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X 파일’ 사건의 허무한 결말 [쓴소리 곧은 소리]
  •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수사학)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5 14: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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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파일은 없다"에 장성철도 "파일 파쇄했다" 꼬리
헛발질 네거티브는 백신 접종처럼 대중에 면역력 제공

6·29 대선 도전 선언을 눈앞에 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의 실존 여부, 내용, 제작 주체, 유포 과정과 배후를 두고 온갖 ‘설’이 난무하다. X파일 논란은 작성과 유포의 배후와 누구냐에 따라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책임이 무거운 집권 여당 대표의 주장처럼 야권 경쟁자가 제작 혹은 유포한 경우, 유권자들은 탈당파와 잔류파 간 내홍으로 인식할 것이다. 야권의 주장처럼 여당이나 혹은 정부 기관이 제작 혹은 유포에 관여했다면 정치적 공방은 물론 법적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며 다가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인물 검증과 네거티브 공략의 약효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6월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측근 의혹을 담은 이른바 ‘X파일’의 작성자와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6월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측근 의혹을 담은 이른바 ‘X파일’의 작성자와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자기 약점 선제적 공개도 면역 효과 있어 

윤석열 X파일 논란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X파일’이란 말이 지닌 불확실성과 모호성의 부정적인 힘이다.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선거란 ‘프레임과 프레임 간의 전쟁’이라고 정의하며 승리하려면 프레임과 은유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캠페인에서 프레임과 은유의 언어는 우리의 인식을 좌우하며 자신의 프레임과 은유의 언어가 상대편의 프레임과 은유의 언어를 누르고 지속해서 사용되면 유권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앞으로 전개될 대선에서 여권과 야권은 프레임과 은유의 대결을 치열하게 벌일 것이다. 후보자의 말과 언어가 실체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언어로 표현될 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힘을 발휘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언어는 실체가 없는 껍데기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X파일은 아직 실체가 없다. X파일이란 말은 2005년 광고업계가 광고 모델을 평가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과 온갖 루머를 적나라하게 정리한 전산 자료가 유포돼 큰 파문을 일으키자 ‘연예인 X파일’이란 용어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연예인 X파일이 대중들의 호기심과 큰 관심을 받자 당시 국립국어연구원은 국어 순화를 위해 누리꾼들에게 X파일을 ‘안개 문서’ ‘미궁 문서’ ‘설앎거리’ ‘비록(錄)’ ‘불명 문서’ 등 다섯 가지 대체 언어를 놓고 투표에 부쳐 50%의 지지를 얻은 ‘안개 문서’로 정했다. 그리고 안개 문서를 ‘아직 알지 못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일이나 사건에 관한 문서나 서류’로 정의했다. 국립국어연구원 박용찬은 ‘언론에 한번 나가면 표준어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단어 선택에 유의해야 하며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래 extra의 뜻으로 쓰이는 접두사 X가 내포하고 있는 윤석열 X파일에서 프레임의 힘은 긍정의 O와 부정의 X에서 부정의 X와 인지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번 윤석열 X파일이 ‘괴문서’가 될지, ‘미궁 문서’가 될지, ‘안개 문서’가 될지 궁금하다. 지금으로서는 ‘“파일이 없다”는 집권 여당의 송영길 대표 발언과 ‘“파일을 파쇄했다”는 장성철 소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X파일 논란은 실체가 없는 안개처럼 허무한 결과에 이르게 될 공산이 크다.

아직 X파일의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논란을 보며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선거 캠페인의 설득 이론 중 탄환 이론과 접종 이론이 떠오른다. 탄환 이론이란 과녁을 향해 탄환을 발사하면 명중하듯이 유권자를 향해 메시지를 반복해 보내면 의도한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총알’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 캠페인에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사라지지 않는다. 총알 이론을 따르면 송영길 대표의 5월 발언으로 시작된 윤석열 X파일은 초반에 정치 쟁점화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접종 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집권 여당 대표의 직접적이며 선제적 네거티브 전략이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선거 캠페인 설득 전략에서 접종 이론이라 하면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전략에 항체를 형성하도록 부정적 메시지를 먼저 백신처럼 접종한다는 이론이다. ‘백신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바이러스 공격에 대한 항체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다. 형성된 항체는 나중에 훨씬 강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대처할 수 있기에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정치 캠페인에서도 약한 네거티브 공략을 여러 번 접한 유권자들은 이후 이어지는 더 강한 네거티브 공략에도 자신의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정치 캠페인에서 흠결이 있는 후보자들이 상황에 따라 이 전략을 선제적으로 구사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을 먼저 유권자들에게 밝힘으로써 상대의 강한 네거티브 공략에도 자신의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국민은 지난 1~2년간 지루할 정도의 조국·추미애 장관과 윤 전 총장 간의 공방으로 이미 네거티브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집권 여당 대표의 설익은 X파일 공략은 섣부른 선거 전략일 수 있다. X파일 논란으로 유권자들이 네거티브의 백신을 맞은 것인지, 총알을 맞은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윤석열 X파일 혹은 안개 문서의 존재 여부, 내용 및 제작 주체와 유포 과정의 진실과 실체를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유권자는 괴문서, 흑색 선전, X파일 구분 능력 지니고 있어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자질과 인물 검증은 필요하다. 윤석열 전 총장은 자질과 인물 검증의 공방에 대해 어떤 수사 기법과 전략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지도의 등락이 예상된다. 윤 전 총장도 후보가 되면 다양한 정치 상황에 적합하고 적절한 수사적 발언과 메시지를 구사해야 한다. 대선 캠페인에서는 인물 검증과 네거티브 공략은 구별해 대처해야 할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도 대선 캠페인의 일부라는 인식을 갖고, 멀티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뜨겁게 전개될 가짜뉴스, 흑색선전, 마타도어 등 각종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면, 그의 정치 철학과 이념 그리고 국가를 위한 비전을 담은 언어와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윤 전 총장의 리더십, 진정성 그리고 도덕성에 적합한 프레임과 은유의 말과 언어로 유권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이번 X파일의 논란은 2022년 제20대 대선 캠페인의 시작이다. 유권자들은 1인 미디어의 확대로 가짜뉴스, 안개 문서, X파일, 흑색선전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분명한 정책,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희망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선이 될 가능성도 거기에 비례해 커지고 있음을 여야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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