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안되나요” 재난지원금 배제된 12%의 한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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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 재점화…이의제기 기준도 불명확
정부, 혼선 인식한 듯 “폭넓게 인정하겠다”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절차가 시작된 9월6일 서울 용산구 전통시장의 한 가게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절차가 시작된 9월6일 서울 용산구 전통시장의 한 가게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말 많고 탈 많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던 정부는 이틀 만에 2조6195억원(1047만8000명)을 집행했다. 5차 재난지원금 전체 대상자 4326만 명 가운데 24.2%가 지원금을 수령한 셈이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논란과 반발도 거세다. ‘소득 상위 12%’로 분류돼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쪽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도민에 별도 지급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희비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부터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기준 논란은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는 요원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국민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세밀한 조율과 연구,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 상위 12%’에 엇갈린 희비

9월7일부터 지급된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지원금 지급 개시와 동시에 ‘88%대 12%’가 갈라지면서 받지 못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의 분류 기준으로 벼락부자가 된 기분” “세금 낼 거 다 내고 코로나19로 각종 추가 비용도 크게 늘었는데, 대상자가 아니라니 맥이 풀린다”는 날 선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자신의 소득 수준이 어떻게 상위 12%에 해당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온라인 국민신문고나 지역별 주민센터로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 잦아들 것으로 예상 되던 혼란은 막상 뚜껑이 열리자 선정 기준 논란부터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공개한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정 기준표. 국민지원금은 6월분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가구에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는 우대 기준을 적용해 전 국민의 88%가 받게 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공개한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정 기준표. 국민지원금은 6월분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가구에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는 우대 기준을 적용해 전 국민의 88%가 받게 했다. ⓒ 연합뉴스

이는 한 가구에 속한 개인의 국민건강보험료를 합산해 산출하면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개인별 연봉과 이자‧배당 등으로 인한 이 외 소득까지 합산해 책정하기 때문에 전체 자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가구별 상황이 천차만별인 데다 미묘한 차이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개인별 소득이 아닌 ‘가구’를 기준으로 정하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지만 이를 모두 담아낼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일례로 부모와 따로 사는 20대 취업준비생의 경우 부모 소득이 3인 가구 기준을 넘으면 지급 대상에서 빠져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주소지가 달라도 건보법상 피부양자로 돼 있는 자녀는 동일한 가구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 후 경제 활동을 하면서 부모와 세대가 분리된 20대 직장인은 1인 가구 연소득 기준인 5800만원을 넘지 않을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 등에 대한 역차별이란 의견도 나온다. ‘무주택자 월급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40대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도 학원도 제대로 갈 수 없어 이번처럼 아내가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한 적이 없지만 ‘내 집 마련’ 앞에 맞벌이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힘든 분들께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저 역시 내 집도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지원금을 못 받게 된 현실에 박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30일 주민등록세대와 납부 건보료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면서 이후 가족과 가구가 분리되거나 변동이 발생해 ‘한 끗 차이’로 탈락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만일 형제 2명이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다 7월 중 각각 세대가 분리된 경우, 6월30일 전까지는 함께 살았기 때문에 2인 가구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1인 가구로 분리된 현 시점에서는 지원금 대상이 되지만, 지급 기준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합산 소득 적용을 받아 탈락할 수 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상이한 건보료 책정 방식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보유 자동차를 합산해 산출된 건보료 전액을 본인이 내도록 설계돼있다. 상대적으로 개인별 부담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역가입자는 2019년 종합소득에 따라 지원금 수령 여부가 결정됐다. 문화‧예술 종사자나 프리랜서 등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소득이 확연히 줄었더라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1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고용과 소득이 불규칙하고 불안정한 개인에 불리한 구조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의제기’ 기준도 불명확

정부는 이같은 혼선을 감안해 온라인 국민신문고나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이의신청 기한은 국민지원금 신청 기한에서 2주 뒤인 오는 11월12일까지다. 지난 이틀 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만 3만 건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의제기를 하더라도 대상자로 재분류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외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예외 범위에 대한 추가 논쟁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의제기를 폭넓게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사전에 구제 여부를 알 수 없는 탓에 주민센터를 비롯한 현장에서도 “일단 이의신청을 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상태다.

정부는 우선 지역가입자 가운데 탈락한 경우 이의신청을 접수하면 2019년이 아닌 지난 5월 신고된 작년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재산정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올 들어 급격히 수입이 감소한 개인은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여당도 이에 대한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급 기준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이의제기를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이 폭주하고 있다는 지적에 “(지급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애매모호하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보다 하루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한 혼선과 불만에 대해 “지역 건강보험료 계산 방식에서 이견이 제기됐을 때 최대한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박 정책위의장은 “(국민지원금 지급을 놓고) ‘되느냐, 안 되느냐, 증명해라’ 이러다보면 또 다른 분란의 씨가 된다. 최대한 (이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상위 12%로 분류된)전체를 구제할 수는 없지만 10월 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의 인정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지거나 상황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커지면서 상당기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마련한 1차 기준을 원칙으로 두고 예외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개인별 (재산정) 결과 통보시 이의제기와 관련한 세부 안내가 함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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