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신화’ 주인공 김범석 의장은 누구인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5 08:00
  • 호수 16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구로 이제 겨우 1회초 끝났다" 혁신 강조하면서도 “법대로" 외쳐

“김범석은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 야망이 엄청나게 크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아마존 출신들을 쓰지만 그의 머릿속엔 아마존 이상이 담겨 있다. 초창기 쿠팡에 입사한 직원이라면 ‘우리 도전은 야구로 치면 이제 겨우 1회초에 불과하다. 야구는 9회까지 가봐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들 입에서 쿠팡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까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진짜 그걸 해낼 사람이다.”

쿠팡의 전·현직 직원들을 만나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대답이다.

지독한 일벌레라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특별한 취미생활도 없으며 부인이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난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것 외에 사생활도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현직에 있는 한 중간간부급 직원은 김 의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켓배송 등 지금 쿠팡이 하는 모든 사업 아이디어는 김범석 의장이 낸 것이다. 배달앱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을 위협할 정도로 ‘쿠팡이츠’를 키워낸 걸 봐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나 ‘쿠팡페이’도 분명 성공할 것이다. 다혈질이긴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으로 보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하나에 빠지면 완전히 이해하고 해내고야 마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자다. 지금까지는 상장을, 앞으로는 해외진출에만 전념할 것 같다. 사내이사도 진짜 그래서 내려놓았을 것이다.”

상장보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의 지난해 연봉은 연봉 88만6000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 등 총 1434만1229달러(약 158억원)였다.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로지스틱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유석 시니어 디렉터가 친동생이다. 김 디렉터는 고교 시절부터 육상을 시작해 미 UCLA 재학 시절 장대높이뛰기 한국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07년 전국체전에서 세운 그의 기록(5m41)은 2014년까지 한국신기록이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3월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시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3월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시스

아마존 뛰어넘는 IT기업 꿈꾸는 야심가

김 의장의 성격과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때론 안경을 집어던질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는 다혈질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획 쪽 일을 했던 한 전직 직원의 말이다. “김 의장은 비합리적일 때 화를 많이 낸다. 사진에서 보면 인상 좋게 웃고 있는데 그건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을 만났을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업무에 몰입하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종종 적잖은 오해를 받는다. 부정 청탁 등 해사 행위를 한 직원에게는 해고는 물론 소송까지 건다. 쿠팡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나왔다는 한 직원은 “김 의장의 기대치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잘한다 싶다가도 능력이 없다 싶으면 가차 없이 내보내는 게 쿠팡의 문화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물류창고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 핸드폰을 못 갖고 들어가게 한 게 문제가 됐는데, 생각해 봐라. 물류 창고 시스템은 쿠팡의 핵심기술이다. 그게 자산인데, 어떻게 방관할 수 있겠는가.”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신화는 지금이 시작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에 쿠팡은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이겨내고 성공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