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4 11:00
  • 호수 16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곡 《퍼미션 투 댄스》 발매하자마자 빌보드 핫100 1위 등극

방탄소년단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진입했다. 발매하자마자 1위에 등극하는 이른바 ‘핫샷 데뷔’다. 바로 그 직전까지 7주 연속 정상을 지킨 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는 7위에 올라, 빌보드 톱10 안에 방탄소년단 노래 2곡이 들었다.

또다시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노래를 또 다른 방탄소년단 노래가 밀어낸, 1위바통 터치 사건이다. 한국인이 빌보드 차트에서 이렇게 ‘밥 먹듯’ 1위를 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엔 팝을 많이 듣지 않지만 과거 FM라디오로 팝송을 들었던 세대 입장에선 기절초풍할 지경이다. 한국인이 팝의 본고장에서 진짜로 정상에 섰다. 올해 총 8주간 1위다. 1년 12개월 중 2개월을 방탄소년단이 장악한 것이다. 이 기간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그야말로 올해 서구 팝차트를 방탄소년단이 ‘씹어먹고’ 있는 중이다.

ⓒ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제공

BTS 노래를 BTS가 밀어내

《버터》가 8주 연속 1위를 지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 후속곡 《퍼미션 투 댄스》가 너무 빨리 나왔다. 후속곡 출시 시점이 1주만 늦었어도 《버터》의 1위 기간이 두 달을 꽉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 《퍼미션 투 댄스》 발매 직전까지 《버터》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와 다운로드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아마도 빅히트 측에서 방탄소년단 노래가 8주 연속 1위를 할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최대 4~5주 정도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7주 정도면 충분한 여유 기간이라고 판단해 후속곡 출시 시점을 잡았을 텐데, 방탄소년단의 무시무시한 인기가 소속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정도면 정말 태풍급이고, 2021년 미국 서머시즌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앨범차트에서 연이어 1위에 오르며 왕조를 구가했을 때도 싱글차트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이젠 그 벽을 넘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빌보드 싱글차트의 안방을 차지한 분위기다. 이건 미국 라디오계에서 방탄소년단을 완전히 인정했다는 뜻이다.

《퍼미션 투 댄스》는 경쾌한 댄스 팝이다. 과거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조금 무거운 분위기여서 일반적인 아이돌 노래와 달랐는데, 최근 영어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은 모두 가벼운 팝이다. 그래서 더 강한 대중성이 나타났다.

특히 《퍼미션 투 댄스》에선 많이 편안한 몸놀림의 안무가 등장해 이들이 힘을 빼고 가볍게 즐긴다는 걸 느끼게 했다. 굳이 모든 노래에 힘을 줄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렇게 부담 없이 흥겨운 노래를 앞으로 많이 선보이는 것이 좋겠다. 또 가사를 영어로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더 크게 환영받는 측면도 있을 텐데, 어차피 방탄소년단의 활동무대가 전 세계이기 때문에 한국어만 고수하는 것은 무리였다. 앞으로도 세계적 주류 언어인 영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꿈같은 기록 행진을 펼치는 중이다. 10개월 동안 5곡을 핫100 1위에 올리며 마이클 잭슨 뒷자리에 섰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1987년 9월부터 1988년 7월까지 9개월 2주 동안 《아이 저스트 캔트 스톱 러빙 유(I Just Can't Stop Loving you)》 《배드(Bad)》 《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The Way You Make Me Feel)》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 《더티 다이애나(Dirty Diana)》 등 5곡을 1위에 올렸다. 방탄소년단 기록이 바로 그다음이다.

또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부터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버터》 《퍼미션 투 댄스》까지 총 4곡의 핫샷 데뷔곡을 배출해 최다 ‘핫샷 1위’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아리아나 그란데(5곡)이고, 2위는 방탄소년단(4곡)과 드레이크(4곡), 저스틴 비버(4곡)다. 공동 3위는 머라이어 캐리(3곡), 테일러 스위프트(3곡), 트래비스 스캇(3곡)이다. 머라이어 캐리 앞에 한국인 이름이 있는 것이 뭔가 초현실적인데, 방탄소년단의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사상 전체 1위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
7월24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 순위ⓒ빌보드 차트 트위터 캡처

꿈같은 기록 행진

《버터》로는 핫100 아시아 신기록도 수립했다. 종전 최장 1위 기록은 1963년 일본인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Sukiyaki)》가 기록한 3주 연속 1위였다. 방탄소년단은 이 기록을 7주 연속으로 늘려놨다. 또 빌보드 차트 역사상 싱글차트 핫샷 데뷔 후에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지킨 단일 그룹으로도 기록됐다.

앨범차트에 비해 싱글차트가 더 많이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인기를 반영한다. 방탄소년단이 싱글차트를 점령했다는 것은 팬덤을 뛰어넘어 확실하게 미국 시장의 일반인들에게도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1위 기간도, 7주 연속이면 일반적인 아이돌의 인기 수준은 분명하게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방탄소년단은 이제 일반인들도 다 아는 팝스타 반열이다. 깜짝 히트한 아이돌에겐 인색한 그래미지만 이렇게 팝스타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을 더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낭보가 기대된다.

방탄소년단은 항상 사회적인 파장도 일으키는데 이번 《퍼미션 투 댄스》에선 수어 사용으로 세계적인 감동을 줬다. 뮤직비디오 안무로 ‘즐겁다’ ‘춤추다’ ‘평화’ 같은 수어 동작을 활용한 것이다.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도 나왔고,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세계 15억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즐기고 삶의 활력을 느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버터》에 대해서는 미국버터협회(American Butter Institute)가 “현재 미국 내 버터 소비가 1960년대 이후 최고점에 도달했는데,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그 폭발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근 일부 브라질인이 한국 언론사 기사에 한글로 브라질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는데, 방탄소년단 등 한류 팬들로 추정된다. 남미 사람이 한글 댓글을 달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영향력으로 인해 청와대는 방탄소년단을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했다. 이제 이들은 올 9월 제75차 유엔총회 등 주요 국제회의에 참석해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유엔 무대에서 활동하는 거물 팝스타가 한국에서 나타난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