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주류 MZ세대, 그들을 잡아야 뜬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6 12: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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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소비에서도 재미 추구하는 ‘펀슈머’
기업이 이벤트·콘텐츠 제작·콜라보레이션에 나서는 이유

소통에 적극적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새로움을 추구한다. 흥미로운 것에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소비의 주력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 얘기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좇는 이 세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문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기에 ‘펀슈머’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 경험을 전시하고 확산하고 공유한다. 그래서 MZ세대의 소비는 파급력이 크다. 기업들은 MZ세대를 잡기 위해, 그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참여형 이벤트’가 대세

MZ세대에게 단순히 광고를 나열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하고, 직접 알리는 일에 익숙한 이들에게 통하는 것은 ‘참여’를 기반으로 한 경험이다. 유통가가 참여형 이벤트를 속속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 6월까지 운영한 ‘명탐정 컵반즈’도 그중 하나다. 탐정 역할을 맡은 배우 나문희와 함께 추리 미션을 풀어가는 유튜브 콘텐츠인 명탐정 컵반즈는 한 달 만에 조회 수 330만을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디지털 콘텐츠인 추리 게임과 탐정사무소라는 가상의 세계관이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결과다. 여기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추리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힙한’ 장소를 찾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햇반컵반 제품들을 접하게 하자 매출도 올라갔다. 이벤트를 진행한 5월 햇반컵반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비비고의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이벤트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인 만두를 책임질 본부장을 뽑는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CJ제일제당
비비고의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이벤트는 인류의 미래 먹거리인 만두를 책임질 본부장을 뽑는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CJ제일제당

최근 비비고가 진행했던 마케팅 이벤트도 MZ세대의 놀이문화를 저격한 사례다. ‘제1의 본부장 왕교자 왕팬을 찾습니다’ 이벤트는 아나운서 배성재와 웹툰 작가 주호민이 진행자로 나서 인류의 미래 먹거리인 만두를 책임질 본부장을 뽑는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기초 상식 테스트,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제1의 본부장을 선발하는 이벤트다. 비비고 만두를 일종의 ‘놀이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7월7일까지는 비비고 왕교자 기초 상식을 풀어보는 이벤트를 열고, 80점을 넘긴 참가자에게 추첨을 통해 왕교자 순금배지, 직화 오븐 등 선물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참여형 이벤트가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명 브랜드와 소비자 간 ‘경계 없는 콜라보’다. 단순히 소비자 의견을 참고해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내만내산’(내가 만들어 내가 산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이 스타벅스 앱을 통해 음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에스프레소 샷, 시럽, 우유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음료 레시피를 만들게 한 것. 여기서 탄생한 제품은 ‘네이밍 공모전’을 거쳐 ‘바밀카쿠 프라푸치노’라는 이름으로 7월12일까지 판매됐다.

 

콘텐츠 만들어 MZ세대의 ‘즐길거리’로

검색 엔진으로, 감상의 수단으로, 정보의 창고로 MZ세대가 활용하는 것은 유튜브다. TV보다 유튜브가 가까운 MZ세대에게, 잘 만든 유튜브 콘텐츠는 수억원짜리 TV광고보다 파급력이 세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MZ세대가 직접 입소문을 내고 퍼나른다. ‘민초단’과 ‘유튜브’ 두 개의 키워드를 손에 쥐고 MZ세대를 공략한 배스킨라빈스의 사례를 보자.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호불호’ 논쟁을 이끈 민트 초코를 이용해 새로운 맛을 선보이면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한 홍보에 나섰다. 지난 4월 ‘민트 초코 봉봉’을 출시하면서 ‘민초여 봉봉하라!’라는 광고와, 가수 라비와 함께 만든 ‘민초 대세 선언’이라는 음원을 공개한 것이다.

SPC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4월 민트 초코 봉봉을 출시하면서 가수 라비와 함께 만든 ‘민초 대세 선언’이라는 음원을 공개해 MZ세대의 큰 호응을 받았다. ⒸSPC
SPC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4월 민트 초코 봉봉을 출시하면서 가수 라비와 함께 만든 ‘민초 대세 선언’이라는 음원을 공개해 MZ세대의 큰 호응을 받았다. ⒸSPC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민초단’의 성원에 힘입어 광고는 일주일 만에 조회 수 300만 회를 돌파했고, 음원은 5일 만에 3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출시 20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 돌파. 이 콘텐츠 마케팅은 마치 민초단을 하나로 모으는 듯한 ‘국민 봉기’ 같은 연출을 보여줬고, 민트 초코 봉봉이 배스킨라빈스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엄마는 외계인’을 제치고 판매량 1위라는 영광의 자리에 등극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인지, 뮤직비디오인지, 광고인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시청자를 열광하게 한 콘텐츠도 있다. ‘돼지바 핑크’를 출시했던 롯데푸드의 얘기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던 마미손에 화답해 롯데푸드가 제작한 광고 뮤직비디오 ‘피기’는 광고 수준을 넘어선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MZ세대에게 먹혔다. 빙그레우스라는 B급 코드로 ‘도른자 마케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빙그레도 B급 감성을 담은 광고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호산, 최무성 등 정극 배우들이 등장해 법정 드라마처럼 재판을 하는 장면에 슈퍼콘이 증거물로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전개. 슈퍼콘을 좋아하는 오마이걸이 나와 갑자기 춤을 추는 ‘맥락 없는’ 광고에 오히려 MZ세대는 열광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 700만을 넘겼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도 유튜브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최근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몰 SSF샵을 리뉴얼한 삼성물산은 유튜브 채널인 ‘세사패TV’를 통해 MZ세대의 스타일링을 노리고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셀프 화보를 촬영하고 홍보하는 ‘화보맛집’, 셀럽이 고객에게 스타일을 제공하고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배달의 프로들’, 부모님의 리즈 시절 패션을 돌아보는 ‘패션 공론화’, 브랜드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패션 스프’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방송인 광희와 딘딘, 그룹 샤이니 멤버 키, 모델 정혁 등이 출연한다.

