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반(反)문재인’만으론 정권교체 어려워”
  • 부산 = 이원석 기자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6 07:3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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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박형준 부산시장
“국가균형발전 관점을 가진 대선후보 나와야”

“100일이 200일, 300일 같았다.” 지난 7월16일로 취임 100일째를맞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소회다. 취임 이후 그는 매일 20개 가까운 일정을 부지런히 소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하는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몇 달간 50%에 가까운 긍정평가를 받으며 17명 광역단체장중 3~4위권을유지했다.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반복해서 마음에 비해 속도감이 늦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1년3개월 짧은 임기 내에 공약 성취 등을 위한 포석을 깔겠다는 매우 강한 의지로 달려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지역 발전에 대한 그의 일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가균형발전은 원래 그의 소신이었고, 시장 취임 이후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떡고물을 받는 식이 아닌 지역이 떡시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발전에 대해선 여야가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대선에서 후보들이 여기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7월19일 부산시청에서 박 시장을 직접 만났다.

ⓒ시사저널 임준선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가 궁금하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보냈나.

“제가 가지고 있는 공적 열정을 최대한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부산을 위해, 크게 보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부산을 하나의 발전 축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거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였다. 또 임기가 1년3개월로 매우 짧으니 마음이 굉장히 바빴다. 재선을 하더라도 그 포석을 제대로 놓아야 하고, 그걸 위한 기본적 설계도 제대로 해야 했다. 거의 200~300일이 지난 것 같다.”

그동안 가장 뿌듯하고 보람찼던 일로 무엇을 꼽고 싶은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참 어렵다. 무한도·무신용·무이자로 운영 지원자금을 빌려주는 3무(無) 특별자금을 여러 지역 금융기관들과 함께 1000억원 정도 규모로 조성해 풀었다. 상당한 단비가 됐단 얘기를 들었다. 작지만 바로바로 시행했던 정책들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매주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 영세 자영업자, 지역 중소기업인들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들을 때 ‘뭔가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꼈다.”

어려움도 있었나.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은 급한데 절차 등이 중요한 시정 특성상 속도가 덜 나는 부분이 있다. 평소 시의회와 협치를 잘하지만, 아무래도 여당이 다수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얼마 전엔 제 주요 공약인 어반루프의 사전타당성 예산이 추경에 반영이 안 된 채 모두 삭감됐다. 대선이 가까워오니 어느 정도 정쟁화되는 게 불가피한 부분은 있다.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을 하는 데 정쟁의 요소가 들어서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설득할 것이다.”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왜 부산이 꼭 유치해야 한다고 보나. 과거 그러한 대형 사업 개최 후 지자체가 빚더미에 앉거나 시민들이 부담을 지는 경우도 있었다.

“월드엑스포는 부산시의 주요 현안사업들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원도심 재창조, 어반루프 등 신교통체계 건설이 모두 연결돼 있다. 개최 효과는 부산의 발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울·경 지역, 나아가 남부권의 새로운 발전 축을 견인하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다. 등록박람회는 개최국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참가 비용은 참가국이 모두 부담하는 구조다. 또한 국가사업으로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투자재원은 대부분 국가 예산으로 조달된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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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부산시정 현안 공동대응을 위한 여· 야·정 협약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일각에선 민주당(경남·울산)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기에 부산 입장에선 껄끄러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못지않은 남부권의 새로운 발전 축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박람회나 가덕도 신공항 등은 모두 부산만의 사업이 아닌 동남권 메가시티 차원에서 발굴하고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사업이라고 본다.”

가덕도 신공항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데.

“부산이 월드엑스포 유치까지 추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젠 되돌리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이해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는 가덕도 신공항이 여객뿐 아니라 물류 공항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항공물류 없이는 신산업 육성이 어렵다. 또 부산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강점을 국가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현재 물류 공항을 인천이 98% 담당하는데, 이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수도권의 시각에선물류 공항이 되겠냐고 하는데 일단 줘보시라. 분명히 된다.”

시정을 맡으며 지역 불균형에 대한 체감이 더 크겠다.

“서울에 있으면 지방이 안 보인다. 자기 감각 세계의 바깥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돈 벌어서 나눠주면 되지’라는 생각은전형적으로 떡고물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건 우리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처음 지방분권운동을 할 때부터 제 생각은 떡고물을 받는 방식이 아닌 여기서 떡시루를 만드는 방식의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해 토 하나 안 달고 지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이미 스스로 다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정도로 지적·행정적·산업적 역량이 다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중앙에서 다 통제하고 나눠주기 식으로 하니 지역 잠재력을 죽이는 면이 많다. 내년이 대선인데,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현재 나선 여야 대권주자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관점이란 게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인데,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대선후보나 정당이 있느냐 하면, 제가 볼 땐 굉장히 약하다.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서울 출신들이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껍데기뿐인 균형발전만 했다. 계속 사업 중심으로 얘기하니 그렇다. 국가 경영 패러다임을 수도권 일극주의, 즉 하나의 발전 축으로만 자족하느냐, 그래서 지방의 3000만 주민을 소외시킬 것인가, 아니면 발전 축을 더 만들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지역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도약시켜서 국민들이 골고루 잘살게 한다는 게 공정의 가치이기도 한데, 지금과 같은 지역 불균형을 간과하고 다른 데 어디서 공정을 찾고 어디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찾을 것인가. 거꾸로 얘기하면 거기에 답하지 않고 공정과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은 인식이 매우 짧은 것이다.”

야권의 정치인이자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을 비롯한 야권의 대권주자들과 당이 대선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보나.

“정권교체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많이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면서 응집됐던 분위기가 너무 쉽게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가 강해지고 있는데, 이는 ‘반(反)문재인’만 갖고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국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어떤 비전과 대안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작게는 부동산부터, 교육 문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 소득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슈에 대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진짜 고민을 해야 한다. 당 차원에서도, 후보 차원에서도 이 부분이 취약하니 네거티브가 훨씬 잘 먹힌다. 중도층과 젊은 세대는 과거의 안 좋은 기억으로 야권이 자꾸 다시 회귀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굉장히 불안하다. 당이나 대권주자들의 큰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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