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딛고 ‘지방대의 반란’ 꿈꾼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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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대 등 ‘취업’에 방점 찍으며 재학생 지원 박차
(왼쪽부터) 창신대 항공기계공학과 학생들의 실습 교육 장면 / 학교의 지원을 받아 영상 촬영 중인 창신대 학생들 ⓒ 창신대 제공
(왼쪽부터)창신대 항공기계공학과의 실습 교육 장면 / 학교 지원을 받아 영상 촬영 중인 창신대 학생들 ⓒ 창신대 제공

대학의 ‘예정된 위기’가 현실화했다. 올해 들어 지방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정원 미달, 학과 통폐합 갈등 등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주원인은 학령인구(6~21세) 감소’라는 구문(舊聞)과 함께 어려움에 처한 대학들이 조명됐다. 그러나 방만하고 안일했던 기존 시스템이 직격탄을 맞자 자연스레 옥석도 가려지는 모습이다. 일부 대학은 주위에 아랑곳없이 자구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며 반전(反轉)을 꿈꾸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에 있는 창신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률 98.53%를 기록했다. (정원내)모집 총원 475명 중 468명이 등록했다. 100%였던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도내 4년제 사립대 중 가장 높은 등록률이다. 올해 경남 지역에선 국립·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2020학년도 대비 등록률이 줄었다. 

창신대는 지난 8월18일 교육부의 2021년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도 무난히 선정됐다. 평가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신입생 충원율에서 고점을 받았다. 창신대의 이런 선전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취·창업 지원, 신입생 1년 전액 장학금 지원(간호학과는 50% 지원)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재계 17위 부영그룹은 2019년 8월부터 창신대에 재정을 지원하며 ‘지방대의 반란’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창신대는 부영을 비롯한 250여개 회사와 연계해 학생 취업 지원 프로젝트를 펼쳤다. 현장 실습과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제 취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취업뿐 아니라 창업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학생 창업 2건, 교수 창업 3건의 성과를 냈다. 창신대 항공기계공학과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정비사 전문교육기관 인가를 받는 경사도 누렸다. 

올해 창신대는 기존보다 더 강화된 취·창업 지원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학생들이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창업이나 창직(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것)에 도전, 제3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창신대 관계자는 “창업·창직 특강과 미디어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 마련부터 관련 동아리 활동 지원, 세무·지식재산권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생들이 지역을 넘어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3월2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텅 비어 있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창신대 외에도 여러 지방대가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대는 올해 모집 인원인 4070명에서 780명이 모자란 채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미달 인원(2명)의 390배에 달한다. 대구대는 신입생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동시에 문화예술학부(문화콘텐츠전공, 공연예술전공), 군사학과, 반려동물산업학과, 시각디자인융합학부(서비스디자인전공) 등 일자리 변화상에 발맞춘 학과들을 신설키로 했다.

광주 지역 대학들은 시청, 시교육청과 손잡고 신입생 정원 미달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다. 대학의 위기를 지방자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신입생 모집, 학사 운영, 취업 등 전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기준 광주에는 종합대 11개, 전문대 7개 등 27개 대학이 있다. 인구 150만여 명의 도시에 대학 재학생이 8만 명을 넘는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역 거점대인 전남대(140명)를 비롯해 조선대(128명), 호남대(169명) 등 주요 대학들이 모두 100명 이상 미달되는 사태를 겪었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엔 비수도권, 수도권을 막론하고 대학마다 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분위기”라며 “4년제 종합대들도 전문대처럼 (직능 위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 전환기에 망하지 않으려면 대학 스스로 변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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