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부터 집값까지…월급 빼고 다 올랐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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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값 57% 급등, 4년 만에 최고치…농축수산물 가격 9.7% 상승
연초부터 두드러지던 물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서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8월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신선식품, 채소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연초부터 두드러지던 물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서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8월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신선식품, 채소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장보기가 겁나요. 몇 개 안담았는데 10만원은 금방이에요."
"계란 20개가 8000원이 넘네요. 제 월급 빼곤 다 오른 느낌입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계란부터 야채, 곡류, 과일, 육류 등 식자재 가격은 물론 기름값까지 큰 폭으로 뛰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게 됐다. 생필품을 포함한 전방위 물가 인상은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특히 계란이 57.0%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란 가격 상승세는 올 1월(15.2%)부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왔다. 특히 6월(54.9%), 7월(57.0%)에는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2억 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하며 가격 안정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계란은 일부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품목당 구매수량을 1개로 제한하는 등 특단의 조치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수급 불안정으로 계란값이 폭등하며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7월2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계란을 구매하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수급 불안정으로 계란값이 폭등하며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7월2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계란을 구매하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과일과 육류도 마찬가지다. 사과(60.7%), 배(52.9%), 포도(14.1%) 등 대표 과일도 큰 폭으로 올랐고 돼지고기(9.9%), 국산 쇠고기(7.7%), 닭고기(7.5%) 등 고기류도 상승률이 7%를 넘어섰다. 

마늘(45.9%), 고춧가루(34.4%)와 각종 채소류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7~8월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소값의 가격 불안정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공식품도 부침가루(11.1%), 국수(7.2%), 식용유(6.3%), 빵(5.9%) 등이 오르며 1.9%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19.7% 뛰어올랐다. 휘발유(19.3%), 경유(21.9%), 자동차용 LPG(19.2%)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재료비 인상으로 이어져 서비스 가격도 1.7% 올랐다. 이중 개인서비스는 2.7% 올라 2018년 11월(2.8%) 이후 2년8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외식 가격도 2.5% 상승했다. 구내식당 식사비가 4.1%, 생선회(외식) 가격이 5.7% 각각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8월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상승했다. ⓒ 연합뉴스
8월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6% 상승했다. ⓒ 연합뉴스

집세는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높은 1.4%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는 2.0%, 월세는 0.8% 올랐다.

이에 따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해 2017년 8월(3.5%)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7% 올라 3월(1.0%), 4월(1.4%), 5월(1.5%), 6월(1.5%)에 이어 다섯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 역시 2017년 8월(1.8%) 이후 3년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7월에도 2%대 중후반 상승률이 나타나며 하반기에도 물가 불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개인서비스는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하고 석유류 오름세도 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래서 하반기는 2분기보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달에는 폭염으로 가축 폐사율이 높아져 축산물 오름세가 다시 확대된 것이 반영됐다"며 "그러나 기존에 전망한 흐름을 달리 볼 이유가 없고 지난해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분기의 2.5%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추석 연휴가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농축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계란 가격에 이어 폭염 등으로 채소가격이 상승하는 등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 압력이 크다"며 "모두 민생 직결 사안인 만큼 8월 내내 민생물가 안정에 주력해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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