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 인천성모병원 교수 “단 1초의 허혈시간도 허락하지 않겠다”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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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로봇시스템’ 도입…신장암 특화진료 추진
국내 최초로 ‘무허혈 신장 부분절제 수술’ 상용화
“로봇 팔 5개 활용…환자의 99% 개복수술 불필요”

최근에 암 환자들이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고주파 치료 등의 시술만으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장암이나 전립선암 환자가 완치되면, 암을 앓지 않았던 일반 사람보다 기대수명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암 치료가 후유증 없이 진행될 수 있고, 암 환자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후유증이 적은 암치료법은 두 가지 덕목을 충족시켜야 한다. 치료를 위해 큰 절개나 오랜 수술·치료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치료과정에서 비가역적인 신체 기능의 손상을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신장암이나 전립선암 수술을 시행할 때, 오랜 시간에 걸쳐 개복수술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특히 신장암은 한쪽을 완전히 떼어내던 수술에서 로봇수술 시스템을 통해 암 부분만 절제하는 수술로 발전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의 김정준 비뇨의학과 교수에게 대중화로 접어들고 있는 로봇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인천성모병원은 언제부터 로봇수술을 도입했나.

“인천성모병원이 인천지역에서 로봇수술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2011년 2월이다. 가천대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보다 약 10년 정도 앞선다. 당시 3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서울지역의 상급종합병원에 밀려 로봇수술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해 놓았다. 가장 최신형이다. 최근에 1200례 정도 수술 실적 나왔다. 그 중 500례를 직접 수술했다. 대부분이 비뇨기암 영역이다. 주로 신장암과 전립선암이다. 우리병원은 신장암 로봇수술을 특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천은 환자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비율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국에서 내원하는 신장암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에서 의뢰되는 환자의 약 60%가 인천 이외의 지역에서 내원하고 있다.”  

신장암 로봇수술을 특화하려는 이유가 있나.

“신장암은 집도하는 의사에 따라 치료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신장암을 앓고 있는 약 90%의 환자는 신장 한 쪽을 다 들어낼 필요가 없다. 신장암은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신장을 보호하려는 치료를 해야 생존율이 높다. 그동안 수백 번 집도하면서 단 한 번도 부분절제에 실패한 적은 없다. 신장암 수술은 허혈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허혈시간은 신장 부분절제를 하면서 신장의 혈액을 차단하는 물리적 시간이다. 허혈시간이 길어지면 신장 기능이 잘 보존될 수 없고, 신장 기능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 이미 2019년부터 허혈시간을 ‘0’으로 만드는 무허혈 수술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무허혈 수술은 100례를 달성했다. 약 80% 이상의 환자들을 단 1초의 허혈시간 없이 수술했다. 수혈빈도는 단 1%에 불과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로봇수술 시스템은. 

“현재 인천성모병원이 도입해 놓은 로봇수술 시스템은 ‘다빈치 Xi’이다. 통상 ‘4세대 로봇수술 시스템’으로 불린다. 인천성모병원은 다빈치 Xi 중에서도 좀 더 잘 보이는 장비를 도입했다. 수술 중 집도의가 수술용 로봇팔 세 개를 이용하고, 보조자가 복강경 기구 두 개를 조작하는 등 총 다섯 개의 팔이 동시에 수술에 참여하는 방식을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좋은 시야를 확보해 빠르게 종양을 절제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4세대 로봇 카메라를 추가로 도입해 수술시야가 한층 더 밝아졌다. 또 실시간으로 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초음파 촬영 장비도 도입해 놓았다. 이 장비를 도입한 것은 인천성모병원이 국내 병원들 중 세 번째다. 4세대 로봇수술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하다. 신장암 수술을 위해 월등한 조건을 갖춰놓았다고 자부한다. 이는 신장암 로봇수술을 특화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4세대 다빈치 로봇 시스템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김정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4세대 다빈치 로봇 시스템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최신형 로봇수술 장비의 장점은.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장비라는 게 다 그렇다. 테크닉이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구형 장비를 써본 사람이 신형 장비도 잘 쓴다. 로봇수술을 처음 접했던 때는 2007년쯤이다. 이어 2010년도에 복강경 수술을 처음으로 미국 UC Ervine 산하의 존슨앤존슨병원으로 로봇수술 연수를 다녀왔다. 그때는 2세대 로봇을 썼다.

요즘 로봇수술이 굉장히 늘었지만, 독일과 일본에서 허가된 로봇수술은 신장암과 전립선암, 폐암 뿐이다. 우리나라는 로봇수술이 비뇨의학과에서 먼저 도입됐다. 지금은 산부인과 영역으로 확대됐다. 두 진료영역의 로봇수술 비율은 거의 1대 1이다. 학술적으로 로봇수술의 장단점을 얘기하는 어렵다. 수술 도구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최소 침습 수술이라는 대목이 그렇다. 대부분의 환자가 짧은 시간의 수술을 통해 몸에 작은 흉터만 남기고 수일 내에 퇴원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최첨단 신장암 로봇수술법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방법의 수술이든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암이 없는 부분을 남기고, 암이 있는 부분만 제거해야 한다. 신장을 최대한 기능적으로 잘 재건해야 한다. 이는 환자 맞춤형 진료이기도 하다. 로봇수술에 실시간으로 종양을 찾아내는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을 고안했다. 또 3D로 신장에 있는 종양을 프린팅 하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은 파편화된 단면의 이미지를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암의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도 소개했다.  

복강경 수술은 카메라 하나를 보면서 팔을 3개 정도 사용하는데, 로봇수술은 동시에 팔을 5개나 쓸 수 있다. 이게 로봇수술 시스템을 사용할 때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그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종합해서 신장암은 개복수술이 필요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복하지 않고도 99%를 수술할 수 있다. 개복이 필요한 환자는 1%에 불과하다.”

로봇수술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이유는.

“2018년부터 국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로봇수술 교육 프로그램 인스트턱터로 활동했다.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프로그램이 축소됐다. 인스트럭터 활동은 새로운 관점에서 봤을 때, 자기반성이나 성찰이 되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할 때, 네팔과 베트남의 의사들의 로봇수술 실습(펠로우)을 맡았었다. 이들은 현재 네팔과 베트남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도 네팔 의사 한 명의 펠로우를 맡고 있다. 기술이라는 게 나만 알고 잘 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알려주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의사들의 펠로우를 맡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인스트럭터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교과서 저자로 기록된 경력이 있는데. 

“미국의 의대생들이 봐야하는 교과서를 만드는데 2번 참여했다. 남성의학과 고위험전립선암 등 2개를 썼다. 좋은 의사들과 함께 좋은 교육과정을 거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 치료는 아직 어렵고 불완전하기에 최고의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환자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연대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학병원강남센터에서 지도하면서 여러 의사를 봤다. 이들 중 실력이 올라갈수록 자기만의 스토리라인에 빠지는 의사들도 있는 것을 봤다. 이것을 극복하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출근해서 오늘 하는 진료가 가장 좋은 진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진료할 때 진심을 다하면, 그날 진료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연구나 학술활동도 중요하지만, 이게 되면 퇴근할 때 기분이 좋다. 환자는 불행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다. 치료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치료가 완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싶다.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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