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여론조사] ‘위드 코로나 찬성’ 국민 81% “올해 내 전환 서둘러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0 16: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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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시사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방역 불신·경제난이 소환한 위드 코로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이 시행된 이튿날인 9월7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전골목을 찾은 시민들이 먹거리 매장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위드 코로나’(with covid-19·코로나19 방역조치를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완화하자는 기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증폭되고 있다. 기저에 깔린 국민 정서는 ‘답답함’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도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하다. 불황은 갈수록 더 깊어지고, 피해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까지 촉발됐다. 정부가 방역정책을 손볼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정책 전환 논의를 두 달여 뒤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뺐다. 

시사저널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는 많은 국민이 현 상황에 답답해하며 변화를 갈구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시사저널은 9월7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이었다. 통계 보정은 2021년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올해 내 실시” 48.8%, “지금 즉시” 32.1% 

위드 코로나 전환 동의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3.3%로 ‘반대한다’는 응답 26.7%를 압도했다. 찬성 여론은 연령과 권역별로 온도차가 드러났다. 연령별로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0대(79.4%)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30~50대도 70% 이상을 기록했는데, 60세 이상은 68.9%로 평균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지역별로는 제주에서 찬성한다는 응답(90.9%)이 특히 많았다. 강원(76.5%), 경기·인천(76.3%), 광주·전남·전북(75.3%), 서울(72.9%), 대전·세종·충청(72.4%) 등은 70% 이상인 반면 대구·경북(68.2%), 부산·울산·경남(66.4%)은 60%대로 비교적 낮았다. 성별에 따른 찬성 응답률 차이(남성·73.8%, 여성·72.4%)는 크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 전환이 이뤄진다면 우리 국민은 언제가 적절하다고 볼까.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는 응답자 중 48.8%는 ‘올해 내’가, 32.1%는 ‘지금 즉시’가 맞는다고 봤다. ‘내년 상반기’(13.7%), ‘내년 하반기’(1.4%)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8월30일부터 3일간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6번째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선 적절한 위드 코로나 도입 시점을 두고 ‘지금’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4.3%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서는 “당장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동향이 감지됐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선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해서’(32.8%)라고 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정책적으로 확진자를 막을 수 없어서’(29.9%), ‘백신 접종이 늘어 치명률이 하락해서’(28.7%), ‘거리 두기가 너무 불편해서’(5.5%) 등의 순이었다. 그간 자영업자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영업난을 호소하며 방역정책 전환을 앞장서서 요구해 왔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대한숙박업중앙회·한국외식업중앙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9월2일 입장문을 통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고강도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방역수칙은 엄격히 적용하되 경제활동은 최대한 보장하는 새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역 점수, 최하점 응답자가 최고점보다 많아 

정부가 9월6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로 다시 1시간 연장했으나,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백신 1차 접종자부터 인센티브 적용’ ‘업종에 따라 자정까지 영업 허용’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9월8일 밤엔 전국에서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가 이어졌다. 

정책적으로 확진자를 막을 수 없기에 위드 코로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곧 현행 방역체계에 대한 불신 내지 아쉬움으로 연결된다. 정부 방역정책에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의에선 최하점인 1점을 준 응답자(28.6%)가 최고점인 5점을 준 응답자(26.9%)보다 많았다. 특정 연령대에서 평가가 엇갈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20대(43.5%)와 30대(41.4%) 중에서 1점을 준 사람이 가장 많았고, 40대(35.9%)와 50대(36.2%) 가운데선 5점이라는 응답률이 제일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높은 실업률과 생활고에 허덕이는 2030세대가 누구보다 방역정책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4050세대는 상대적으로 고용·수입 등 측면에서 타격이 작은 데다 정부·여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치명률과 관련해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 정도지만, 백신을 맞은 고령층의 경우 치명률이 0.2%로 떨어진다”면서 “0.05%에서 0.1% 사이인 독감 치명률 수준으로 가고 있고, 폐렴의 치명률인 약 5%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10시 영업제한이나 사적 모임 인원제한 등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하다. 장기간 시행하는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자영업자의 경제적 손실과 국민의 피로감이 쌓인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생긴다. 그때 가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지금부터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법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드 코로나 전환을 반대하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확진자 수가 크게 늘 것 같아서’(40.4%), ‘아직 백신 접종률이 낮아서’(24.9%),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걱정돼서’(23.5%)라고 했다. ‘지금의 방역체계가 적절해서’라는 응답은 5.8%로 미미했다. 

 

‘짧고 굵은 봉쇄’ 방안에 60%가 긍정 반응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완화에 따른 확진자 증가 우려를 불식하려면 선제적으로 짧고 굵게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봉쇄, 이른바 ‘락다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굵고 짧은 방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주 만이라도 ‘스테이 앳 홈’(stay at home·집에 머물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호황을 누리는 배달, 진단, 골프 관련 업종 외에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지원금을 주고 2주간 강력하게 방역해 하루 감염자 수를 200~300명대로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의 응답자 다수도 락다운 조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필요하다’는 응답(60.2%)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36.2%)보다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 두기 조치는 10월3일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 추석 연휴 변수 등을 살피며 추가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현 거리 두기 수준을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을 확대할 경우 확진자 수가 9월20일쯤까지 2300여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놓고는 여론 추이를 비롯해 전체 확진자 숫자, 위중증환자와 사망자 현황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들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란? 

위드 코로나란 용어는 1년여 전부터 국내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직역하면 ‘코로나와 함께’라는 뜻이다. 해외에서 ‘리브 위드 코로나’(live 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다)라고 표현하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코로나 이후)도 많이 쓰였으나, 확산세가 장기화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는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자 유행어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 덴마크, 싱가포르 등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며 국내에서도 위드 코로나 논의가 활발해지는 중이다. 한국판 위드 코로나의 범위에 대해선 딱 떨어지는 기준이 없다.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환자 관리에 집중한다는 큰 윤곽만 잡혀 있을 뿐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위드 코로나 개념과 관련해 “한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려우며 전 세계적으로 명백하게 정의된 기준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면서 “개념 정립부터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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