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질 vs 미봉책” 광주 병설유치원 통폐합 논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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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곳→36곳으로’ 시교육청-교육단체, 통폐합 ‘입장 차’ 뚜렷
신생아 감소 현실화…전체 절반 가량 1학급 ‘미니 병설유치원’

광주시교육청이 이른바 ‘미니 병설유치원’에 대한 본격적인 통폐합에 나섰다. 광주지역 전체 병설유치원 가운데 원아가 부족한 92곳을 36곳으로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설유치원 124곳이 68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양 측의 입장 차이가 뚜렷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신생아 감소로 유치원 원아 모집난이 현실화하자 병설유치원 재구조화를 통해 교육서비스 질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폐합 후 통학버스 운영, 리모델링, 원아 활동공간 확보 등 유아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충원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반면에 교육시민단체는 이는 병설유치원의 장점을 부정하는 처사이자 일시적으로 공립유치원 충원율을 높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한다. 학부모들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립어린이집·사립유치원을 선택하는 등 역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과도 모순된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소규모 병설유치원 통폐합을 놓고 광주시교육청과 교육시민단체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원아들이 부족한 병설 유치원에 대한 본격적인 통폐합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이를 놓고 양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교육청​
​광주지역 소규모 병설유치원 통폐합을 놓고 광주시교육청과 교육시민단체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원아들이 부족한 병설 유치원에 대한 본격적인 통폐합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이를 놓고 양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교육청​

광주시교육청 “재구조화 통해 교육 질 제고”

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연령 별 학급 운영이 가능한 공립 병설유치원 재구조화와 함께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원아가 적은 병설유치원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대상은 전체 병설 유치원 124곳 중 92곳으로, 1학급에 원아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유치원’들이다. 이 가운데 올해 12곳을 골라 4곳으로 통폐합하는 등 2025년까지 92곳을 선택해 36곳으로 통폐합한다. 이어 2023년 29곳을 12곳, 2024년 38곳을 14곳, 2025년 13곳을 6곳으로 통합한다.

통폐합 대상을 1학급으로 운영되면서 놀이공간 등 시설이 갖춰진 병설 유치원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세부적인 추진 일정은 학생 수 감소 폭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광주시교육청은 설명했다.

광주의 경우 현재 1학급으로 운영되는 병설 유치원이 전체의 절반가량인 58곳에 달해 다른 광역시교육청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인천 35곳, 대구 27곳, 대전 22곳, 울산 20곳, 부산 12곳 등이다. 특히 1학급 정원이 18∼25명인데도, 이를 채우지 못하고 10명 미만으로 운영되는 병설 유치원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일부 병설유치원은 3세, 4세, 5세 등이 어우러져 수업을 받는 혼합반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일선 초등학교와 함께 운영되는 병설 유치원은 단설 유치원과 비교해 급식 운영이 다소 열악하고 연령별 학급 운영이 어려워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기피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설 유치원은 학교장이 원장을 겸하고 있고 단설유치원은 별도 원장이 있다. 현재 단설 유치원은 12곳이다.

통폐합의 1차 원인인 원아 모집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광주지역 병설 유치원 충원율은 2019년 75.1%, 2020년 67.4%, 올해 55.7%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원아 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중앙초·월곡초·동초·치평초 병설 유치원 등 4곳은 마침내 지난 3월부터 1년간 휴원에 들어갔다.

내년도 원아 모집 결과, 중앙초·월곡초 병설 유치원은 각 0명, 동초 병설 유치원은 2명, 치평초 병설 유치원은 3명에 불과해 학급 운영이 불가능해 휴원 결정을 내렸다. 시교육청이 원아 모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설 유치원을 휴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광주지역 신생아가 매년 1000명 가량 감소하면서 특히 병설 유치원 원아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연령에 적합한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방과후 과정 부족·통학버스 미운영 등으로 인해 학부모 선호도가 낮다는 게 시교육청의 판단이다. 시교육청은 연령별 학급 편성 병설유치원 재구조화를 통한 적합한 교육내용 제공,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유아·놀이중심 교육과정 안정적 운영, 유아교육서비스 질 향상으로 만족도 제고 등을 통폐합 효과로 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취원 대상 유아가 감소함에 따라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유치원 형태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폐합의 핵심 취지는 유아교육의 질 제고”라며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대상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병설유치원 장점 부정…편의주의적 발상”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병설 유치원의 통폐합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소규모 유치원 통폐합과 관련해선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학부모 불편,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침에 역행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1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를 목표로 내건 정부 방침에 맞춰 시교육청이 학급 증설(26개)과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결원 사태는 여전하다는 게 시민단체 판단이다.

시민모임은 “통폐합은 병설유치원의 장점을 부정하는 처사이자 일시적으로 공립유치원 충원율을 높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교육청이 공립유치원의 대대적인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립유치원의 운영과 질적 개선이 미비하고 공립유치원마다 선호도와 유치원 입학 대상이 천차만별이어서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원거리 통학으로 학부모의 불편을 초래하고 유아의 안전과 발달 단계를 무시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며 “설령 통폐합에 따른 통학버스를 지원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병설유치원을 보내니 차라리 유치원 교육과정이 같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립어린이집·사립유치원을 선택하는 등 역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과다결원 해결책으로 △학급정원 감축 △병설 시설 확충 △단설 추가 설립을 통한 신뢰 구축을 제시했다.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10명 이하 병설유치원은 단일 학급, 즉 혼합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통폐합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학급 증설과 인력·예산 지원을 통한 안정적 운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병설유치원을 살리는 것은 가깝게는 초등학교를 살리는 것이며, 지역과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며 “통폐합은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 맞지 않고, ‘작은학교 살리기’라는 시교육청의 역점사업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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