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 부당한 압력·강요에도 징계 없었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0:00
  • 호수 166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추행·업무상 횡령·서류 위조 등 서울시 지방의원 ‘일탈’ 사례 심각
윤리특위에서 제명, 본회의에서 부결…결국은 아무런 징계도 없어

성추행, 음주운전, 업무상 횡령, 서류 변조…. 500명이 약간 넘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지방의회(시의원 110명, 구의원 420명) 내에서 벌어진 일탈 행위들이다. 집단의 크기에 비해 그 수위와 정도가 상식을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징계 수위는 내용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 식구 감싸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은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과 서울 시의회(10대)·구의회(8대) 내 윤리특위에서 다뤄진 징계 사안 및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및 취재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일탈 문제 등에 대해 살폈다. 시의회와 전체 구의회 중 윤리특위에 회부된 횟수는 강남구 1건, 강동구 2건, 강북구 1건, 관악구 3건, 영등포구 5건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기초·광역 의원들이 음주운전·지위남용 등 일탈 행위에도 징계를 피한 사례 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정당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벌어지며 징계 과정에서 정당 간 치열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진은 2018년 3월4일 선거구 확 대를 놓고 몸싸움을 벌이는 서울시의원들ⓒ연합뉴스

성추행·사문서 위조로 제명된 의원들

관악구의회에선 최고 수위의 징계인 2건의 제명이 나왔다. 2019년 이경환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은 토론 세미나 참석 이후 열린 회식에서 모임의 여성 회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윤리특위, 본회의에서 곧바로 제명 처리됐다. 2019년 11월 같은 의회 서홍석 의원(당시 민주당) 역시 1건당 20여만원을 받고 건설기술 자격증 70여 건을 불법으로 만들어 판 혐의(사문서 위조)로 구속됐고, 이후 제명됐다. 

구의회 법인카드로 개인 외제 승용차를 수리하고, 주유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2020년 12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강동구의회 임인택 의원(당시 민주당)도 제명됐다. 그는 음란사이트를 통한 ‘조건 만남’과 이른바 ‘몸캠’으로 불리는 음란 행위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다만 강동구의회는 구체적인 징계 사유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강북구의회 최재성 의원(당시 민주당)은 2019년 2월 구청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고, 윤리위에 넘겨졌으나 스스로 사퇴했다.

석연찮은 징계 처리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는 사례들도 있다. 지난 2018년 9월 관악구의회 오준섭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현재 무소속)은 지인이 한 마트에서 절도 혐의로 적발되자 피의자를 감싸고 해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부당한 압력과 강요(지위 남용)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의회 윤리특위에서 제명이 의결됐으나 본회의에선 제명안이 부결됐다.

지난해 7월 강남구의회 이관수 의원(당시 민주당, 현재 무소속)은 음주운전으로 차량 4대를 파손하는 큰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 의원은 2008년 연달아 2차례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단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 4대를 들이받았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이 의원은 같은 해 12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며칠 뒤 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 의원에 대해 제명 통보를 결정했으나 역시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시 22명이 회의에 참석해 찬성 10명, 반대 10명, 무효 2명이 나왔다. 제명으로 의원직을 상실시키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앞서 제명 통보의 징계가 결정된 윤리특위에선 이 의원과 당시 같은 당이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 절차를 문제 삼아 퇴장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동구의회 윤리특위원장이 서류 변조 혐의로 집행유예

영등포구의회 김재진 의원(국민의힘)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구업체가 2016년부터 3년간 구청사업 43건(계약금 약 3억5000만원)을 수주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었다는 이해충돌 의혹으로 2019년 6월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김 의원 징계를 놓고, 의원들 간 갈등이 생기면서 서로 모욕이란 사유로 상대를 윤리특위에 회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특혜 의혹을 받은 김 의원은 물론 모욕 사유로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부의장인 김기덕 의원(민주당, 마포 제4선거구)은 지난 6월 자신이 설립자로 있는 유치원의 통학차량을 타고 버스전용차로로 출근한 사실이 알려져 윤리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서울시의회 개회 이후 두 번째로 윤리위에 회부된 사례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열린 윤리위에선 ‘윤리강령 위반’이란 결론이 내려졌으나 아무런 징계도 내려지진 않았다.

물의를 일으켰으나 아예 윤리특위에 회부되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포구의회 채우진 의원(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방역수칙(5인 이상 집합금지)을 위반하고 지역구 내 한 ‘파티룸’에서 술파티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당시 채 의원은 “간판이 없어 파티룸인 줄 몰랐고 사무실인 줄 알았다”는 해명으로 더욱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강동구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민수 의원(민주당)은 구의원 당선 전 은행 대출 서류를 변조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방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 회부 등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당선 전의 일이라도 범죄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되는 지방의원들의 일탈 문제에 대해 소속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일탈 행위가 드러나도 동료 의원들의 ‘면죄부’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란 지적도 반복해서 제기된다. 반드시 고쳐져야 할 지방의회의 폐단으로 늘 지목되는 지점이다. 그 대안으로는 주민소환제를 비롯해 각종 전문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 구성 의무화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 연관기사

[단독] 의원은 부캐일 뿐, 본캐는 재건축조합장?  

누가 지역의 일꾼이 됐을까…‘사각지대’ 지방의회 실태 파악 

음주운전과 부당한 압력·강요에도 징계 없었다   

당신은 지방선거 때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하는가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