삼성물산은 유튜브 채널인 ‘세사패TV’를 통해 MZ세대의 스타일링을 노리고 있다. 방송인 광희(왼쪽)와 딘딘이 세사패TV '배달의 프로들'을 촬영하는 모습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유튜브 채널인 ‘세사패TV’를 통해 MZ세대의 스타일링을 노리고 있다. 방송인 광희(왼쪽)와 딘딘이 세사패TV '배달의 프로들'을 촬영하는 모습 Ⓒ삼성물산

패션업계, 캐릭터 이용한 협업으로 MZ세대 공략

협업, 일명 콜라보레이션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다. 메종키츠네는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인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브랜드 ‘메종키츠네X라인프렌즈’를 출시했다. 세계관과 스토리를 좋아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답게 스토리도 탑재했다.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이 레코드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이끌리게 되는데,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소문난 여우 키츠네의 음악이었다는 것. 취향이 같은 둘이 친구가 됐다는 이야기로 이 콜라보는 출발한다. 여우 로고인 키츠네의 모습을 캐릭터화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친근한 이미지로 만들고, 둘의 만남을 담은 브랜드 영상과 라인 메신저 및 위챗, 인스타그램 스티커 등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시너지를 꾀했다.

패션과 캐릭터의 콜라보레이션은 올해 대세다. 작년에 브롤스타즈 콜라보레이션으로 성과를 낸 스파오는 올해 잔망루피를 활용한 아이템들을 출시했다. 리바이스도 피카츄 등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몬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다. 포켓몬 25주년을 맞아 포켓몬과 함께 자란 젊은 층,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전략을 펼친 것이다. 명품 브랜드도 대세에 올라탔다. 구찌는 도라에몽을, 로에베는 토토로와 손잡고 MZ세대를 겨냥한 콜라보 컬렉션을 내놓은 바 있다.

MZ위원회 만들고, 메타버스 활용까지

기업이 M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

전체 인구의 34%. 이미 경제활동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비율이다. 기업은 이제 이들과 소통해야만 한다. MZ세대 소비자를 노리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구성원인 MZ세대를 끌어안는 것도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워라밸을 추구하고, 개인의 취향과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와 통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운영 방식, 인사관리, 조직문화도 바뀌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위원회’도 속속 생겨났다. 삼성전자는 재미보드, 크리에이티브보드 등의 이름으로 MZ세대가 주축이 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주니어보드를 운영, 2030 직원들을 선발해 현장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대표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다. 포스코도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영보드 제도를 도입했다. 조직 내 젊은 직원들이 모여 ‘필터링 없는 소통’을 한다.

LG 계열사도 밀레니얼 세대들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임직원의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하고 있다. LG전자의 주니어보드, LG에너지솔루션의 섀도우 커미트, LG CNS의 미래구상위원회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사례도 많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LG트윈타워에서 파크원타워로 본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사무공간을 배치하는 부분에 섀도우 커미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통 방식과 여가 문화 등을 후배가 선배와 공유하는 ‘리버스 멘토링’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기업들은 최근 MZ세대에 친숙한 메타버스를 교육과 채용 분야에 적극 활용 중이다. 신입사원들이 조별로 마련된 가상 회의실에서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LG
기업들은 최근 MZ세대에 친숙한 메타버스를 교육과 채용 분야에 적극 활용 중이다. 신입사원들이 조별로 마련된 가상 회의실에서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LG

교육 방식도 ‘MZ세대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에 친숙한 유튜브와 메타버스를 교육과 채용 분야에 활용하는 추세다. 현대모비스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메타버스 체험을 도입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든 뒤, 조별로 앱 속의 인기 장소들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해외 여행지를 다녀오는 랜선 여행도 진행됐다. 집합 연수나 수련대회 방식이 아닌, MZ세대에게 익숙한 가상세계와 비대면이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대세가 된 것이다.

LG는 지난달에는 석유화학사업본부 신입사원 교육 연수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열었다. 교육장소와 휴게실, 식당 등 현실에 기반한 가상 교육센터를 만들어 사흘 동안 아바타와 화상 채팅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200명의 신입사원 교육을 메타버스를 통해 실시한 바 있다. MZ세대의 만족도도 높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입사원 교육을 실시한 이후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참가자의 91%가 ‘동기 간 네트워킹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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