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필수 비행 못 채운 아시아나 A380 조종사 120명 자격 상실
  • 유경민 디지털팀 기자 (wbql1214@naver.com)
  • 승인 2021.09.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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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합병으로 고용 불안 가중…“항공사와 정부가 나서야”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운전하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대부분이 조종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조종사들이 자격유지에 필요한 필수 비행 경험을 채우지 못해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아시아나항공의 A380 조종사는 총 145명이었다. 이 중 1년6개월이 경과한 지난달 기준 자격을 유지한 조종사와 기종을 전환한 조종사는 각각 10명, 14명이었다.

사직한 1명을 제외한 120명은 자격을 잃은 상태도 무기한 휴직 상태에 놓였다. 자격이 상실된 채로 3년이 지나면 새 기종을 처음 조종할 때 필요한 훈련과 심사 과정을 다시 치러야 한다. 120명 중 대다수는 이미 자격을 상실한 지 1년이 넘은 상태로 확인됐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지목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A380 운항을 중단했다. A380은 495석의 최대 규모 여객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연료가 많이 소요되는 A380 대신 A330과 같은 작은 기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380 조종사들은 자격유지에 필요한 필수 비행 경험을 채우지 못했다.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려면 90일 이내 3회 이착륙을 해야 한다. 국내 조종사들은 사실상 인당 1개 기종 자격을 보유하기 때문에 기종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비행에 나설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항공의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 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자격을 유지한 사람은 A380 교관 10명 뿐이다. 대한항공의 빡빡한 자체 훈련시간의 틈새를 이용해야 하고 시간당 수십만원인 대여비용이 부담인 게 원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면서 조종사들의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와 항공사 통합으로 항공 종사자들의 자격상실 및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항공사와 정부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측은 “11월부터 기종전환 및 재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업황이 회복되면 자격 복원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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