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방선거 때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하는가
  •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0: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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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지방의회 30년, 이젠 주민과 함께 가야 한다

2021년은 지방의회가 새롭게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2022년에는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게 되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지방의회에 대해 평가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지방의회에 어떤 당부를 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한 해로 자리한다.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로부터 의회의 독립성이 확대되고 권한이 늘어난 만큼, 지역주민들의 대표자로서 의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의무는 무엇인지 역시 강조돼야 한다.

현재 지역주민들에게 우리 지역의 지방의회 의원이 누구였는지, 당시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설문조사를 한다면 이를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필자 역시 정당은 기억하고 있으나 의원 개개인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지방의회에 대한 투표행위가 의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때에 따라 무용론마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의회 자체가 지역에서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의미 없는 해외연수’ ‘의회에서의 주먹질 난동’ ‘의원 지위를 이용한 특혜 의혹’ 등 그동안 발생한 사건·사고로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신뢰도를 깎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지역의 문제들을 지역의 의원들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실험들과 사례가 많았음에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지방의회는 문제를 일삼고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의회로서는 다소 억울한 평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지금껏 의회 스스로 자정 노력을 크게 해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가라고 여기는 수밖에 없다.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인 2018년 6월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중학 교에 마련된 홍은제2동 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 식구’ 의원으로만 구성된 지방의회 윤리위

지방의회가 재개된 지 30년 동안 의회는 스스로 행정부에 비해 ‘약자’였다고 평가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비용 등이 부족했고, 의회가 활동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들이 부족했다고 얘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은 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됐다. 의회에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선임할 수 있고, 특히 의원 활동을 보좌할 수 있는 정책보좌관 선임 역시 가능해졌다. 이는 그동안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회는 어떤 변화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그동안 언론에 드러났던 겸직 등 비윤리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문제가 발생한 의원들이 윤리특위에 회부는 되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발생하는 제 식구 감싸기가 정당을 떠나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법률 위반이나 비상식적 행위로 품위를 손상시킨 의원들에 대한 징계는 좀 더 상식적이어야 한다. 또한 현재 의원들로만 구성되는 윤리특위에 지역주민들의 참여 역시 열어놓아야 한다. 국회의 경우, 외부 위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다양한 시선과 상식에 기반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윤리특위의 개방이 필요하다.

그동안 겸직 문제는 의원들 활동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지하되, 사전에 등록하고 투명하게 활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경우, 이해충돌이 명확한 사실이 드러나도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어 왔다. 또한 의원의 활동이 시작될 때 신고하도록 한 ‘겸직 현황’ 역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운영됐다. 이 역시 의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대 행위다. 의원의 사적 활동과 공적인 의회 활동 사이에 ‘사적 이익’이 개입되는 순간 공적 활동은 모든 신뢰를 잃는다.

이제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특히 ‘정비사업’과 관련된 위원회 소속 의원은 겸직이 금지된다. 그 외에도 이해충돌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의장의 의원직 사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내리는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겸직 관련 공개 의무는 겸직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직까지 넓어진다. 의원이 법률에 근거한 의무를 마땅히 이행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산안도 주민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현실

지방의회 구성은 지역주민의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 내용과 결과는 지역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역주민과 함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활동 과정과 결과물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행정부 예산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위해 제출된 예산안 등 모든 안건의 상세 내용과 회의 과정은 그대로 공개돼야 한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경우 예산안 안건을 보면, 예산안 전부가 공개되지 않고 그저 한 장짜리 요약내용만 공개될 뿐이다. 지방의 한 의회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정보공개를 통해 얻은 예산안에 대해 심의가 이뤄지기 전에 공개된 점을 불쾌하게 여겼다고도 한다. 행정부를 비롯한 의회 모두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현시점에서 다시금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안타깝다.

지방의회의 다양한 활동에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미비한 점 역시 개선돼야 한다. 행정부는 위원회나 참여제도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향하는 통로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함께할 수 있는 제도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한 토론회’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조례가 만들어진 지자체는 2021년 2월 기준 32곳에 불과하다. 의회의 정책 활동의 바탕을 주민들에게 두기를 원한다면 좀 더 확대된 주민 참여 기회를 의회 스스로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21년 서울시의회의 슬로건은 ‘시민이 주인 된 지방의회, 시민과 함께할 서울시의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의 지방의회 방향을 누구에게로 향하게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를 구성해준 지역주민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신뢰를 얻을 것인가다. 30년을 넘어 새로운 의회를 구상하기 위한 243개 지방의회의 고민의 시작점은 ‘주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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