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K-방역…거리두기 4단계의 모든 것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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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거리두기 4단계 적용…오후 6시 이후 2명만 모임 가능
결혼·장례식 직계가족 49명까지만 허용, 유흥시설 영업 중단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첫날인 7월12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첫날인 7월12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전국적 대유행을 막기 위한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12일부터 2주간 시작됐다. 4단계는 개편된 거리두기 최고 수위로, 그만큼 국내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다. 방역 당국은 인구가 밀집된 서울과 경기·인천의 확산세를 막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이날 오후 6시 이후로는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등산과 택시 탑승 등도 개인적 모임으로 간주돼 동일한 인원 적용을 받는다. '오후 6시 이후' 인원 제한 관련 규정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일괄 적용된다. 

4단계 적용 기간에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에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유흥시설은 영업이 전면 중단되며, 식당이나 카페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방역 지침을 위반하다 적발되면 개인은 최대 10만원, 사업장은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당국은 2주 동안 고강도 거리두기를 실시한 이후 확진자 규모 등을 감안해 수도권 지역 방역 조치 유지 또는 하향 조정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앞둔 7월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거리의 모습 ⓒ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앞둔 7월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거리의 모습 ⓒ 연합뉴스

직계가족·백신 접종자도 예외 없다  

방역 수준이 최고 수준으로 상향된 수도권에서는 12일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을 할 경우 2명까지만 허용된다. 이같은 조치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수도권 거주자들의 '야간 외출'을 최소화해 추가 확산을 막겠다는 뜻이다. 

동거가족인 경우엔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이어도 외부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거주지에 사는 가족이 아닌 '직계가족'은 사적 모임과 마찬가지로 인원 제한을 받는다. 종전에는 직계가족의 경우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었지만, 이번엔 예외가 인정되지 않았다.

제사에도 인원 제한이 적용된다. 타지에서 방문하더라도 4단계가 시행되는 수도권에서 제사를 지낼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는 2인까지만 가능하다.

등산과 택시 탑승, 골프 등도 모두 사적모임에 해당한다. 오후 6시 이전 등산을 시작했더라도 6시 이후 하산 시 3명 이상의 일행이 함께 다닌다면 인원제한에 걸릴 수 있다.

오후 6시 이후 택시 탑승도 2명으로 제한된다. 실외 골프 라운딩도 마찬가지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캐디를 제외한 2명만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다.

팀스포츠 경기의 경우 시설관리자가 방역관리자로 지정된 영업시설에 한해 사적모임 인원제한의 예외를 허용한다. 풋살은 경기 인원의 1.5배인 15명까지, 야구는 한 팀을 9명으로 간주해 최대 27명까지 모일 수 있다. 

단,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에서의 활동은 사적모임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인원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7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부근에서 학생들이 단축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14일부터 여름방학 이전까지 수도권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7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부근에서 학생들이 단축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14일부터 여름방학 이전까지 수도권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상견례나 각종 행사 인원도 제한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는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학교수업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14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된다. 수도권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에서도 등원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정 보육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 접종자를 인원 제한 기준에서 제외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잠정 중단된다. 백신 접종자라 하더라도 4단계 시행 중에는 직계가족 모임이나 사적모임·행사 인원에서 제외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나 대규모 행사도 모두 금지된다. 

다만, 맞벌이 가정을 고려해 영유아나 고령층 돌봄을 위한 일부 예외는 허용했다. 아이를 돌봐주는 직계가족은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 또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동거하는 아이돌보미도 예외로 인정된다.

7월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유흥시설 출입문에 전날 발부한 집합금지 명령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7월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유흥시설 출입문에 전날 발부한 집합금지 명령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유흥시설 영업중단 2주 연장…러닝머신 시속 6㎞ 이하

다중이용시설은 영업이 중단되거나 운영시간이 제한된다. 

클럽과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콜라텍·무도장, 홀덤펍·홀덤게임장 등은 오는 25일까지 2주 더 문을 닫아야 한다.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PC방, 독서실, 학원, 실내체육시설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시설면적 300㎡(약 90평)가 넘는 소매종합업 편의점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공연장은 방역 수칙을 준수할 경우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지정좌석제 운영 시 최대 5000명까지는 콘서트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공연법에 따라 정규 공연시설 외 임시공연 형태로 실내외 공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되며 종교시설 비대면 예배만 가능하다.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운영되지만, 운동 종목이나 시설 종류에 따라 방역수칙이 달라진다. 탁구는 시설 내에 머무는 시간이 최대 2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복식 경기와 대회는 금지된다. 그룹댄스 운동, 스피닝, 에어로빅, 핫요가, 체조교실, 줄넘기 등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한다. 피트니스의 경우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 이하여야 하고 샤워실은 쓸 수 없다.

체육도장에서의 겨루기나 대련, 시합 등 상대방과 접촉해야 하는 운동도 제한된다. 

이같은 조치는 숨이 가빠지는 격한 운동 시 비말(침방울)과 땀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1300명대를 기록한 7월1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1300명대를 기록한 7월11일 오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델타 변이' 확산에 2000명대 전망도…"마지막 고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1212명으로 폭증한 이후 닷새 연속 1200∼1300명대를 기록했다. 

수도권이 주도한 최근의 상황은 점차 비수도권으로도 확산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까지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어 4차 대유행 규모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이달 말 2000명 넘는 확진자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국적으로 델타 변이(감염)가 점점 증가해 알파 변이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면서 "수도권에서는 지난주 델타 변이가 알파 변이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발생한 '4차 대유행'과  관련해 "현재의 유행 급증세를 정부로서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위해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한 시점에 '방역적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 소통에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2주간 모두의 노력으로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면 그 뒤부터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된다"며 "하반기 예방접종 전 이번이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다. 거리두기 4단계는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허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불필요한 모임·약속·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에 머물러달라는 의미"라며 방역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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