전직 동구의회 부의장 출신인 조아무개씨는 학동 3구역에 이어 4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장도 맡고 있다. 특히 2018년 10월 당시 4구역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문씨의 도움을 받아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동 3·4구역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공교롭게도 조 조합장과 현대산업개발이 연달아 ‘한배’를 탄 셈이다.  

경찰은 15일 백솔건설 조아무개(47) 대표와 한솔기업 현장관리인 강아무개(28)씨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향후 문씨가 송환되는 대로 다원 관련 금품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문씨는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의 고문으로 최근까지 활동하며 해당 재개발지역의 불법 하도급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지난 13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해 조속히 문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이날 재개발조합과 광주시청, 광주 동구청 3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6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업체 혹은 조합과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입건된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이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경찰 연루설의 실체가 있다면 더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이곳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철거업체가 굴착기를 동원해 해당 5층 건물의 후면부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독자제공
지난 9일 이곳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철거업체가 굴착기를 동원해 해당 5층 건물의 후면부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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